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운동은 부분적으로 이집트 혁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5월 15일 운동’이라 불리는 모임이 5월 15일 ‘지금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들은 선거, 정당을 포함해 주류 체제가 철저히 파산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관련기사 16면)

주류 정당들은 자신을 찍어 준 사람들에게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았습니다. 운동이 제기한 요구 중 상당수는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정서가 광범히 존재합니다.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혁명적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요구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꼭 이런 식으로 자기 요구를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요.

어떤 단일한 조직이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은 아닙니다. 활동가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서로 접촉하면서 이 날 시위를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5년 전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참가한 주거 문제 해결 캠페인에 참가했던 사람들입니다. 일부는 주택담보 대출을 상환할 수 없어 자기 집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캠페인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시위에 참가한 대다수 사람들은 조직된 활동 경험이 없습니다. 수만 명이 시위 호소에 호응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전국에서 1백20여 개의 시위와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5월 15일 시위 직후 경찰은 소수의 사람들이 마드리드에 건설한 캠프를 공격했습니다. 이것이 큰 반발을 낳으면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자, 아랍 운동의 영향이 더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운동이 발전하면서 조직과 조직화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스페인에서 노조는 약합니다. 조직률이 19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했건 아니건 작업장 위원회에 속해 임금 등에 관해 협상을 벌일 수 있습니다. 조합원이 작업장 위원회 대표들인 경우가 많지만 그들에게 표를 던진 노동자들이 꼭 조합원인 것은 아닙니다.

청년 대다수는 직장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업장 조직의 경험도 없고 노조에 관해 좋게 생각할 계기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9월 양대 노총은 총파업을 벌였고 거의 7백만 명이 여기에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노총들은 그 뒤로 아무런 투쟁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곧 집권 사회당의 노동자 공격 정책을 수용했습니다. 덕분에 노동자 해고가 더 쉬워졌고 퇴직 연령이 상향 조정되면서 연금도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스페인 노동자 3분의 1이 계약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조를 자신을 배신한 주류 체제의 일부로 여깁니다.

주류 노조들은 최근 시위에 관해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집권 사회당의 반응과 비슷합니다. 말만 많지 아무런 행동 계획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노조와 사회당이 합의한 정책에 반대해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오른쪽에서 대안을 찾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사회당은 지난 선거와 비교해 표를 20퍼센트나 잃었습니다. 우파는 3퍼센트를 더 얻었을 뿐입니다. 사회당 이탈표 중 일부만이 좌파 선거연합으로 이동했습니다.

20퍼센트

현 운동은 정부의 경제·정치적 입장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노총들이나 사회당 지도자들과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대 내에서 자율주의 사상이 강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주류 정당들이 철저히 은행과 금융기관 들에 종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혁명적 좌파는 1975년 프랑코 장군이 사망한 이후 시작된 파시즘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기 동안 몰락했고 거기서 발생한 정치적 공백을 자율주의 사상이 메웠습니다.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율주의 사상은 매력적입니다.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생애 처음으로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또, 그들은 기존 정당과 노조 들을 거부하면서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운동을 건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광장 캠프를 구성하는 집단은 지역마다 상이합니다. 다만, 기존 조직들이 참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합의하는 것 같습니다.

운동의 방향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자매조직인 엔루차 같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캠프의 주요 총회들에 대단히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캠프와 총회가 최대한 잘 운영되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투쟁 방향에 관해 뚜렷한 우리 의견이 있고, 그것을 제기하지만, 캠프의 운영원리인 대중 직접민주주의를 존중합니다.

우리는 캠프 입구에 가판을 차렸고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리는 신문 특별호를 발간했고 잘 팔렸습니다. 우리 사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 수십 명과 접촉했고 그 중 일부는 엔루차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캠프에서 제기한 구호에서 이름을 딴 블로그 ─ ‘혁명적 분노’ - 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운동이 확산되고 심화하려면 현재의 반노조 정서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캠프 내에서 다른 반자본주의자와 좌파 노조 투사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캠프가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거지에서 총회를 열고 이 운동의 의견을 작업장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역 총회나 새로운 캠프를 조직하려는 노력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작업장에서 그런 활동을 벌이는 것은 좀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캠프의 일부 청년들이 파업 중인 공장을 방문했을 때 피켓 라인에 서 있던 노동자들은 이 청년들을 열광적으로 환영했습니다.

연대의 정서가 얼마나 광범하게 확산됐는지를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확산됐음을 암시하는 사례들은 있습니다.

매일 밤 9시에 사람들은 캠프에서 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립니다. 경찰은 지난주 바르셀로나 캠프를 공격했습니다. 그 다음부터 사람들은 같은 시간 발코니로 나와 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립니다.

세비야에서는 캠프에서 출발한 시위대가 노동계급 거주지로 행진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시위대를 환영했습니다.

지난주 일부 캠프들은 캠프 철거 일자 ─ 보통 지역 행동의 날 ─ 를 정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대중 총회가 주거지에서 지속돼야 하고 투쟁이 중단돼선 안된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운동이 지속돼야 하지만 캠프를 영구히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합리적 결정입니다.

모두가 6월 19일 전국 시위 참가를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이 운동은 반긴축 투쟁에서 제한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의 더 중요한 의의는, 이번 운동을 계기로 새로운 세대가 투쟁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세대는 체제에 맞선 새롭고 역동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 반란은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적 청년 반란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