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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대량해고:
강사와 학생이 연대해 대학 교육 악화에 맞서자

올해 초 대학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대량해고됐다. 강사 수가 무려 30퍼센트나 줄어든 대학들이 있다. 이번 학기에 해고된 시간강사 규모는 전국적으로 2만 명쯤 될 듯하다.

연세대 사례가 충격적이다. ‘연세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이하 연세대 공대위)가 입수한 정보공개 청구 자료(‘연세대 근 5년간 강사 고용 추이’)를 보면, 올해 1학기에 연세대 시간강사들은 전년도 같은 학기보다 60퍼센트 이상 줄었다. 대신 시간강사 외의 비전임교원들인 겸임·초빙·기타교원이 크게 증가했다. 전체 비전임교원 수는 102명이 줄어들었다.

대학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는 한편,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전임교원들을 크게 늘렸음이 드러난 것이다.

1월 14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시간강사 대량 해고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고발대회' ⓒ이미진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폐강과 강의 통폐합으로 이어졌다. 연세대에서는 2019학년도 1학기 선택교양 수업(생활·건강영역 제외)이 지난해 1학기 대비 약 66퍼센트, 필수교양 수업은 약 10퍼센트 줄어들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교양 과목이 287개, 전공 과목이 108개가 사라졌다.

많은 과목이 없어져 학생들은 수강신청 대란을 겪어야 했다. 대학 시간강사 대량해고로 학생들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들으려고 계획했던 기존 수업들이 모두 사라져 버려서, 연계 전공을 철회하고 다른 복수 전공을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조 지부장에 따르면 “[졸업을 위해] 꼭 들어야 되는 강의를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십 몇만 원을 주고 사고 파는 일까지 있”을 정도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도박판

연세대, 고려대 같은 수도권의 유명 사립대학에서 위와 같은 난리가 일어났다면, 이들 대학보다 재정 여력이 훨씬 열악한 대다수 대학들에서는 더 혹독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학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여러 방식으로 학생들의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임순광,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 국회 정책토론회 자료집).

첫째, 총 강좌 수가 줄었다. 등록금은 그대로이거나 오르면서 말이다. 강좌 수 축소 양태도 다양하다. 졸업 이수 학점 축소, 학과별 전공 개설 학점 축소, 교양 이수 학점 축소, 과목 통폐합 등 대형 강좌화 및 최대 수강 인원 확대, 사이버 강좌 확대, 폐강 기준 강화로 폐강 확대, 분반 기준 강화로 분반 허용 최소화, 학과별 전공 과목 개설 학점 축소 등.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이 더 늘어나고 있고 과목 선택의 폭도 더 줄어들었다

둘째, 강좌 중 시간강사의 비중이 줄면서 시간강사가 하던 강의들을 전임교수들이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임교수들의 강의 시수가 늘어나면 연구할 시간과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도 줄어들기 쉽다.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번 대학 시간강사 대량해고 이후 가장 급격하게 줄어든 과목은 글쓰기, 철학, 역사 등 소위 돈 안 되는 학문 분야 수업이다. 인문사회 과목뿐 아니라 자연과학의 기초학문 수업도 대폭 줄어들고 있다. 화학 관련 교양수업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는 화학 전공 강사의 증언도 있다.

고전적 이론, 방법론, 철학, 다양한 언어 수업, 글쓰기 수업 등은 이제 수익과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계산되지 않으면 아마 대학에서 매우 거추장스런 어떤 것이 될지도 모른다. 강의 대형화로 토론은 사치가 돼 가고 있다.

교양 과목을 주되게 맡아 온 시간강사들의 고용은 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었고, 시간강사 해고는 과목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탐욕스런 대학이 매우 제한적인 강사 처우 개선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 들면서 대량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악순환의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

정말이지 대학 당국들은 대학 순위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고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이미 악덕기업처럼 변했다.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그 뿌리부터 탐욕스럽지 않은가. 1949년 ‘농지개혁법’ 제정을 전후하여 대토지 소유 지주들이 농지 분배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교육재단에 자산을 기부한 것이 그 기원 아닌가(김일환, ‘사립대재단의 ‘기생적 ‘ 성격과 그 기원’, 《대학 : 담론과 쟁점》 통권 제7호).

이 악순환에서 교육부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이런 사립대학의 위세 앞에서 무력하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2015년 대학 간 경쟁을 부추켜 부산대 교수를 자살로 이끈 대학 평가 지표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교육부다. 교육부의 평가 지표 때문에 교육과정은 취업을 위한 교육으로 더욱 획일화돼 왔다. 학생들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과목의 다양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생겨난 트랙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교양 강의와 충돌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을 앞둔 사립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5~6월 시간강사 공개채용 모집을 앞두고 강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대학들의 각종 편법들이 난무할 것이다. 공개채용 규모를 줄이고 강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정규교수 규모를 늘리려는 대학들의 교활한 꼼수도 포착된다. 교육부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이를 묵인하고 있다. 그 밖에 시간강사들을 분열시키고 단결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각종 잔꾀들은 말해 무엇하랴.

이미 많은 비정규직 교수들은 8월 강사법 시행에 따라 신규 채용 절차가 시작되는 5~6월에 더 큰 대량해고의 칼바람이 닥칠 거라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의 해고는 없어야 한다. 해고된 시간강사들을 복직시켜야 한다. 사라진 강의들을 복구해야 한다. 대학들은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필요 예산을 이번 추경예산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OECD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고등교육 재정 정부 지원 비율을 대폭 끌어올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수업을 하고 싶은 대학 시간강사와 수업을 받고 싶은 대학생들이 교육 악화에 맞서 함께 연대하자! 3월 23일 강사공대위가 주최하는 대학 교육 주체 결의대회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대학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 주체 결의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