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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좀비에서 인간으로 만들 학생인권조례

서울 모 고등학교 등교하는 학생들 교문 앞에는 학생 지도라는 이름으로 아침마다 학생들을 억압하고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진보교육감이 당선하고,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전 국민의 인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음에도,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 국민에게 당연하게 보장된 인권이 유독 10대 학생들에게만 제한돼 왔던 현실 때문이다.

‘학생다움’이라는 미명 아래 똑같은 머리, 똑같은 복장을 요구받고, ‘교육의 필요’라는 미명 하에 폭력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용인돼 왔다. 이 같은 현실을 더는 ‘교육’으로 포장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9월 27일 교과부의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시도에 항의하는 교육시민단체들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은 너무나 건전하고 상식적이다.

딴지

그럼에도 조·중·동 등 보수 신문들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 선동 조례”라며 색깔을 덧씌우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무분별한 정책’이라며 진보교육감을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

보수 신문들은 ‘두발·복장 등 개성 실현’이 빈부 격차를 드러낼 것이라는 둥, ‘보충·야간자율학습 선택권’이 사교육을 기승 부리게 할 것이라는 둥, ‘집회·결사의 자유’를 절대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둥 계속 딴지를 걸고 있다.

또 교총 등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선택제나 자립형사립고가 확대되면서,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를 드러내는 ‘교복’이 오히려 빈부 격차를 보여 주는 것 아닌가? 강제보충과 야간자율학습이 실시되는 학교의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가? ‘민주 시민’을 기른다는 학교에서 시민권의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모든 내용을 G20 정상들이 안다면 다들 코웃음을 칠 것이다.

더구나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나 치마 길이를 재러 다니느라 바쁘고, 학생들을 반강제로 야간자율학습에 남게 하고, 절반 이상이 엎드려 자는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교권 추락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교장이 용의복장 지도를 위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체벌한 일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 통제는 교사 통제의 근거로 이용된다.

따라서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말 쓰여야 할 곳에 교사들의 창조적 역량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

최근 교과부가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을 다시 징계의 도마 위에 올렸다. 만약 학생들에게 정치 활동의 자유가 보장됐다면 교사의 정치적 자유도 이미 보장됐을 것이다.

학생들을 공부만 하는 기계,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백치로 만들고자 하는 교육 현실에서, 숨 쉴 곳을 만드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지금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청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학생들을 ‘좀비’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