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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부당거래〉:
떡값 검찰과 조폭 경찰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다

‘경찰의 아동 성폭행 살인 사건의 범인 검거 실패로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 경찰 고위층은 승진에 목을 맨 광역수사대 경찰 최철기에게 가짜 범인이라도 세워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스폰서인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업자 장석구를 통해 ‘범인’을 만들고 사건을 짜맞춰가는 과정에서 최철기는 검사 주양과 충돌한다. 검사 주양은 최철기 때문에 자신의 스폰서인 건설업자가 구속된 것에 화가 나 최철기의 뒤를 캐는데…’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가 아닌가? 영화 〈부당거래〉의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해 용산참사로 저항이 계속되자 정부는 당시 터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청와대 행정관)로 여겼다.

당시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위험천만한 진압 작전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려던 철거민들을 죽게 만들었고, 검찰은 ‘철거민들이 스스로 불을 내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본 떠서 만든 듯하다.

〈부당거래〉는 각자 스폰서를 끼고 ‘작업’을 일삼는 떡값 검사와 조폭 경찰 그리고 그들과 유착해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의 은밀하고 아슬아슬한 ‘부당거래’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류승완 감독은 제작노트에서 “사회 고발’, ‘현실 비판’의 메시지가 아닌 치열한 조직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검사, 스폰서들이 살아남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이는 추악한 행태와 뒷거래를 그려 내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생생한 ‘사회 고발과 현실 비판’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줄초상을 치르는 사이 기업주들에게 ‘용돈’과 ‘서비스’를 받는 검사들,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자비한 몽둥이질을 하면서 기업주들만 싸고도는 경찰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공감 때문이 아닐까.

영화가 보여 주는 돈과 권력을 위한 씨줄과 날줄의 먹이사슬도 진실을 향한 저항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이다. 2009년에 이명박 정부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용산참사 직후 저항 무마용으로 이용하려다가 결국 경찰청장 내정자 김석기를 사퇴시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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