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대의원 동지들에게 보내는 호소문:
당대회에 참가해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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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26일 다함께가 낸 성명서다.
민주노동당-참여당-통합연대의 통합 추진을 결정하려는 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9월 25일 당대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당 지도부는 당대회 결정을 뒤집으려는 당대회를 소집했습니다. 더욱이 당 지도부는 당대회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3자 통합 추진을 선언하는 등 참여당과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있습니다.
당대회 결정 전에 이미 통합 정당의 당명을 공모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중앙위원회를 거쳐 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는 절차도 생략했습니다. "당대회 다음의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가 실종됐습니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참여당은 결코 진보정당이 아닙니다. 친자본주의적 자유주의 정당입니다. 그래서 참여당과의 통합은 노동자 계급과 피억압 민중 내 단결과 연대를 위한 진보 통합이 아닙니다.
우리가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한다고 해서 참여당 지지자들을 내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FTA 폐기 투쟁 등 다양한 운동들에서 우리는 참여당 지지자들과 함께 싸울 수 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 속에서 연대(그렇다고 차이를 둘러싼 논쟁과 비판을 삼가며 정치적 독립성을 잃어 버려서는 안 되겠지만)하는 것과 상이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당들이 통합하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가 민주당 지지자들과 함께 오세훈의 무상급식 무력화에 반대해 함께 캠페인을 하고 한미FTA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다 해서 민주당과 통합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대의원들이 8월과 9월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당내 절차를 놓고 보더라도 확실히 이번 당대회는 지도부의 무리수입니다. 9월 25일 당대회 결정 사항, 곧 참여당을 배제하고 새통추에서 진보 정치 세력 간의 통합을 추진하라는 결정을 지도부가 집행하지 않은 채 오히려 당대회 직후부터 참여당 측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전격적으로 통합 추진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상황이 참으로 고약해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상당수 대의원들이 불쾌감, 실망,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당대회 참가자 수는 그래서 지난 9월 당대회보다 적을 듯합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10여 년의 민주노동당 역사에서 흔치 않았던 진보적 원칙과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누군들 목격하고 싶겠습니까.
그렇더라도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대의원 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 꼭 당대회에 참가해 주십시오.
당 지도부는 압도적 찬성으로 이 통합을 매듭짓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가 지도부의 잘못된 계획과 의지가 순순히 관철되는 장소가 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어떻게든 참가해서 이 통합을 막아야 합니다. 설사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반대 목소리가 당내에 광범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당대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이 통합은 화학적 결합이 못 될 것입니다. 십중팔구 지극히 불안정한 정파 동거 체제가 될 것입니다. 계급적 기반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정당들의 통합이기 때문입니다.
3자가 합의한 강령을 보면 5.31 합의문보다 크게 후퇴했습니다. 8월 27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의한 강령보다도 후퇴했습니다. 무엇보다, 통합 정당의 정치적 지향성을 밝힌 5.31 합의문의 강령 전문, 8월 27일 합의의 강령 전문이 폐기됐습니다. 또, 맨 앞에 배치돼 있던 노동 분야 강령이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참여당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이렇게 강령상 후퇴와 삭감이 이뤄진 것입니다.
유시민, 천호선 등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이번 3자 통합이 야권 통합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참여당과라도 통합해 진보정당의 당세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3자 통합을 야권 통합으로 가는 관문 쯤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당의 진로를 둘러싼 상이한 전망 때문에 정치적 긴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의 공공연한 표출이 생겨날 것입니다.
조직적 긴장도 잠복해 있습니다. 이 또한 조만간 표출될 듯합니다. 오죽하면 3자 합의문도 이런 긴장을 반영해 두 번의 과도기를 설정해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설사 승리하더라도 그것은 상황 종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긴장과 갈등의 시작을 뜻할 것입니다. 요컨대, 이번 당대회는 종착역이 아니라 긴 투쟁의 여정에서 한 과정일 것입니다.
이 과정이 심히 고통스럽고 마뜩지 않고 보기 싫더라도 꼭 당대회에 참가해 진보적 원칙을 고수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의 힘과 의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
또, 그래야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주장이 머잖아 시간과 현실의 검증을 거쳐 마침내 그 올바름이 입증될 때 그 상황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습니다.
껄끄럽다고 회피하지 말고, 보기 싫다고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수하며 진보적 원칙에 입각한 목소리를 꼭 전합시다.
끝으로, '이거라도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심정으로 내키지는 않으나 이번 당대회에서는 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하겠다는 대의원 동지들도 제법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당원들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이거라도' 하는 심정으로 이번 당대회에 임합니다.
그러나 참여당과의 통합이 '이거라도'가 될지는 불확실합니다. 말들이 마차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고가려 한다면 그 마차는 수렁에 빠져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심정을 모르지는 않지만 찬성은 결코 차선적 선택이 아닙니다.
2011년11월26일
다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