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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1월 27일):
“이경훈 지부장은 총회로 김 빼지 말고 연대 파업해야 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 농성 13일째인 11월 2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3천 명이 넘는 노동자와 학생 들은 울산 태화강역에서 집회를 열고 1시간 반을 행진해 현대차 공장 앞으로 향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 해결 못 하면 민주노총 간판 내려야 합니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 농성 13일째인 11월 27일, 울산 태화강역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연평도가 불탔는데 노동자 대회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국민을, 특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노동자 대회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연평도 사건을 언급하며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폭탄이 꼭 터져야 전쟁은 아닙니다. 제 몸을 불살라 가면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자체가 전쟁입니다.”

이상수 비정규직지회장은 점거 현장에서 전화 연결로 발언했다.

“지금 이곳 농성장은 점점 먹을 것도 떨어지고 있고, 하루에 한 차례씩 굶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반드시 이곳을 사수하겠습니다. 동지들, 흔들림 없는 적극적인 연대를 당부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염원은 "비정규직철폐! 정규직화 쟁취"이다. ⓒ이미진

이경훈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어제 3주체가 모여 통일된 내용을 만들었다”며 이 안으로 “본격적으로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고 밝혔다.

그러나 어제 만들어진 ‘3주체 논의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인 정규직화 내용은 빠져 있다. 이경훈 지부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만장일치로 거부한 안을 또다시 하루 만에 다시 들이밀며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농성 해제를 압박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악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역사적 투쟁에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는 일을 그만 둬야 한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이런 이경훈 지부장의 꽁무니를 쫓고 있는 것도 정말 유감스럽다. 박유기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울산 태화강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자들이 울산 현대차공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혼란

이 때문에 집회에 참가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 노동자들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전방위적 압박 때문에 다소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안타깝게도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자신의 투쟁을 지지해 전국에서 모인 노조, 사회단체, 학생 들과 함께 행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진에 참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3주체 논의안’에 대한 긴급 토론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지회 전진근 조합원은 3주체 안에 대해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정규직화 내용이 없어요. 그것 때문에 싸워온 것 아닙니까. 점거 풀면 안 됩니다”며 분명히 반대했다.

그는 정규직에게 연대 파업을 해달라는 호소도 했다.

“우리는 같이 일하던 정규직들의 동생이고 형제입니다. ‘진짜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같이 잘 살 수 있게 연대 파업을 해주십시오.”

집회에 참가한 정규직 활동가들도 복잡한 심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종종 〈레프트21〉을 구입해 본다는 3공장의 한 정규직 조합원은 “이경훈 지부장이 또 무슨 말을 할지 보러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경훈은 지금 연대 파업을 실제로 조직해야 합니다. 그것도 모자란 판에 총회하자는 건 연대파업 안하겠다는 얘기예요. 비정규직 동지들 다 죽이는 일이죠. 이경훈은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위해 총회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동지들을 고립시키고 분열시키는 겁니다. 이번에 제대로 못 싸우면 현대차 민주노조 운동은 망하는 겁니다.”

행진 중에 만난 시트부 정규직 김용식 대의원도 ‘총회를 통한 파업 결정’ 제안을 비판했다.

“금속노조 지침이 떨어지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총회에 붙인다고 하면 지금으로선 사실 통과되기가 어렵다고 봐야죠. 대의원들과 확대간부들이 결의해 주면 연대 파업 못할 건 없거든요.

“29일 대의원대회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이번 파업의 향방도 갈릴 겁니다. 대의원대회 결정이 관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정규직의 다양한 현장조직들이 전국노동자대회에 적극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런 때일수록 활동가들이 대거 참가해 정규직 연대를 결의하고 이경훈 지도부를 압박하는 게 필요한 데 말이다.

지금은 현장조직들의 공동 행보에 매달리기보다는 좌파 현장조직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면서 다른 현장조직들을 추동하고, 그것이 다시 이경훈 집행부를 압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뜸 들이지 말고 연대 파업 실행하라"는 팻말은 정당한 요구다. 노조 지도자들은 우리 편을 비민주적으로 단속하는 것 말고 민주적으로 결정한 투쟁 계획을 실행하는 일에 집중하라. ⓒ이윤선

한편,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직국장과 현대차지부 상집간부는 집회에 참가한 ‘다함께’에 “이경훈 지부장은 뜸 들이지 말고 연대 파업 실행하라”고 적힌 팻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투쟁 확대를 꺼려 한 노조 관료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비민주적으로 통제한 것이다.

이들은 해당 팻말이 “단결을 해친다” 하고 말했지만, 이는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표현의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행위다. 오히려 농성 해제 압박으로 운동의 “단결”과 전진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경훈 지부장과 박유기 위원장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런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하기는커녕 비판으로부터 방어하는 태도를 취한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면서 민주노총의 간판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옳게도, ‘다함께’는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1백여 명 되는 ‘다함께’ 대열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대차지부·금속노조 연대파업” 등을 외치며 가장 활력 있는 좌파적 대열을 이뤘다.

또다시 ‘3주체 논의안’을 거부한 노동자들

“이런 타협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특별취재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27일, 집회 참가자들은 현대차 공장까지 행진을 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2·3·4공장 조합원들은 집회 장소인 태화강역에 남았다.

여기서 3주체(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 3지회)가 재논의한 안이 발표됐고, 조합원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27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태화강역에 남아 3주체 논의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노동뉴스〉

우상수 대의원은 “이상수 지회장이 받아온 안은 오류가 있습니다. 2차 ‘3주체 논의안’은 하나도 바뀐 게 없습니다. 이 안은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하며 분명하게 비판했다.

모비스 해고자 최우정 조합원의 비판도 이어졌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안 갖고 교섭하면 어떻게 정리되겠습니까? 이렇게 합의하면 농성 풀어야 합니다.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쟁대위에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3주체 논의할 때 뺐습니다. 결국 정규직화 없이 농성 해제하는 안입니다. 착각해선 안 됩니다.

“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우릴 초대할 수는 있습니다. 농성하니까 초대할 수는 있을 거예요. 농성 풀면 회사가 우리 정규직화한다고 할 거 같습니까? 1공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인정하는 겁니다. 농성 풀면 우리가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 절대 받을 수 없어요.”

특히, “결정되기 전에 지회장에게 나와서 우리와 직접 대화할 것을 요구합니다”하는 발언에 조합원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1공장을 지키려고 관리자들에게 죽도록 맞으면서도 우리 투쟁을 지지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빨갱이’라고 어두운데서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견디며 우리 투쟁에 함께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꺽이지 말고 투쟁합시다”는 한 조합원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간혹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조합원 대부분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구체적 명시 없이는 농성을 풀 수도, 3주체 논의안을 받을 수도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날 모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백여 명은 3주체 안에 대한 토론 내용을 쟁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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