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건설에는 도움이 안 되는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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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이 보여 줬듯이 야권연대가 선거에서 이명박을 패배시키고 진보진영이 선거에서 실리적인 성과를 얻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계급연합하는 전략은 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대중 투쟁의 발전을 가로막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 등록금 투쟁에서도 이것이 나타나 왔다. 올해는 여러 학교에서 몇 년 만에 전체 학생총회가 성사되며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 벌어졌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두 배로 올라 학생들의 고통과 불만이 컸고 이명박의 레임덕 속에 자신감도 서서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전 사회적 관심과 지지 여론도 높았다.
몇몇 대학에서는 총회 이후에도 투쟁이 이어졌다. 서울에서만 대학교 거의 열 곳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됐는데, 이렇게 여러 학교가 동시에 점거 농성 등으로 투쟁을 발전시켰다면 훨씬 큰 압력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대련 지도부는 대학 당국에 맞서는 투쟁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 하기보다는, 4월 들어서는 1인 시위, 국회의원 서약 운동 등으로 투쟁 방향을 전환했다.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대정부 투쟁’은 사실상 민주당과 손 잡고 의회와 정부를 장악해서 관련 법안 통과시키기를 뜻했다.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통한 집권’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해 투쟁을 보조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더 커진 것이다.
‘반값 등록금’ 같은 구호를 내세우며 당장의 구체적 투쟁 과제를 외면하는 일이 계속됐다.
대선과 총선
한대련은 5월 28·29일 ‘한대련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지금 대학생의 말을 듣지 않으면 ‘1년 뒤에 큰일난다!’는 것을 보여 주자”고 말한다. 대선과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하대, 고려대 등 총회 이후 점거 등을 하며 투쟁을 지속하려고 노력한 대학들에 대한 실질적인 연대는 건설되지 않았다.
한대련 지도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고려대, 이화여대 총학생회 활동가들도 학내 투쟁을 더 진전시키기를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며 적절한 수준에서 투쟁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다.
결국 고려대, 이화여대에서는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지는 못한 채 학교 측의 일부 양보안을 받으며 투쟁이 정리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동자 운동에서도 최근 민주당과 계급연합 전략(야권연대)은 투쟁의 요구를 제한하고 김을 빼는 구실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함께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이제까지 제기해 오던 8개 요구 중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 요구를 제외했다.
그러나 한EU FTA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 합의 내용을 내팽개치고 사실상 FTA를 통과를 방기한 것을 볼 때 노조법에서 민주당과 합의한 5개 요구마저 믿을 수 있을까?
헛된 환상
민주당에 대한 헛된 환상을 부추기며 투쟁 동력을 갉아먹는 것은 선거라는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려고 계급투쟁이라는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자초하는 길이다.
이미 지난해 KEC,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등에서 야권연대를 바탕으로 한 국회의원들의 개입은 노동자들에게 점거투쟁을 접으라고 압력을 넣는 구실을 했다. 결정적인 시기에 점거를 푼 KEC 노동조합은 투쟁에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최근 노동자들이 노조를 집단 탈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좌파 활동가들은 야권연대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아래로부터 노동자와 학생들의 투지와 자신감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투쟁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의 자신감이 높다면 야권연대가 투쟁에 브레이크를 거는 구실을 하기 힘들 수 있다.
전주 버스 노동자들은 개혁주의 지도부가 야권연대를 추구하며 투쟁 건설을 회피하는 시기에도 단호하게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전주 버스 노동자들이 1백40일 동안 온갖 탄압에 맞서며 파업을 벌였지만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파업 지지 성명 하나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위력적인 연대투쟁 건설을 소홀히 했다.
그러나 전주 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컸고, 민주당 지방정부에 느끼는 배신감도 컸기 때문에 단호하게 투쟁했다. 이런 투쟁은 민주노동당의 지역 활동가들로 하여금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며 민주당을 비판하게 만들었다.
4·27 재보선 때도 전주 지역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독자적인 진보 후보를 내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버스 파업을 옹호했다.
전주 버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껄끄러워 하는 것도 무릅쓰고 손학규 낙선 운동을 경고하며 민주당을 과감히 공격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전주 버스 사례에서 보듯 야권연대를 뛰어넘어 투쟁을 진정지킬 수 있는 힘은 노동자·학생 들의 투지와 자신감에 달려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선진적인 노동자·학생 들과 소통하면서 노동자·학생 들의 자신감을 고무하며 투쟁을 전진시키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