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이티의 대부분 지역은 파괴된 상태 그대로다. 모두가 원조를 약속하고 정치가·유명 인사들과 미군과 유엔군 수천 명이 밀어닥쳤는데도 평범한 아이티인들의 생활은 더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됐다.

아이티는 해외의 개입으로 평범한 아이티인들이 재앙으로 내몰린 최근의 사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노와 괴로움이 깊어졌다.

저술가이자 아이티 전문가인 피터 홀워드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민 대다수가 반복적으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아직도 가까스로 견뎌내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집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마련된 텐트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지진의 잔해는 거리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피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돌무더기를 전혀 치우지 않았어요. 한 5퍼센트 정도 치웠을까요.”

수십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다. 최근 유엔 보고서를 보면 아동 세 명당 한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한다.

아이티에 온 1만2천여 비정부 기구들은 놀랍게도 콜레라 유행병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12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적어도 3천3백여 명이 사망했다. 아마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때만 되면 시신들이 포르토프랭스 외곽 티타넨의 악명 높은 매립지로 실려와 매장됩니다. 내 친구의 말로는 날마다 적어도 20구의 시체가 새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 시신들은 대개 병원에서 실려 온 시신들이 아닙니다. 그렇게 된 지 몇 주도 넘었습니다. 내 친구는 사람들에게 시신의 매장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아마도 특히 시골에서는 시신 수천 구가 아무도 모르게 매장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더군다나 아이티인들은 11월 28일에 선거도 치러야 했다. 부정이 난무한 나머지 대부분의 후보들마저 선거 무효를 요구했던 선거가 치러졌다. 피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엉터리 선거의 불합리함을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워질 정도입니다.”

가장 지지율이 높은 좌파 정당 라발라스가족당은 선거 참여가 완전히 금지됐다. 선거 때마다 라발라스가족당의 후보가 당선했는데도 말이다.

피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국 그 목적은 아이티에서 열강의 주요 골칫거리, 즉 풀뿌리 정치 운동의 활력과 그와 가장 밀접한 정당인 라발라스가족당을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선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로 무려 19명이나 출마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후보자들은 프랑스와 미국이 출마를 허락한 후보자들이기 때문에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에 의해 강제로 추방당한 라발라스의 대중 지도자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의 선거 보이콧 호소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투표율은 역대 투표율보다 턱없이 낮은 23퍼센트였다.

많은 투표소는 ‘불안’을 핑계로 일찍 문을 닫았다. 나머지 투표소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일부 아이티 유권자들은 투표인 명부에 이름이 등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할 수조차 없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두 후보자(아마도 세 후보자) 사이의 결선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결선에 오른 후보자 셋 모두 현상유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입니다. 밀랑드 마니가는 아리스티드 이전의 구질서와 군대를 기반으로 삼다 쫓겨난 뒤발리에의 지지자입니다..”

“미셸 마르텔리는 포퓰리스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기도 하지만 마찬가지의 인물입니다. 명백히 뒤발리에 지지자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아리스티드에 맞선 위험한 쿠데타를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쥬드 셀레스틴은 [현직 대통령] 르네 프레발과 유사한 인물입니다. 관료 출신인 그는 정치 공약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티의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티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에게는 결선 투표가 진행돼야 할 다른 동기들이 있다. 피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선 투표를 통해 아이티에 이른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있다고 국제 사회에 천명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