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앞두고 또다시 강사해고 칼바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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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사 대량해고와 강의 축소를 더 할 태세다.
이미 올 1학기에 많은 강의들이 사라졌다. 4월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학점은 2018년 1학기 대비 2만 5835학점이 줄었다(국·공립대는 3076학점 증가, 사립대는 무려 2만 8911학점 감소). 무려 6655 강좌가 사라졌다. 소규모 강좌는 줄고 대형강좌가 늘어났다.
수도권 사립대는 시간강사들이 담당한 학점을 줄이고 겸초빙 및 기타 교원들(대학이 4대 보험을 해 주지 않아도 될)의 학점을 늘렸다. 비수도권 사립대는 전임교원에게 초과 강의를 맡겨서 시간강사의 강의를 잠식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수강신청 대란의 몸살을 앓았다.
1학기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 주요 사립대학 측은 강사법을 우회하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강좌를 아예 폐강시키는 일이 속출했다. 5월 초 연세대학교는 ‘Great Books & Debate’라는 일련의 교양 과목들을 폐지했다. 2019년 1학기 기준 13~14과목, 2018년 2학기 기준 15과목을 일괄 폐지한 것이다! 시간강사들이 직접 설계해서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강좌들이라 시간강사들은 큰 분노와 박탈감에 휩싸여 있다.
개정 강사법은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에 미흡하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썼다.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서 ‘이 참에 강사법 늦추거나 물건너가게 하자’는 식의 반동적 팡파레를 울리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교육부는 의도된 무능과 훈련된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행령 사용설명서라 할 수 있는 매뉴얼 시안(5월 내 확정)을 보면, 교육부는 처우 개선과 관련된 내용 대부분을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는 것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자율권’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에 시간강사 해고의 칼자루를 쥐어 준 셈이다.
사립대 강사 해고에 무대책으로 일관한 교육부는 이참에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강화하는 대학 구조조정에 나설 태세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하반기부터 사학(사립대학교) 혁신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지역에 필요한 특화 산업·기술 개발, 중·고교와의 네트워크, 인재 양성’ 같은 그럴 듯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번지르르한 단어들 뒤에 핵심어가 도사리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연계 강화’는 대학을 더욱 기업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 조건 강화’는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를 뜻하기 쉽다. 유은혜 장관은 지난해 말 전문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시간강사들에게 퇴직금 안 줘도 되는 것 아시죠?’라고 말한 장본인이다.
탐욕스러운 대학과 무책임한 교육부에 맞서 저항을 확대하자. 분노가 체념으로 바뀌기 전에 시간강사, 교수, 학생들이 연대를 강화하며 투쟁과 조직화를 확대하자. 5월 11일 오후 2시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과 강사 원직복직을 위한 대행진’이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