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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혁명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간과해선 안 돼

무바라크가 쫓겨난 후 흥분 속에 신문 거리 판매를 하고 토론하던 중 이집트 혁명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한 동지는 혁명이 경제 위기 및 삭감 정책에 항의하는 맥락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반제국주의적 성격보다는 반자본주의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후 이집트에 다시 친미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낮지 않고, 제국주의에 얼마나 타격이 갈지도 두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혁명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우선,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와 그에 맞선 투쟁은 지난 이집트 1백 년 역사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이고, 따라서 “지금 무바라크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억압자에 맞선 이집트인들의 오랜 투쟁 역사의 일부”다. 일례로 1940~50년대에 영국 점령군과 친영 왕조에 맞선 대규모 민족주의 운동이 벌어졌고, 이후 나세르주의자, 무슬림형제단 등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아랍민족주의가 대중적 지지를 받아 왔다.

또, 이집트의 빈곤과 권위주의는 제국주의와 긴밀히 결합돼 있다.

미국은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다른 국가에 떠넘기는 근린 궁핍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물가가 오르고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 이집트 민중의 삶이 더 악화됐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억압해 왔고 이에 협조하는 무바라크 정부에 대한 민중의 반감이 강했다.

무바라크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반감 속에서도 친미 정책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분리해선 안 된다.

특히 중동처럼 미국의 제국주의 세계 지배 전략의 핵심 요충지에서 지배계급에 반대하는 운동은 필연적으로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

또, 친미적인 무바라크를 물리친 후 운동은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설사 친미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순조롭게 친미 정책을 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