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다.
이갑용 후보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 탄압을 일삼은 민주당과 진보 양당이 연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중의 소리〉는 이 점이 못마땅했는지 이갑용 후보가 ‘고춧가루 뿌리며 한나라당 도와주러 나왔다’는 식으로 비난 기사를 내보냈다가 사실 관계 정정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그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이더라도 진보정당 소속이어야 지지할 수 있다는 정치 방침을 근거로 이갑용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갑용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며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징계 요구를 거부하다 구청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로 지지 후보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군색해 보인다.
물론 이미 울산 진보진영 다수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기 때문에 곤란했을 수 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이 할 일은 두 진보 후보의 단일화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단일화 중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를 유일한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공표했기 때문에 단일화 촉구는 이갑용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갑용 후보가 출마 이후 한나라당 비판보다 민주대연합을 이유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비판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아쉽다. 누가 진정한 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는 분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못 믿을 자본가 정당인 것은 맞지만, 지금 야권 단일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이 선본이 민주당 때문에 불필요한 타협을 하거나 실책을 한 것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가장 좋은 것은 울산처럼 진보정당들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이 단결해 한나라당에 맞서며 민주당과 다른 진보적 반MB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두 후보의 기본적인 강령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단일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도 아니다.
단일화가 된다면,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고, 이후 이명박에 맞선 투쟁에 나서려던 노동자들이 두 후보의 경쟁을 보면서 느끼는 곤혹스러움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