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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 최후진술:
“지배자들을 향한 비판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

지난해 5월 7일 우리 6인은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됐고,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총 8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진행된 재판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거짓과 모순이 모두 드러났습니다. 이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신문 판매 행위를 집회로 둔갑시키려던 검찰의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합법 정기간행물인 〈레프트21〉 판매 사실을 왜곡하려고 ‘〈레프트21〉이라는 신문 형식의 유인물’을 창조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문제의 ‘유인물’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왜 압수하지 못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경찰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는 답변만 늘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재빨리 버렸다는 것입니다. 당시 경찰은 우리 가방을 영장도 없이 압수했습니다. 더구나 경찰은 이에 항의하는 우리에게 “공무집행 방해로 수갑 채워 연행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찰 몰래, 그것도 유인물만 따로 버릴 수 있었다는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연행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서초경찰서 경위 이종순은 자신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우리가 판매를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이 이를 근거로 추궁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판매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미신고 집회의 핵심 근거 중 하나가 허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둘째, 검찰 측 증인인 신고자도 우리가 집회를 한 게 아니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신문 기사를 소개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집회로 볼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본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누구나 자기 주장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를 옹호했습니다.

셋째, 검찰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집회의 근거로 유인물과 함께 팻말과 구호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런데 거리를 나가 보십시오. 흔히 볼 수 있는 상품 판촉 행사에는 늘 팻말과 구호가 있습니다. 우리는 〈레프트21〉의 기사 표제를 알리기 위해 팻말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신문 내용을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는 통상적인 집회와는 다른 것입니다.

사실 유인물·팻말·구호 등은 기본적인 표현 수단일 뿐이지 그것 자체만으로 집회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도 1993년과 1996년에 '표현의 매개체에 제한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1991년에 서울지방법원은 노동조합의 유인물을 언론 자유의 대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레프트21〉 명의의 유인물을 나눠 줬다고 해도, 그 이유로 우리가 연행될 수는 없습니다.

국가 권력은 〈레프트21〉 이름으로 발행되는 그 어떤 간행물 배포도 방해할 수 없습니다. 〈레프트21〉은 법인으로 등록된 간행물인데다, 신문 유통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프트21〉은 노동자·서민의 관점을 대변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 광고와 정부 후원을 받지 않고, 직접 독자에게 판매하는 신문입니다. 이것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시도입니다.

검찰과 경찰은 이런 〈레프트21〉만의 고유한 유통 방식을 문제 삼아 공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론의 자유는 독자가 기사를 읽는 단계까지 구현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입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검찰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입니다.

넷째, 검찰과 경찰은 우리의 혐의에 대해 오락가락했습니다.

공소 내용은 정확히 우리의 판매 행위를 집회로 몰았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연행에 항의해 연좌한 것도 집회로 몰았습니다. 판매 행위를 집회로 보기 어려워지자 검찰 스스로 공소 사실을 무시해 버린 것입니다.

사건 당일 경찰이 우리에게 덧씌우려 한 혐의는 무척 많았습니다. 경찰은 처음엔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더니, 나중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우리를 잡아 두고 무단으로 짐을 수색했습니다. 지친 우리가 연좌를 시작하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간 집시법 위반”이라며 우리를 연행했습니다.

그러나 경찰로서는 애석하게도 집시법의 ‘야간 집회 금지’조항이 위헌 판결로 무력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의 죄명은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바로 미신고 집회로 말입니다.

애초에 경찰은 우리가 연좌한 최후의 상황을 집회로 간주했습니다. 그래서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들은 하나같이 연좌를 집회로 몰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재판에서 소병진 판사가 지적했듯이, 상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집회로 보진 않습니다.

사상 검증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는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든 우리를 처벌하려고 갖은 억지를 다 동원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처럼 검찰의 주장은 전혀 정당성이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검찰이 대체 왜 이러는지 궁금해집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안보 위기는 사기다. 이명박 정부는 군비 증강이 아니라 복지를 늘려라.”, “IMF 긴축에 맞선 그리스 반란, 한국에서도 저항이 필요하다.”

공소사실에 가득 기재된 〈레프트21〉의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것은 검찰이 〈레프트21〉의 주장에 주목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경찰 이종순은 우리를 연행할 때 “국가보안법”과 “사상 검증”을 운운하며 협박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파는 것도 문제 삼을 거냐는 물음에 정치적 “내용에 따라”규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검사는 〈레프트21〉의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이런 주장을 하는 신문 판매를 본 적 있느냐”고 했습니다.

즉, 진정한 속내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 꼴 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물론 검찰은 우리가 처벌로 위축되길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우리는 위축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거리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대는 앞으로도 무망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불가피하게 집회 신고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문 판매를 집회로 보는 서초경찰서와 검찰의 시각은 국가 기관 내에서도 유별난 것인가 봅니다. 연행 사건 이후 대학로 거리 판매를 위해 〈레프트21〉이 집회신고서를 내자, 혜화경찰서는 “신문 판매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집회신고서를 반려했습니다. 그래서 〈레프트21〉 측은 어쩔 수 없이 경찰이 집회라고 인정하게끔 신고서를 꾸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쓴웃음을 자아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문 판매를 위해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을 검열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집회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판매를 불허하면 그만입니다. 그야말로 신종 언론 통제입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11월 G20 서울 정상 회의가 열릴 때, 〈레프트21〉은 G20 회담이 경제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전 세계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려는 회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때 경찰은 이미 접수한 강남역 거리 판매를 마음대로 불허했습니다. 집회 신고를 냈을 때는 허가해 놓고 말을 바꿔 불허 통지한 것입니다.

심지어 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마저 가로 막았습니다. 명분은 강남역이 G20 경호특별법상 경호 구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신문 판매와 경호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입니까?

이런 정황을 봤을 때, 미신고 집회는 명분일 뿐, 정부에 비판적인 주장을 위축시키고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우리를 기소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사실 2008년 거대한 촛불항쟁 이후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막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촛불이 다시 타오를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우리가 연행당한 지난해 5월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지방 선거를 빌미로 진보적 주장을 공격하던 때였습니다. 이런 공격은 지금도 이어져서 최근에는 국가보안법으로 진보 단체들을 공격했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G20을 풍자한 쥐 그래피티마저 처벌했습니다. 정말 옹졸한 정부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가 연행된 이후에도 곳곳에서 노동자와 학생 들의 저항이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승리했고, 최근에는 높은 등록금에 맞서 대학생들이 일어섰습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 줍니다.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친서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저임금·고물가로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동안 정부가 깎아 준 부자들의 세금만 한 해 13조 원입니다. 실상 그것은 공정과는 하등 관계없는 ‘서민 죽여서 부자 배 불리기’였던 것입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는 평범한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레프트21〉과 같은 비판적 언론을 증오합니다. 〈레프트21〉이 정부가 숨기려 하는 진실을 폭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더한층 레임덕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쌓여 있던 분노가 분출할 조건을 무르익게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더더욱 민주주의를 억압하려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지금 아랍의 평범한 노동자와 청년 들이 수십 년의 억압을 뚫고 일어나,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랍 혁명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공격은 언젠가 부메랑이 돼 정확히 자신의 정치적 심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제 사건의 본질이 분명해졌습니다. 대중적 분노가 저항으로 분출할까 두려운 정부가 비판을 막으려고 부린 꼼수입니다.

그러므로 법원이 진정 헌법에 충실하고 민주적 가치를 중시한다면, 무죄를 판결해야 합니다. 만약 법원이 유죄를 판결한다면, 스스로 정체성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잘못된 이 체제와 지배자들을 향한 비판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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