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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새 지도부는:
노동자들의 진보 정치 단결 염원 수용해야

조승수 의원이 진보신당 새 대표가 됐다. 조승수 대표 체제의 등장은 ‘독자파’의 승리를 뜻한다.

진보신당 내 ‘연합파’는 “2012년 총선 전까지 통합 진보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독자파’는 “통합정당은 두고 봐야 할 문제고, 당 자체 역량 강화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 논쟁은 지방선거에서 심상정 전 의원이 유시민 지지를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면서 촉발됐다.

“재벌과 싸우는 당”을 만들겠다는 조승수 대표가 경제 위기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지 않고 보험료 선제 인상 계획에 기우는 것은 유감이다.

심 전 의원과 노회찬 전 대표 등 ‘연합파’는 진보신당의 홀로서기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1∼2퍼센트대 지지율에 그치는 진보신당으로는 선거적 가망이 없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

진보신당 창당의 주역들이 진보신당의 실패를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심 전 의원의 “대중적 진보 통합 정당”은 그 대상을 무원칙하게 넓혀 놨다. 진보 정치 세력만이 아니라 친자본주의 정당인 국민참여당도 포함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2012년에 민주당과 일대일의 경쟁·협상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파’인 박용진 신임 부대표도 “민주개혁세력과도 선거연합을 할 수도 있다” 하고 말했다.

선거 중심주의

이들의 진보대통합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우선 계산하는 선거공학에 근거해 있다. 그래서 이들의 진보대통합 프로젝트에는 계급투쟁은 없고 내후년에 있을 선거 일정만 있다(이것은 민주노동당 내 일부 ‘진보대통합파’의 구상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이 노동자들에게 친자본주의 정당이 아닌 정치 대안을 광범하게 제시하려면 노동자 투쟁을 지원·고무하는 속에서 건설돼야 한다.

반대로, 조승수 새 대표는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2012년 총선·대선은 ‘진보-자유-보수’의 3자 구도로 치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진보대통합에도 부정적인 듯하다. “반신자유주의 정치 연합”의 형태가 “선거 연합, 정책 연합이 될지, 정당 통합이 될지는 이후 여러 진보 세력과의 논의 과정에 달려 있다”는 태도다.

조 대표가 진보대통합에 부정적인 것은 심상정·노회찬의 선거 중심주의를 반대해서가 아니다.

조 대표는 진보신당 내에서도 좌파가 아니다. 오히려 우파에 가깝다. 조 대표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노동자 보험료 선제 인상 안에 기울어 있는 듯하다. 분당 전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시절에 이미 노동계급 양보론인 사회연대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쌍용차 파업 때는 피켓팅 확대를 건설하기보다는 투쟁 중재에 주력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회사(채권자)와 노동조합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합리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보신당 내 좌파(당내 여론조사에서 27.7퍼센트의 당원이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가 지도부 선거에서 대안적 후보 출마는 고사하고 조승수 후보를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심상정·노회찬과 조 대표의 핵심 차이는 좌우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대하는 태도 문제다.

조 대표는 2008년 2월 1일 “현재의 틀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선도 탈당파’다.

얼마간 이질적인 ‘독자파’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도 민주노동당을 대하는 거부감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철학과 가치가 다른 정당”이며 “앞으로는 가짜 진보와 맞짱 떠야 할 시기”라는 김은주 신임 부대표의 말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독자파’의 정서를 잘 보여 준다.

조 대표를 포함해 ‘독자파’도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때 “진보대연합”은 선거 때 진보 선거연합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총선에 독자 출마해 당선할 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곶감만 빼먹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법하다.

정창윤 전 진보신당 울산시당 대변인은 이런 “진보대연합은 정치적 수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로 당선되었음에도 당이 좀 불리하다고 단일화도 없이 완주를 고집했던 조[승수] 의원이 갑자기 진보대연합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을 누가 진정성 있게 이해할 수 있겠나.”

따라서 조 대표의 “진보대연합”으로는 노동자들의 진보 정치 세력 단결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선거 때 반짝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합이 아니라 진보정당들의 단단하고 지속적인 단결을 원한다.

물론 민주노동당 지도부도 진보대통합을 놓고 언행이 다르다.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유력한 정치도 민주연합을 더 중시하는 개혁주의다.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특히 우려하는 자주파의 ‘패거리주의’도 미해결 상태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단결 염원보다 민주노동당과의 경쟁을 더 의식하는 듯한 진보신당 ‘독자파’의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진보신당의 좌파는 노동자 계급을 단결시킬 수 있는 원칙 있는 진보대통합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