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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참여당·통합연대 ‘원샷 통합’이라는 끼워팔기에 반대한다:
모든 단결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국민참여당(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통합연대)와 ‘3자 원샷 통합’을 추진중이다. 이를 두고 ‘진보 3자 통합’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 진보대통합의 취지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진보 정치 세력이 단결하고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곧, 진보 통합은 노동계급(그리고 피억압 민중) 내의 단결과 연대를 뜻했다.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동당·통합연대·참여당 대표 친자본주의적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전횡에 맞서 광범한 단결을 원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맞서 야권 단일 후보인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것이 한 사례다.

또, 한미FTA 저지 운동에 민주당도 그 일부로 참여한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도 최근에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한미FTA를 추진했던 당사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2006년부터 벌여 온 한미FTA 반대 운동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력은 늘 운동의 막차를 타고 왔다 첫차를 타고 떠나는데다, 동요를 거듭하므로 진보진영은 이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의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요컨대,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들은 불가피한 경우 사안에 따라 전술적 제휴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이들과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동맹을 맺어서는 안 된다.

첫차와 막차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친자본주의적 정당인 참여당과 합당하려 한다. 참여당은 자본가 계급 자체는 아니더라도 자본가 계급의 정치적 변호인이다. 참여당은 노동자나 노동조합에서 인력과 돈을 충원하지 않는다. 참여당 지도부나 선거 출마자들의 면면을 보면, 전직 청와대 고위 관료, 전직 공공기관 임원, 기업주 출신으로 민주당 등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참여당이 강령에 “기업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으며 …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것도 이런 계급적 기반 때문이다.

그런데 각자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다른 정치 세력들의 동맹은 노동자 계급의 힘을 마비시킬 수 있다.

실제로 참여당은 지난 9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의했던 통합진보정당 강령 초안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대중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이념적 접근(사회주의 이상, 세계변혁운동의 성과 계승, 자본주의 폐해 극복 등)에 대해 거듭 우려하고 우리 당의 참여를 위해서는 … 시정돼야 한다”, “‘노동자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함.”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적대 계급 간의 체계적 동맹을 뜻하는 민중전선의 문제점을 이렇게 비판했다.

“민중전선의 이론가들은 본질적으로 산수의 첫 번째 규칙, 즉 덧셈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자유주의자를 전부 더하면, 각각의 개별적인 숫자보다 더 크다. 이것이 이들이 알고 있는 전부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산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역학 하나는 더 필요하다. 힘의 평행사변형의 법칙은 정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평행사변형에서 합력(合力)은 분력(分力)이 서로 다를수록 더 작아진다. 정치적 동맹자들이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경향이 있다면, 합력은 0과 같아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민주노동당과 통합 후 야권단일정당에 합류하겠다고 한다. “민주노동당도 포함되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진보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 야권대통합에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포함해 많은 진보 염원 대중은 마뜩지 않아도 진보 정당이 성장하려면 참여당과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유시민은 그 반대로 야권단일정당으로 가는 통로쯤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유시민의 구상을 모를 리 없는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아무 비판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3자 통합’ 추진은 당대회 결정 정면 부정

지난 8∼9월에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추진한 참여당과의 통합은 그 당 안팎에서 광범한 반대에 봉착했다. 현장 노동자들과 노조 지도자들 수천 명이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8월과 9월에 연이어 당대회를 소집해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 했으나, 두 번 다 실패했다.

특히,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분명하게 참여당과의 통합 안건을 부결시켰다. 장원섭 민주노동당 사무총장도 “당대회 결정은 정확히 [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이 된 것이다. 이것은 조직적 결정이다”(10월 25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간담회에서) 하고 인정했다.

따라서 이번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3자 통합’을 몰래 추진한 것은 당대회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 끝에 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됐는데, 소수 지도자들이 당 위에 군림하며 대의원 대회 결정 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노동자 운동의 민주주의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다.

게다가 이번 3자 비밀 회동은 지도부 자신이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대회 직후인 9월 28일에 “당대회 부결의 의미를 깊이 새겨 대의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성실히 일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장원섭 민주노동당 사무총장도 “지도부는 새로운 당론을 만들기 전에 당대회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10월 27일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당원들과의 간담회) 하고 말했다.

그래 놓고는 참여당 등과 비밀리에 전격 회동해 ‘3자 통합’을 합의한 것이다.

‘3자 통합’은 10·26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와도 어긋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3자 통합’ 추진은 10·26 재보선 결과가 뜻하는 바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10·26 재보선 결과는 대중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아주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민주당도 사실상 패배했다. 참여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것은 대중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계승 세력을 미덥게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정서 덕분에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했다. 한때 잠시나마 민주당을 통해 반MB 정서를 표현했던(그때조차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했다) 대중이 이제는 그 당보다 좀더 왼쪽에 있는 시민운동 쪽으로 정치적 기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특징은 민주노동당의 만만찮은 득표력이다. 민주노동당은 전국 평균 25퍼센트가량 득표했다.

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대중의 변화 염원 정서와 접속하려면 민주노동당은 한미FTA 저지 운동, 99퍼센트 운동 등에서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엉뚱하게도 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결코 변화된 상황에 걸맞는 대응책이 아니다.

불신 받는 ‘노·심·조’의 기회주의적 처신

통합연대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찬성했다는 것도 ‘3자 통합’을 정당화해 주지 못한다.

통합연대의 핵심 인사들(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은 말 바꾸기를 거듭하며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한때 이들은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별안간 참여당과의 통합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이전에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과 통합하면서 우경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9월 8일 통합연대 결성을 제안하면서 “참여당의 갑작스런 새로운 진보정당 참여 논란은 진보정치 세력과 민중운동 세력의 분열,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도 했다.

물론 이들의 ‘3자 원샷 통합’ 찬성 이면에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의 집요한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안 부결, ‘참여당은 선 통합 대상 아니다’라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 등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는 이들의 변명은 구차하다.

사실, 심상정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참여당과의 통합론 원조 격이니 그로서는 급격한 입장 선회는 아니다. 그러나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운동이 강력하게 일어날 때는 침묵을 지키거나 때로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다 이제와서 ‘3자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부정직한 사람임을 보여 준다.

노회찬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심지어 (선거법 개정을 전제로) 민주당과도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까지 나아갔다. 10여 년에 걸쳐 건설한 진보적 노동자 정당을 자본가 정당에 헌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말 바꾸기 수준이 아니라 ‘변절’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참여당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던 조승수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노회찬과 심상정의 뒤를 침묵으로 쫓아가고 있다.

이런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에 이들의 지지자들조차 통합연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시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운동에 나서자

그러나 소수 지도자들의 의지가 언제나 가뿐하게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의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이미 두 차례나 좌절된 바 있다.

9·25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캠페인을 벌인 당원들 다시금 강력한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

소수 지도자들의 의지만 보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원하는 것일 게다. 〈한겨레〉 석진환 기자가 ‘3자 원샷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써내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석 기자의 왜곡 보도는 처음도 아니다. 그는 6월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끝난 뒤에는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9월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과를 두고는 참여당과의 통합 안건을 부결시킨 쪽이 진보대통합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보도했다).

따라서 자본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존재와 성장을 바라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해야 한다.

이 문제는 결코 민주노동당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합연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체 노동자 운동과 진보진영의 문제다. 주요 진보정당이 참여당과 통합하는 식으로 우경화한다면, 그것은 노동자 투쟁의 고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들이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을 요구하고 호소해야 한다. 다행히 민주노총의 중집은 여전히 ‘참여당은 선 진보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이 11월 8일 중집에서 이 결정을 뒤집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끝으로,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9월 25일 당대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 결정을 번복하려고 당대회를 재소집하는 것은 노동자 운동의 민주주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