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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대한 반감이 표출될 4·27 재보선

4·27 재보궐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예비전이 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도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반이명박 정서가 표출되는 장이 될 듯하다. 지난 1년간 이명박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가 사상 최대로 치솟으며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고스란히 깎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교육비를 줄이고, 고기 대신 두부를 먹으면서 생활 수준을 낮추고 있다. 전월세 값 폭등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4·27 재보선 후보단일화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울산지역 야4당 후보들 반이명박 정서에 공감해야 마땅하지만, 계급연합이 이명박에 맞선 투쟁에 미칠 악영향에 눈 감아선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을 압박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물가 인상을 방관했다. 정부 자신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물가와 등록금, 전셋값 인상을 부추겼다.

노동자·서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겪을 동안, 고위 공직자들은 부동산·주식 ‘대박’으로 쾌재를 불렀다. 고위 공직자의 69.2퍼센트가 재산이 늘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무려 2백 68억여 원에 이른다.

이런 불평등을 만들어 낸 정부에 대한 분노가 지금 이명박이 겪고 있는 레임덕의 배경이다. 〈조선일보〉 김대중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현상을 감안하고 국민의 욕구와 불만의 정도를 고려한다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한다.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워낙 커서 한나라당 인사들조차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김해(을) 한나라당 후보 김태호는 ‘도움이 안 된다’며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했다. 신공항 계획 철회를 계기로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명박에게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명박과 거리 두기를 한다 해도, 이번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죄다 반동적이다.

최대 격전지인 분당(을)에 출마하는 강재섭은 한나라당 대표 출신으로 한나라당의 우파적 정체성의 화신이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현재를 지키는 법이라면, 사립학교법은 미래를 지키는 법”이라면서 ‘4대 개혁입법’ 중 하나였던 사립학교법 재개정 원천무효 운동을 주도했다. 2008년 에는 촛불시위를 “해충과도 같은 존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김해(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김태호는 온갖 비리 의혹과 추문으로 지난해 8·8 “쓰레기 개각”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낙마한 지 1년도 안 된 자를 재활용할 정도로 한나라당은 오만하고 낯짝이 두껍다.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엄기영은 일본 핵 재앙을 뻔히 보고서도 삼척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겠다고 한다.

이런 자들의 집합소이자 반동적 정책으로 우리 모두를 고통스럽게 해 온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야권연대가 한나라당 심판의 대안일까?

지긋지긋한 이명박 3년의 악몽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심판을 위해 투표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처럼 어느 정도 반MB정서의 수혜를 입을 듯하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과 복지에 대한 열망에 편승하려고 무상의료 등을 공약하며 이른바 ‘좌클릭’을 시도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아서 흔쾌히 투표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호감보다는 이명박에 대한 반감이 지금 대중의 주된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의 개혁 염원 대중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패배를 위해 한나라당의 상대가 누구든 표를 던질 태세가 돼 있다. 우리는 이런 심정에 십분 공감하며, 한나라당이 보기 좋게 패배하길 바란다. 이것은 이명박을 레임덕 수렁에 더 깊이 밀어넣을 것이고, 이명박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진보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곳에서는 진보적 대중이 개혁적으로 여기는 민주당·참여당 후보들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명박의 패배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는 원칙이 아니라 전술이기 때문이다.

선거공학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반이명박을 이유로 민주당·참여당과 전략적인 선거연합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진보연대를 포함한 ‘시민4단위’는 진보정당들에게 민주당·참여당과 선거연합하라고 압박하는 구실을 자임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전술로 여기고 있다. 진보신당은 최근 당대회에서 민주대연합을 비판하며 ‘독자노선’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야권 선거연합은 선거공학으로만 보면 대체로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만 봐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반민주 정책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민주당과 전략적 선거연합은 이명박 정부와 정책에 맞선 투쟁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반노동자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고 모순 투성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채택하고선 의료민영화의 상징인 제주 영리법인 설립을 지지하고, 4대강 사업 등 이명박식 ‘삽질 경제’에 반대한다면서 자신들이 집권하면 신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전북의 여당”인 민주당은 전북 버스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경찰력을 투입했고, 민주당원인 전남도지사는 영산강에서 4대강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에 나타나는 한계다.

이런 민주당과 계급연합하는 것을 우선하면 이명박에 맞선 투쟁은 발목이 잡힐 것이다. 민주당의 전북버스 파업 공격에 민주노동당 중앙당 지도부가 침묵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당장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민주당 손학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진보정당 지도부는 손학규 지지 운동을 하게 되는 모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순

울산 중구에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진보신당 울산시당 지도부는 자신들이 세금체납과 탈세, 논문표절 의혹이 있다고 비판한 민주당 울산 중구청장 후보의 승리를 위해 공동선대본을 구성할 판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진보정당의 대의와 정체성만 훼손되고 핵심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

4월 2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김해의 한 중앙위원은 당 지도부가 민주당이 양보한 순천과 울산 동구만 꼭 당선시켜야 할 곳으로 꼽다 보니 김해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연히 사퇴할 것으로 여겨져 지지율이 초기보다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하면서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독립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 노동자·학생들이 임금인상·등록금 동결 투쟁에 나서는 상황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에 좋은 기회다. 선거 공간은 이런 투쟁을 고무하고 뒷받침하는 장으로 이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