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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안의 논쟁:
고용허가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이주 노동자 차별에 반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고용허가제에 반대해야 한다. 고용허가제가 많은 통제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야만적인 단속과 추방은 반복될 것이다.

많은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들이 고용허가제를 “차선책”으로 지지하는 것은 안타깝다. 주요 외국인 노동자 단체들이 모여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가 그 동안 정부의 고용허가제를 반대하지 않아 온 것은 이주 노동자 방어 운동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정해 왔다.

단결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 서울의 외국인 노동자 농성장이 둘로 나뉘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강제추방 반대 농성장이 명동성당 농성장과 성공회성당 농성장으로 분열한 데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태도 문제가 근본에 깔려 있다. 고용허가제에 반대해 온 평등노조 이주 지부와 고용허가제를 찬성해 온 외노협 간의 오랜 갈등이 농성단 지도부 인선 문제로 불거져 농성장 분열로 이어졌다.

그 동안 외노협은 불법체류자 추방에 반대하고 사면을 요구해 왔으나, 고용허가제 시행을 통해 생길 불법체류자 문제에는 침묵해 왔다. 외노협은 불법체류자 문제의 근원을 산업연수제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공대위 집행위원장인 박석운 씨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의 내용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에서 산업연수제가 “모처럼 어렵사리 실시되는 고용허가제 실시의 의미를 반감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미흡하다고는 하지만, 문제점을 분명히 들춰 내지 않고 고용허가제 ‘반대를 반대’함으로써 사실상 고용허가제를 방어하고 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정책국장 이란주 씨는 ‘다함께’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직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필리핀 이주 노동자 공동체 카사마코의 회원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주 노동자를 지원한다는 한국인 활동가가 이주 노동자들의 바람을 거스르는 것은 얄궂다.

그 동안 외노협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해 일부 중소기업주들까지 끌어들이는 전술을 사용해 왔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찬성하는 중소기업주들의 기자 회견을 조직하고, 이들을 TV 토론회에 우리편 패널로 내보내기도 했다. 박석운 씨는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주들과도 네트웍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앞의 글)고 주장했다.

산업연수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보고 산업연수제 폐지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의 단결을 꾀하다 보니, 그 내부의 계급적 차이는 흐려졌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제에 대한 이주 노동자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묻혀 왔다.

주요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의 한국인 활동가들은 평등노조 이주 노동자들의 고용허가제 비판에 불편해하며 이들의 주장에 반대해 왔다. 여기에는 이주와 취업의 자유를 보장하면 국내 노동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생각의 혼란이 근본에 깔려 있다.

고용허가제를 “차선책”으로 지지하는 입장은 지금 커다란 모순에 빠져 있다. 강제 추방을 산업연수제가 고용허가제와 병행 실시된 결과로 보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물론 고용허가제에 대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제 추방에 맞서 단결해 싸울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에 대한 혼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운동 내에서 갈등과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단결이 말로만 되거나 일회적으로 그칠 수 있다.

지난 달 말, 명동성당과 성공회성당 농성단, 안산의 농성단, 재외동포법 개정을 요구하는 중국 동포 농성단 등 여러 농성단이 1천 명 넘게 함께 모여 공동 집회를 개최한 것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좀더 지속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주 노동자 방어 운동에 이주 노동자 단체들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와 개인 들의 참여를 더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다.

12월 18일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공동 집회가 준비되고 있다. 한국인 활동가들은 고용허가제에 반대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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