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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 부쳐:
고용불안을 끝내고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연대 파업을 결의·실행하자

현대차 정규직의 연대 파업은 비정규직 투쟁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힘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해야 한다. 11월 27일 집회에 참가한 정규직 조합원 대열. ⓒ이미진

지금 1공장에서는 5백 명이 넘는 비정규직 동지들이 ‘반드시 정규직 아빠가 돼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싸우고 있다. 하루 종일 김밥 한 줄로 배를 채우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그 결심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비닐만 덮고 자는 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타들어 가지만 ‘물을 안 주면 오줌을 먹고서라도 버티라’며 이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다.

우리 동지들이 아니라 정몽구가 차가운 감방에서 새우잠을 자도록 해야 한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로 엄청난 돈을 벌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터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사주하는 범죄자다. ⓒ레프트21

이 모습을 보면서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1987년에, 1997년에 자신들이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감동 때문에 ‘내 일은 아니지만 도와줘야’ 하는가? 아니다! 이 문제는 도와 줄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정규직의 목을 겨누는 칼이다! 이 문제는 정규직의 생존을 위해서 바로 내 일로 여기고 싸워야 할 문제다!

단지 내 동생이, 앞으로는 내 자식이 비정규직이 될 거라서 만이 아니다. 바로 지금도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왜 아직도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는 지긋지긋한 주야 맞교대가 남아 있는가? 왜 아직도 우리는 언젠가 다시 IMF가 오면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될 거라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왜 아직도 피하고 싶은 힘든 작업이 존재하며, 전환배치 돼서 그런 일을 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가? 왜 아직도 ‘있을 때 벌자’는 심정으로 잔업·특근에 매달리며 고생해야 하는가?

이 모든 고통의 배경에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을 노리고 사측은 2000년대 이후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을 늘려 온 것이다.

계속 추진되고 있는 모듈화와 엔진 없는 전기차 시대에 비정규직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우리의 고통과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2005년 현대차 조합원 조사에서 82.4퍼센트가 ‘나도 언젠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몽구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의 주범이다. 그런데, 정몽구는 정규직에게도 주적 아닌가. 우리는 공동의 적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레프트21

무엇보다 위기가 오면 정몽구 부자는 가차없이 우리를 내쫓으려 할 것이다. 1998년에 우리는 똑똑히 봤다. 그럴 때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민주노조밖에 없다.

갈라치기

그런데 지금처럼 민주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하면 저들이 ‘갈라치기’ 하기 딱 좋다. 지금처럼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배부른 귀족노조’라고 비난받는다면 정몽구가 공격하기 딱 좋다. 이처럼 국민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백전백패다.

당장 이번 비정규직 투쟁에서 우리가 등을 돌리면 내년 임투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비정규직이 싸울 때 외면했던 사람들이 자기들 임금 올리자고 싸운다’는 비난 속에 우리는 고립될 것이고 정몽구는 마음 놓고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면 또 욕먹을 것이고,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등은 완전히 물 건너갈 것이고 우리는 계속 뺑이쳐야 할 것이다.

특별히 착하거나 동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바로 이 점을 깨닫고 있기에 이미 많은 1공장 정규직 동지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열심히 연대하고 있다. 자신한테 나온 빵과 라면을 올려 주고 모금을 해 전달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끝없이 고용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민주노조의 힘을 갉아먹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저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고, 전 국민적 지지도 있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가 나서서 확실하게 연대하면 승리는 가능하다. 4만 5천 조합원의 힘이면 불가능이 없다.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다.

1공장 안 전경. 수많은 연대·지지 배너들이 걸려 있다. 그 한 가운데 “우리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배너가 걸려 있다. 이제 배너가 아니라 사람이 이 구호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레프트21

지금 우리의 신성한 현장이 더럽혀지고 있다. 문신을 한 용역깡패들이 현장에 들락거리고 있고,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이 현장에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침낭도 없이 오들오들 떨면서 새우잠을 자고 김밥 한 줄로 배를 채우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대하는 정규직 동지들이 사측에게 폭행·협박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 대의원 동지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끝내자. 비정규직 동생들에게 실컷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따뜻하게 잠잘 수 있는 침낭을 올려 주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을 막아 내자. 금속노조 결정에 따라 당장 강력한 연대 파업을 결의하고 실행하자.

아름다운 연대로 이 투쟁을 승리하게 만들고 동생들과 기분 좋게 삼결살에 소주 한잔하자. 비정규직을 없애서 고용불안을 끝내고, 5만 5천 조합원의 막강 민주노조를 만들자.

‘자살 총회’를 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경훈 지부장은 총회를 거쳐서 연대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총회로 조합원들의 뜻을 묻는 게 더 민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깡패에게 폭행당하는 동생을 도울지 말지 투표로 결정하는 형이 있는가? 그래서 부결되면 동생이 두들겨 맞아도 못 본 척하는 게 민주주의일까? 그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이렇게 너무나 답이 명백한 문제는 투표에 부칠 게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더구나 연대 파업은 이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결정된 것이다. 우리를 대변하는 대의원이 결정해도 다시 투표할 거면 대의원은 왜 뽑고 대의원대회는 왜 하겠는가. 그래서 2007년 한미FTA 반대 파업 때도 우리는 총회 없이 파업을 했다.

무엇보다 현재 총회는 사실상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돼 버렸다. 이경훈 집행부는 ‘총회해서 부결 나는 게 걱정되면 그 전에 점거를 풀라’는 식으로 비정규직지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자꾸 곁눈질을 하지 마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고 있는데, 중재자 구실을 하겠다는 것은 이경훈 집행부가 사측의 압력을 비정규직지회에 전달하는 통로가 되겠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니라 연대 파업이고, 연대 파업을 건설할 지도자다. ⓒ이미진

실제로 사측의 이간질과 공작 속에 총회에서 연대 파업이 부결돼 버리면 그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동지들은 좌절할 것이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냉소와 환멸에 빠질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고 정몽구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자살 총회’를 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경훈 지부장은 동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마시오

정동석(현대차 울산 4공장 현장위원)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장소에서 연대파업 결정을 호소하는 현대차지부 정동석 조합원. ⓒ유병규
이경훈 지부장 동지. 동지는 비정규직 파업에 연대하겠다고 말했고 그 말을 일부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동지의 행보는 매우 우려스럽군요. 동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연대 파업 계획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해서 투쟁하는 동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죠.

또 최근 ‘불법파견 정규직화’가 분명치 않은 요구안을 받아들이라고 비정규직지회에 강요했습니다. 교섭이 이뤄지면 점거 농성을 해제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했죠. 그리고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연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압박도 했습니다.

너무나 유감스럽습니다. 비정규직과 함께 정몽구에 맞서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정몽구의 압박을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전달하는 구실을 하다니요. 동지들에게 연대할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다니요! 이게 민주노조 지도자가 할 일입니까?

왜 정몽구는 아직 협상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요구 수준을 낮추며 적 앞에서 분열해야 합니까? 법원도 인정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를 빼려고 하지 마십시오! 비정규직으로 계속 차별 당하고 살라는 말입니까?

교섭한다고 점거를 해제했다가 징계 보복을 당하고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KEC 동지들을 보면서 ‘교섭 시작하면 점거를 해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까?

이 경고장은 이경훈 지부장이 사측의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 경고장과 정반대로 지금 점거농성장에서 불순한 외부 세력은 정몽구와 관리자, 용역깡패들이다. 연대 방문자들은 우리 편이고 투쟁의 내부 세력이다. ⓒ트위터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지부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독자적인 행동에 돌입”했다고 불평해서도 안 됩니다. 깡패의 기습 공격에 맞선 사람에게, 나중에 와서 ‘왜 혼자 나서서 싸웠냐’고 따지면 안 되죠.“외부 세력들의 개입을 단호히 경계한다”는 말도 부적절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왜 “외부 세력”입니까? 우리의 소중한 동지들이지.

‘지부 집행부의 허락 없이 농성장을 방문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발표한 것도 옳지 않습니다. 연대를 차단하고 통제하려는 겁니까?

이경훈 동지. 총회한다고 김 빼지 말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연대 파업 결정을 빨리 실행에 옮기십시오.

정규직 활동가들이 구사대에게 두들겨 맞아 가며 연대하는 상황에서 집행부가 할 일은 아래로부터 연대 움직임을 받아 안고 확대하는 것입니다.

중재자 구실을 하면서 투쟁을 중단시키려는 생각을 버리고 연대 투쟁을 건설하는 데 책임을 다하십시오. 그것이 진정으로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우린 이 투쟁에서 꼭 승리해야만 합니다”

[11월 27일 현대차 정문 앞 촛불문화제에서 발표된 ‘비정규직 아들을 농성장으로 보낸 정규직 엄마의 글’을 축약했다.]

11월 15일이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저녁에 식구들과 케이크 자르고 식사 도중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함께할 것을 권유하며 옷을 챙겨 주고 등을 밀다시피 1공장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왜 제가 아들을 이 투쟁에 참가할 수밖에 없도록 했냐 하면, 아들이 12시간씩 주야 교대로 일을 하고 시꺼멓게 집에 들어설 때마다 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도 월급은 너무 작은데다 세금도 너무 많이 뗐습니다. 아들의 적은 월급에서 많은 세금이 떨어질 때는 정말이지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옵니다.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밥이라도 넣게 해주세요. 모른 척하지 말아주세요” 비정규직 차별을 계속하겠다고 최소한의 인권과 가족 간의 소통마저 짓밟고 있는 것이 현대차 사측이다. 이 투쟁의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더는 사장들 뜻대로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 파업에 연대해야 한다. ⓒ사진 제공 〈울산노동뉴스〉

그래서 전 제가 할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아들보고 싸워서 쟁취하라고 들어가라 했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제가 하겠지만 해 줄 수 없는 엄마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동지 여러분, 이 투쟁은 저 혼자의 일도 아니고, 우리 가족만의 일이 아닙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자식이 없는 분이 몇 분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아기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 애기들도 성장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짝반짝 눈들이 바라봅니다. 우리를 바라보며 귀가 쫑긋 열려 있습니다. 어느 누가 보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린 지금 의미 있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말로 하는 ‘노동자는 하나다’가 아닌 실천하고 행동하는 진짜 살아서 움직이는 하나입니다.

정규직 조합원이 연대 방문을 와 자신의 방한 점퍼를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벗어 주고 돌아갔다. 이런 연대가 연대 파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트위터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촛불이 하나일 때는 이 어둠을 헤쳐 나가기 어렵지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수많은 촛불 행렬로 이어질 때 이 캄캄한 어둠은 횃불의 행렬로, 희망의 불빛으로 바뀔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됩니다. 그러면 2년에서 1년짜리 인생으로 떨어집니다. 어제 옆에 있던 동지가 퇴직하고 난 자리,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앞에도 뒤에도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지금 이 현실을 몸소 피부로 느끼는 동지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린 이 투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꼭 승리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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