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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적이고 무원칙한 ‘3자 원샷 통합’을 중단하라
민주노동당 당대회 소집 반대한다

이 글은 다함께가 11월 17일 발표한 성명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11월 27일에 당대회를 열어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통합연대)의 통합(이른바 ‘3자 원샷 통합’)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월과 9월의 당대회에서 거듭 대의원들이 거부했던 내용을 다시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9월 25일 당대회 때 내려진 ‘참여당은 진보 통합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9월 25일 당대회 직후부터 참여당, 통합연대 지도자들과 함께 밀실에서 은밀하게 통합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이정희 대표가 당대회 결정의 “의미를 깊이 새겨 대의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성실히 일하겠다”고 말했던 것은 공문구에 불과했다.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기구와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대의원과 당대회를 거수기로 여기며 자신들이 의도를 관철할 때까지 계속 당대회를 열겠다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위 ‘3자’가 밀실에서 논의해 온 내용을 보면 환멸감이 느껴진다. 원칙과 가치는 온데간데 없이 오로지 상층 지도자들간의 지분과 자리 다툼만이 3자 논의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지분 다툼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도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화려한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지분 협상으로 공직과 당직을 나눠 가졌던 기성 정당의 이합집산의 조그마한 잔재도 통합진보정당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6.7 국회 연설)이라던 이정희 대표 스스로의 말을 완전히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한때 ‘당원총투표’까지 들먹이며 “진성당원제”를 강조하던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이 그것을 간단히 내팽개친 것은 통탄스럽다. ‘진성당원제’를 소수 지도자들의 목적과 지분을 위해 필요할 때 빼먹는 곶감으로 여긴 것이다.

게다가 밀실 통합을 추진해 온 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술을 마시는 게 목적이면 원샷이든 투샷이든 취하면 되는” 것이라고 하고, 통합연대 노회찬 공동대표는 “소주 한 잔 먹고 맥주 한 잔 먹는 것보다 섞어 먹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처럼 진보통합을 희화화시키는 것에 우리는 모욕감마저 느낀다.

한때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던 통합연대 지도자 3인(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의 돌변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집요한 압박이 있었다 해도 이해타산에 따라 입장을 손바닥처럼 뒤집는 3인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다. 물론 우리는 이 3인이 참여당과의 통합에 원칙 있는 반대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비판하고 경계해 왔는데 결국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기회주의적 한계 때문에 3인은 이미 거듭 정치적 위기를 겪어 왔고 불신을 받아 왔다. 따라서 통합연대 지도자들의 변심이 ‘3자 원샷 통합’을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

짜증과 상처

‘3자 원샷 통합’은 민주적 절차에 반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우리는 한미FTA 저지 투쟁 등 사안에 따라 이뤄지는 참여당과의 공조나 연대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당 지도부나 당 자체와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동맹(예컨대 당 통합)을 맺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참여당은 주요 지도자가 고위 관료나 기업주 출신이며 강령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는 명백한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3자 통합은 ‘원샷’이라는 방법으로 친자본주의 정당을 끼워 넣은 것이므로 ‘진보 통합’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진보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좌파적 창당 강령을 폐기했고, 참여당은 민주노동당의 “이념적 경직성과 계급적 편향성”을 계속 두들겨왔다. 그리고 참여당이 끼어들면서 이미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실패했고 민주노총 내에서도 분열이 커져 왔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전직 대표들마저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던 것이다.

게다가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은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정서 속에 안철수 바람이 불고 유시민과 참여당의 존재감은 갈수록 사라지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긴 안목에서 노동자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한 과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당장 내년 총선에서 의석 늘리기에만 골몰해 엉뚱한 답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한미FTA 저지 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해도 모자른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근시안적 시각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낳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유시민과 참여당이 진보정당과 통합 후 야권단일정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는 상황에서 ‘원샷 통합’이 또다른 분열의 씨앗이 돼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도 우려된다.

결국 ‘원샷 통합’은 대의명분도 없이 진보의 분열만 자초하며, 상층 지도자들의 지분 싸움 속에서 또다시 관심과 감동이 아니라 짜증과 상처만 남기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원샷이라는 참여당 끼워팔기 통합’에 대한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집요함에 질려서 물러설 때가 아니다. ‘저렇게 끈질기게 시도하고 통합연대도 동의했는데 어쩔 수 있나’하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노리는 바다. 참여당과 손잡고 오는 통합연대는 환영받을 수 없고 이 통합은 무산되는 게 옳다.

이미 우리는 이런 잘못된 시도를 두 번이나 막아낸 저력이 있다. 지난 9월 당대회 전까지 무려 3천여 명의 당원과 활동가들이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서명을 했고 민주노동당 전직대표 3인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조합과 단체, 대표자 들이 반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세력들의 반대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변화될 이유가 없다.

참여당이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이라며 ‘원샷 통합’을 기대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원칙하게 참여당과의 통합 지지로 돌아서는 세력을 비판하며 그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원샷 통합’을 위한 민주노동당 당대회 소집을 반대하며, 당대회 소집을 위한 대의원 연서명을 모든 대의원들이 거부해 줄 것을 호소한다. 만약 당대회가 소집되더라도 우리는 ‘원샷 통합’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이 문제가 전체 진보 운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자본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진보정치와 운동의 성장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투쟁해 줄 것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