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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반제국주의가 아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쇠퇴하는 경제적 영향력을 여전히 막강한 군사력으로 만회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벌인 야만적인 침략 전쟁은 이런 전략의 결과였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은 북한의 군사 위협을 과장해 ‘평화’의 유일 관리자를 자임해 왔는데 그 실상은 군사적 대북 압박이었다.

매번 약속을 어기고 사태를 악화시킨 것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북미공동선언을 무시했으며, 9·19 공동선언은 바로 뒤집었다.

이런 군사·경제적 압박이 북한 정권을 핵과 미사일 개발, 벼랑끝 외교로 내몬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반제국주의 저항으로 볼 수는 없다.

첫째, 핵은 인류와 환경을 오염하고 파괴하며 폭격 지역의 인간을 절멸시키는 무기일 뿐이다.

따라서 방어적 억지 수단일 뿐이라는 변호도 명분이 없다. 약소국의 핵무장은 제국주의 핵 강국들을 흉내내는 것일 뿐이다.

둘째, 군비 증강으로 강대국에 맞서려면 다른 분야를 희생해 가용 자원을 군사 분야로 최대한 집중시켜야 한다. 이 과정이 3대 세습 같은 권력의 초집중, 비민주적 억압의 강화, 노동계급 삶의 희생을 낳았다.

올해 김정일은 “[인민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주겠다”고 한 아버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만성 식량부족국가가 돼 버렸다.

그 뒤 국제협상에서 북한의 요구 중 빠지지 않는 게 식량 지원이었는데, 정작 북한 정권의 우선 순위는 군비 증강에 가 있다.

결국 민중의 희생으로 군비를 늘리는 것은 북한 체제의 억압적·착취적 성격을 드러낼 뿐이다.

체제의 우선순위

셋째, 이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북한은 진정으로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대중적 지지를 동원할 수 없다. 사실 북한 정권은 이에 관심도 없다.

대규모 살상무기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연평도처럼 군사 보복식으로 대응하면, 표적이 되는 상대 국가(남한)나 제국주의 국가들의 민중에게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남한의 반제국주의 운동이 매번 부딪히는 어려움이다.

역설이게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시도는 미국 제국주의의 동북아 개입을 정당화하고 일본이 재무장하는 명분을 쌓는 데 이용됐다.

반대로 체제와 정권이 진정한 개혁을 제공하면서 ‘세계적 반동의 보루’인 미국 제국주의와 맞서는 경우, 나라 안팎에서 진정한 반제국주의 대중 동원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제국주의 연합군을 물리친 배경이다.

비슷한 예로, 미국은 반(反)차베스 우익 쿠데타를 세 번이나 후원했는데, 이들은 번번이 민중 저항에 직면해 실패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운동에 지지를 호소하다가도 한편에서 관료와 군부에 의존하고, 중국 같은 비서방 강대국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최근에는 핵개발을 선언했다.

이런 사례는 반제국주의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이 돼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제국주의 체제는 자본주의 기업 경쟁이 국제적 규모로 확산한 결과다. 호전적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세계를 바꾸는 일은 자본주의를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목표는 제국주의 미국에게서 “체제 보장”을 받고 그 질서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넷째 이유다.

김일성은 1994년 전쟁 위기 때 방북한 카터에게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다’고 말했고,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같은 언급을 김대중에게 전했다.

“철천지 원쑤”의 군대를 통일 후에도 수용한다는 것은 현재의 주둔도 인정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반제국주의 투쟁’이라는 신화를 거부하고 아래로부터 진정한 반제국주의 저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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