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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진 최후진술:
“노동자 투쟁의 어퍼컷을 날려 승리합시다”

한국은 지독히 불평등합니다. 한쪽에서는 3백 조 원이 넘는 돈이 기업 잉여금으로 쌓여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 70만 명이 급식비가 없어 굶고 있습니다. 주택 보급률은 1백퍼센트를 훌쩍 넘었지만,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절반밖에 안 됩니다.

비정규직이 9백만 명에 달하고, 한국 노동자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는데도 OECD 평균의 절반 임금밖에 못 받습니다. 젊은이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고 울부짖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일이 너무 많아 과로사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약한 자, 못 가진 자는 점점 더 빼앗기고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견딜 수 없는 불평등 앞에서 우리 서민들의 가슴은 피 끓는 울분으로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울분을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동안 고려대, 이화여대, 연세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동국대, 홍익대 등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에 하루 식대로 3백 원을 받았고, 휴게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밥을 먹거나 새파랗게 어린 소장에게 노예 취급 당하는 식의 천대를 당해 왔습니다.

이 투쟁은 전 사회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정치인은 물론이요, 연예인과 학생들의 연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회정의를 가르쳐야 할 대학들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지를 받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의 투쟁이 고통받고 소외받는 우리 모두의 염원을 대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고물가 시대,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임금을 삭감당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대다수 사람들의 바람과 꼭 같습니다.

대학은 수천억 원 적립금을 쌓아놓곤 비정규직을 가혹하게 착취했습니다. 이는 4대강 살리기, 부자 감세로 수십조 원을 써놓고도 돈이 없다며 복지를 삭감하는 현 정부의 모습과 꼭 같습니다.

부의 공정한 분배를 촉구하는 정의로운 저항, 노동자 투쟁을 지지합니다.

한편, 노동자 투쟁은 정의로울 뿐 아니라 강력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통전가에 맞서려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힘에 주목해야 합니다. 파업을 벌인 연세대 청소 노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꼈어요. 우리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맞습니다. 노동자가 일을 멈추면 사회 전체가 작동을 멈춥니다. 노동자들의 힘은 강력합니다. 독재자를 쫓아낸 이집트 혁명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시위에도 꿈쩍 않던 무바라크는 산업의 70퍼센트를 마비시킨 강력한 노동자 파업이 벌어지자 하루 만에 사임을 발표해야 했습니다.

한국판 무바라크, 이명박 대통령도 같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작동을 멈추고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하게 되면, 사장들을 대변하는 이명박은 곤경에 빠질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자 투쟁이 더 확산돼야 합니다. 이윤을 쓸어 담으면서도 우리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불의한 사장들에 맞서, 이들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더 강력한 투쟁으로 노동자들이 만든 우리의 부를 돌려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먼저 쌍용차, KEC, 홍익대, 현대차처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작업장의 투쟁에 우리 일처럼 나서야 합니다. 이런 투쟁이 승리하면 정의로운 담론이 확산되고,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G20, 언론 장악, 한미FTA, 경쟁 교육, 핵발전, 파병 정책 등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촛불항쟁으로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이후 주류 정치세력은 사분오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가 고립됐고, 그 덕에 노동자들이 훨씬 자신감 있게 투쟁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집권 세력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정의로운 투쟁의 힘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정부 정책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노동자들이 이런 문제에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진실의 힘

그런데 힘을 더 잘 합치려면, ‘진실의 힘’이 필요합니다. 가진 자들은 진실을 가려 기득권을 지키려 합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주노동자 때문에 내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국가 안보를 위해 혼란을 막아야 하고, 복지를 줄여 군비를 늘려야 한다’는 등의 논리로 노동자들을 분열하게 만들고 투쟁을 약화시키려 합니다.

〈레프트21〉은 보수 언론이 감추려 하는 진실을 알립니다. 우리는 체제의 모순, 불평등의 원인, 노동자 투쟁과 단결의 필요성 등을 알리고 설득하려 합니다. 불평등한 체제와 불의한 정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더 확대해 정당한 우리의 몫을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군림해 온 튀니지·이집트의 독재자가 쫓겨났고, 리비아·예멘·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의 독재자들도 민중의 반란에 직면했습니다. 유럽에서도 긴축과 고통전가에 맞서 수백만 노동자들이 거대한 저항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격변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노동자·서민의 피로 고장이 나 굉음을 내는 자본주의에 윤활유를 넣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앞장서 추진하는 부자들의 대변자입니다.

거대한 노동자 투쟁은 특권층에게 맞설 평범한 사람들의 어퍼컷이요, 피눈물 삼키며 사회를 만들어 온 이들의 애끓는 한풀이일 것입니다. 정의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투쟁에 〈레프트21〉과 지지자들이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한결같이 옹호하는 좌파 신문에 대한 공격이고, 최소한의 언론 자유와 민주적 권리를 옥죄려는 시도입니다.

법원이 우리 6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면, 그것은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선고일 것입니다. 우리는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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