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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3자 원샷 통합은 추잡한 밀실 야합입니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민주노동당·통합연대·참여당의 3자 원샷 통합은 우리가 비판해 온 김영삼의 3당 야합과 같습니다. 이것은 기존 정치권 뺨치는 3당 밀실 야합입니다. 자유주의 정당인 참여당은 우리와 뿌리가 다릅니다.

지금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많은 선배 열사와 노동자들, 이름 없이 싸우다가 죽어가고 감옥가고 해고된 많은 이들이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정말 목이 매입니다.

3자 통합은 이렇게 만든 진보정당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진보신당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런 분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원칙과 대의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주변에선 탈당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더구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최고 의결기구인 당대회 결정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진성 당원제는 말 뿐인 것입니까. 이렇게 당대회 결정을 뒤집으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참여당과의 통합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떠나, 진보정당의 근본, 당내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강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절차와 과정이 올바르지 않으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비민주적 과정을 비판하지 않으면 패거리 정치밖에 안 됩니다.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씨가 원샷 통합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전형적인 정치 철새의 모습입니다. 지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 조합원이 이러더군요. ‘위원장님, 진보에도 정치 철새가 있나 봐요.’

이들은 불과 두어달 전까지 ‘참여당과의 통합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승수 전 대표는 ‘진보정당이 몇 개로 쪼개지더라도 참여당과의 통합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상황 논리를 들이밀면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분들은 2008년에도 당대회 결정을 불복하고 분당까지 했습니다. 지금과 똑같은 것이죠. 당시 분당은 현 사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꼼수 정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지분 갖고 야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않았던가요? 9.25 당대회 결과를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당대회 이후 지난 몇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뒤에서 비밀리에 야합을 추진하고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김영삼의 3당 야합 때도 이렇게 언론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우위영 대변인이 합당 결정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해 놓고, 바로 이틀 뒤에 3자 통합을 결정했습니다.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우려해 뒤에서 꼼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특정 지역구 후보나 당의 지분 문제로 논의했던 것을 보면 정말 추잡합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들은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진보정당의 당원으로서, 이정희·노심조의 말 바꾸기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꼼수 부리고 말 바꾸기 하고 변신하고 변절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라는 조직적·물적 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자가 통합하면 배타적 지지도 다시 결정해야 하고,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권영길 의원과 김영훈 위원장은 지난 민주노동당 당대회 이후 고초를 겪었습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난 뒤, 당 게시판에서 거의 테러 수준의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비난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비난이 있더라도, 압력이 있더라도, 이 두 분이 이전의 소신을 그대로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와 노동 선배로서 원칙과 소신있는 지도자로 서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당대회가 또 열리게 된다면, 그때도 참여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헌신과 노력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민주노총의 활동가들이 견해를 분명히 표명해야 합니다. 정직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용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정말 노동자·민중을 생각한다면, 노동 중심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봐야 합니다.

활동가들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면 길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