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미국은 우경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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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공화당의 11월 2일 중간선거 승리를 티파티의 승리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랜스 셀파는 티파티의 우익적 관점과 대중의 관점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고 말한다. 랜스 셀파는 미국의 격월간 사회주의 잡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스트 리뷰》 편집위원이다.
2010년 중간선거의 정확한 결과를 몰라도 언론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첫째, 그들은 미국이 “중도우파” 나라임을 선거 결과가 입증했다고 말할 것이다. 둘째, 그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중도”(그러니까 오른쪽)로 이동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3일 오바마의 ‘내 탓이오’ 기자회견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썼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당시에 그를 중도주의자로 여겨 그에게 투표했던 많은 유권자들이 보기에 자신이 너무 왼쪽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 타임스〉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역사적인 경제난의 시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역풍인가, 아니면 ‘큰 정부’에 대한 거부의 표시인가?” 대다수 ‘전문가’들은 후자의 답을 택했다.
오바마 자신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이런 논리를 확인해 주는 듯했다. “제 생각에 유권자들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정부가 예전보다 훨씬 심하게 사람들의 삶에 간섭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잠재적으로 과도한 간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처지도 이해합니다.”
즉, 대다수 미국인들이 정부 개입을 싫어하고 재정적자를 깊이 우려한다는 신화를 대통령 자신이 인정한 셈이다.
이 신화의 생명력이 그토록 질긴 이유는 그것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식 정치를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민주/공화 양당에게 언뜻 ‘민주적인’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자신들은 그저 민의를 따를 뿐이라는 것이다.
인기 없는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실제로는 민주당의 경제 위기 대응 실패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훨씬 짙다. 선거 직전 몇 달 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와 민주당보다 더 인기 없는 유일한 정치세력이 공화당과 티파티라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 줬다.
그나마 공화당이 끌어 모을 수 있었던 표는 각종 현안에 대한 그들의 노선에도 불구하고 얻어진 것이었지, 그러한 노선 덕분이 아니었다. 2008년 대선 투표자들에 견줘 이번 중간선거 투표자들이 훨씬 더 적고 보수적이었음에도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의료개혁법 철회냐 유지/개선이냐를 놓고 투표자들의 견해는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투표자들은 또한 52퍼센트 대 39퍼센트의 비율로 대다수가 조지 부시의 부자 감세를 폐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비록 중간선거 투표자의 39퍼센트가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37퍼센트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자들이 민주당과 오바마에 극히 적대적이었음에도 그들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오바마보다는 월스트리트와 부시에게 돌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는 대다수 미국인들보다 훨씬 보수적인 표본 집단에게서 나온 것이다. 선거 직전 수개월간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가 워낙 컸던 탓에 민주당 지지율이 조금 더 높았던 몇몇 주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했다.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투표소에 나왔다는 사실은 애리조나 주에서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철폐하자는 발의가 통과되는 등 여러 가지 우파적 주민 투표 의제가 승리한 이유도 설명해 준다.
이렇듯 선거라는 것은 여론을 가늠하는 한 가지 척도일 수는 있지만 아주 조야한 척도다. 흔히 여론조사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올해 초에 통과된 민주당의 의료개혁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게 나온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의료개혁법이 충분히 개혁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의료개혁법 지지자들의 비율에 진정한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의 비율까지 합치면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이른바 ‘보수적’ 다수파는 소수파가 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이민 문제를 놓고도 과반수의 응답자들은 애리조나 주의 인종차별적인 새 이민법(SB 1070)에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30세 이하 사람들은 과반수가 이 법을 반대한다. 심지어 이 법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도 미국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해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것에는 찬성한다. 이는 우파들의 관점과는 정반대다.
달리 말하면, 문제는 미국인들의 획일적인 보수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들을 마녀사냥하고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것에는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면서도 진정한 전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할 정치적 의지는 이끌어내지 못하는, 망가진 정치 시스템에 있다.
망가진
주류 언론에게 이러한 분석을 기대하지는 말라. 그들은 공화당의 승리를 티파티의 승리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에는 지역 단위 유권자 모임들의 오합지졸 같은 집단에 불과했던 티파티는 막대한 기업 후원금과 공화당과 폭스 뉴스(사실상 공화당 선전 기구인)의 지원에 힘입어 전국적 세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부 지출과 사회적 안전망에 반대하는 티파티의 견해는 대중의 견해와 거리가 멀다. 자유주의 단체인 프로젝트 보트(Project Vote)에 따르면 “2010년도의 정치적 레토릭과는 대조적으로, 2007년부터 오늘날까지 학계와 언론이 수행해 온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다수 유권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정부가 보호해 주기를 원하며 사회보장, 메디케어, 교육과 인프라 투자 등 핵심 정부 프로그램들의 지속을 원한다는 것을 거듭해서 보여 줬다.”
게다가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고 기업 후원을 받지도 않았지만 티파티의 최대 규모 행사에 맞먹거나 압도적으로 더 큰 대중 행동들도 있었다. 2009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권리 시위, 올해 워싱턴과 애리조나에서 열린 이주자 권리 시위 등. 또한 10월 30일에 워싱턴 DC에서 열린, 우익과 티파티를 조롱하는 “제정신 차리기 그리고 경각심 회복 대회”에 20만 명 이상이 모이자 주류 언론계 인사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드러냈다.
현실에서 기성 정치권과 평범한 미국인들 사이에는 커다란 견해차가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인들의 대략 60퍼센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은 이에 아랑곳 않고 두 전쟁 모두에 최선을 다해 왔다.
사회학자 찰스 더버는 미국인들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2010년 4월의 퓨 센터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최저임금과 노동조합을 호의적으로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무력 사용보다 외교를 선호하는 성향,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 대기업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의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지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요 쟁점에서 진보적인 견해가 지금껏 우세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 하나 기억할 만한 사실은, 지난 18개월 사이 보수적 성향의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을 포함한 두 기관의 전국적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와 CBS의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티파티 지지자라고 밝힌 미국인 비율이 18퍼센트였던 것을 떠올려 보라. ‘중도 우파 나라’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의 잠재적 지지자들이 티파티 지지자들보다 갑절이나 많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앞으로 2년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지부진한 경제 회복은 수많은 사람들을 여전히 실업 상태로 남겨 둘 것이다. 주택 압류는 계속될 것이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처한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정치인들에게는 이민자와 무슬림들을 속죄양 삼는 것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양당 체제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긴축을 강요하려 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선거 결과에 슬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긴축과 마녀사냥에 맞서 행동하고 조직할 때다.
번역 천경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