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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지진:
지배자들의 늑장 대응, 가난한 사람들 피해 키워

모로코 지진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국왕 무함마드 6세 정권의 부패와 총리 아지즈 아칸누시의 실패를 보여준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함마드 6세는 평소처럼 프랑스의 대저택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지진 대비는커녕 변변한 의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출처 UNESCO Maghreb/Eric Falt

9월 11일 월요일 기준 사망자는 약 2600명에 이르렀다. 잔해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파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일요일, 모로코 대지진 진원지 근처의 공동체들은 파괴와 분노의 현장이었다. 현지 주민들은 맨손에 의지해 잔해 속에서 가족들을 꺼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약속한 구조팀은 찾기 힘듭니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 위쪽의 마을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아요.” 무함마드 6세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 20시간이 지나고서야 모로코의 호화로운 궁전으로 돌아와 성명을 내놨다. 국가 차원의 중요한 결정을 집행하려면 왕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무함마드 6세의 늑장 대응은 더 많은 희생을 낳았다.

물라이 브라힘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무스타파 이시데는 식량 지원이라고는 시민단체가 제공한 것들뿐이라고 말했다. “식량은 전부 모로코 시민들이 보내 준 것이었다. 앰뷸런스가 왔지만 거의 다 외국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모로코에서 가장 가난한 곳에 속하고, 전기나 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집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모로코의 시골 마을 주민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뒤따른 인플레이션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올해 5월 무함마드 6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끔찍한 긴축을 강요하는 IMF와 합의했다.

[주요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한 발짝만 걸어 나오면 사람들은 마치 중세 시대나 다름없이 살아갑니다.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듯해요. 이번 재앙과 같은 위기 때 한계 상황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 밝히 드러납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모로코 역사·정치 전문가 사미아 에라주키의 말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났고, 사회에서도 주변화됐습니다. 2016년 히라크 운동* 때처럼 사람들이 경제적 지원과 기반 시설, 개발을 요구하면 전부 감옥에 끌려갔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조차 이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기반 시설도 없습니다. 병원 시스템은 엉망진창입니다.”

늘 그렇듯 ‘자연재해’는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우선순위를 드러낸다. 규모 6.8을 기록한 모로코 지진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2022년 후쿠시마에서 더 큰 규모 7.4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건물이 더 잘 지어진 덕에 사망자가 4명뿐이었다.

모로코 내에서도 관광이 발달한 지역은 피해가 훨씬 적었다. 마라케시에서 게스트하우스 협회를 운영하는 사뮈엘 루르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진 피해 사진을 보고 마라케시의 소식을 들으면 이것이 같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주요 관광지인] 구시가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1만 채가 넘는 주택과 숙박 시설 중 무너진 것은 50채도 되지 않습니다.” 큰 타격을 입은 주변 마을과는 다르게 마라케시에서는 “공항·통신·수도·전기 등 기반 시설이 별다른 타격 없이 계속 운영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사치를 즐기는 무함마드 6세

측근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왕”이라고 추켜세우는 무함마드 6세는 막대한 사업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총재산은 최대 65억 파운드[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3년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로부터 7500만 파운드[약 1250억 원]를 주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근처에 있는 대저택을 매입했다. 무함마드 6세는 방 12개가 딸린 샹 드 마르 공원 근처의 그 집을 매입하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국방장관이자 왕족인 칼리드 빈 술탄과 직접 흥정을 했다.

2022년에 무함마드 6세는 스페인 정부와 공모해 모로코에 위치한 스페인의 고립 영토 멜리야의 국경 지역에서 [스페인령으로 진입하려던] 이주민을 100명 가까이 학살했다. 지난해에는 모로코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연료와 필수품 가격 폭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물가 폭등으로 끔찍한 빈곤에 빠진 사람들을 정부가 보호하지 않는다며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2011년 아랍 혁명 때 모로코에서도 반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배층은 보잘것없는 양보를 내놓고는 탄압으로 대응하며 운동을 짓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