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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해체 위기: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뀌어가는 돈봉투당

한나라당이 바야흐로 ‘너 죽고 나 살기’ 식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고승덕의 폭로가 방아쇠 구실을 했다. 차떼기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설도 거론되고 있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 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상득에 이어서, 이명박 정권의 핵심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쪽의 수백억 규모 비리 의혹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디도스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이명박의 처와 아들까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비록 ‘배후가 없는 젊은 두 비서관의 우발적 범행’이라며 디도스 사건을 덮어 버린 검찰이지만,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 의혹들을 다 덮어 버리기는 힘들어 보일 정도다. 경찰과 검찰의 허술한 꼬리 자르기가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이런 분열과 해체 위기는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벌어진 일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의 부패 구조와 돈봉투 관행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박근혜 비대위에게도 치명타가 되고 있다. 박근혜가 반대해 온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 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한나라당 쪽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 당이 한나라당 해체와 분열을 더욱 촉진하는 정거장 구실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사돈통당

이미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해소되기 힘들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인 반면, 강경 우파들은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다. 친박계와 박근혜 자신도 부패한 우파 정치인들이며 물갈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이나 인적 쇄신론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 왔다.

게다가 이런 시궁창에 오려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고,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부어도 결국 시궁창물이 될 뿐이다.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도 1996년 신한국당 창당 때에는 성공적인 물갈이 사례였다. 2000년 총선에서 깨끗한 이미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따라서 저들에게 역겨운 쇼를 하면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난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로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닉슨을 물러나게 만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대안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