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치 활동 자유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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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진보정당 후원 교사 1백34명을 대량 징계하려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는 최근 열린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10월 말까지 해당 교사를 파면·해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6월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으로 표현된 대중적 진보 교육 열망 때문에 징계절차를 법원 판결 뒤로 미뤄 온 시·도 교육청들은 속속 징계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를 위축시키고자, 전교조 탄압과 ‘교사 대학살’을 자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교사들의 정치 활동에 일관되게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
교총이 한나라당 후원금을 공개 조직하고, 이주호가 차관 시절 교육감 선거에 개입한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오로지 전교조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한 것, 교사들이 진보정당을 후원한 것만 문제 삼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당선한 교총(한국교원단체협의회) 회장은 “교사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활동을 보장”하라며 헌법소원까지 내겠다고 했다. 교총마저 교사의 정치 활동 자유를 요구하는 마당에 진보정당 후원이 교단을 떠나야 할 만한 징계 이유가 될 수 있는가?
로봇
법률상으로 공무원과 교사 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가 있고, 정치 활동도 금지돼 있다. 보수 언론들은 교사에게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감수성’이 큰 학생들을 물들인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들더러 정부 정책이 무엇이든지 간에 영혼 없는 로봇처럼 명령에 따라 움직이라는 강요다. 일제고사 때문에 초등학생마저 보충수업으로 내몰려도,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를 경쟁시켜도, 귀족학교를 만들어 평준화를 해체해도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최근 교과부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한다며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과 ‘나라사랑’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도 G20 정상회의를 홍보하는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있다. 정부 자신이 매우 ‘정치적인’ 교육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G20 국가들 중 하급 공무원과 교사의 정당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교사들은 민주적이고 경쟁 없는 교육을 위해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온갖 탄압과 마녀사냥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 온 전교조 교사들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벌이며 대응에 나섰다.
진보교육감 여섯 명도 교과부의 방침에 반발해 ‘징계유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힘이 된다. 더 나아가 진보교육감들은 징계 절차를 법원 판결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징계 자체를 거부하고 여섯 명이 힘을 합쳐 대중적 항의를 호소하며 정부에 맞서야 한다.
진보운동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족쇄에 갇히지 말고 교사의 정치 활동 자유를 전면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