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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과 좌파의 구실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가 진보대통합을 우경화 방향으로 끌고 갈 뿐 아니라, 이에 반대할 것이 분명한 급진좌파를 계속 배제하고 있다.

‘반자본주의 단체는 안 된다’는 이유로 다함께의 참가 신청은 계속 보류되고 있다. 연석회의는 공식적으로는 ‘다함께가 민주노동당 의견그룹’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것은 핑계일 뿐이다. 다함께가 민주노동당과 조직적·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진보진영에서 다 알려진 사실이다.

좌파는 연석회의의 우경화 시도를 막기 위해 원칙 있게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연석회의 내에서 상대적 좌파로 여겨지는 김세균 교수와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은 그동안 이런 방향에 사실상 동조해 왔다. 진보교연은 민주당과의 연합을 우선하는 것에 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조건부 후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며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의 전 단계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는데, 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지할 좌파들의 원칙 있는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김세균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그보다는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범PD 경향의 무원칙한 연합을 통해 지분을 챙기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한편, 우경화된 진보대통합에 대한 진보신당 ‘독자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적은 통합론 배후의 ‘민주연립정부’ 노선”이라며 현재의 진보대통합 움직임과 선을 그었다. 진보신당 김은주 부대표를 포함한 ‘독자파’ 중 일부는 더 나아가 사회당 등과 합세해 5월 21일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를 출범하려 한다.

현재 진보대통합의 주요 추진자들이 진보대통합을 민주당과 계급 연합하는 지렛대로 쓰려 한다는 이들의 비판은 옳다. 패권주의적 통합에 대한 반발과 북한 3대 세습 비판도 공감할 만하다.

그럼에도 진보의 단결을 바라는 대중적 염원을 고려해, 분열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이 되도록 개입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 점에서 민주당·참여당까지 통합대상으로 보는 ‘대통합파’보다 민주노동당과 통합하자는 ‘소통합파’가 더 문제라는 식의 장석준 씨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게다가 진보신당 ‘독자파’가 과연 일관되게 좌파적 견지에서 계급연합을 반대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주장도 있다. 가령, 김종철 진보신당 서울 동작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자본주의 구조 변혁”이 중요하다면서도 노동자들의 세금을 더 걷는 “보편적 증세”를 과제로 내세웠다. 장석준 씨는 내년 대선 후보 문제를 논하며 “범 민주당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진보신당 이재영 정책위의장도 “연립정부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고] … [진보정당이] 규모도 더 커지고 내부 결속력이 강해졌을 때”는 연립정부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개입적 태도

급진좌파는 진보대통합 과정이 어차피 민주대연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을 방관해선 안 된다.

진보개혁 대중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저지할 대안을 염원하고 이를 위해 진보가 단결하길 바라는 상황에서, 좌파의 방관적 태도는 우경화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에게 사태의 주도권을 넘겨 줄 뿐이다. 또, 노동자 대중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 행사를 방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급진좌파는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이 되는 것을 원칙적이고 분명한 자세로 비판하면서 진보대통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명박에 맞선 진보적 대안을 염원하는 대중과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그들 속에서 급진적 대안을 주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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