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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학교비정규직 해고를 막아내다

2012년 새해 벽두부터 많은 학교에서 학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에서만 7백 명 이상의 학교 비정규직이 해고됐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미조직인 상태이고, 여러 학교에 산개해 있으며, 단위 학교에도 여러 분야의 직종에서 일을 하는 학교 비정규직은 지금까지 계약 만료시기가 오면 교장의 눈치를 보며 계약 연장을 기대하거나 다른 학교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 교육청 홈페이지를 찾아야 한다.

내가 근무한 서울의 ㅇ초등학교에서도 장애학생들의 통합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특수교육보조원의 해고가 진행됐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은 특수교육보조원의 고용안정 및 무기계약 전환을 위한 다음의 권장사항을 담은 공문을 2차례에 걸쳐 학교로 시행했다.

첫째, 특수교육보조원은 상시고용직이므로 수습시간 6개월 이상 근무 후 업무수행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무기계약 전환을 권장한다.

둘째, 2011년 2012년 연속하여 특수교육보조원을 배치 받은 학교는 기존의 특수교육보조원의 업무수행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고용승계를 권장한다.

셋째, 2012년 신규 채용 학교는 경력자를 우선 채용할 것을 권장한다.

넷째, 2012년 특수교육보조원 미배치교는 특수교육보조원을 교무행정보조사로 전환채용 할 것을 권장한다.

이 공문에 근거해 전교조 교사인 나는 행정실장과 교감에게 특수교육보조원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했으나 “권장”사항이므로 의무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되며 인사권은 교장에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대해 교육청에 문제제기 했으나 법적으로 인사권은 교장에게 있으므로 교장이 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보조원 채용지침에 따라 채용공고가 게시됐고 면접이 치러졌다. 면접 전날까지 나는 기존의 특수교육보조원의 재고용을 의심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아주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으며 학부모, 통합학급 담임교사 그리고 특수학급 담임교사인 나 모두에게서 좋은 근무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면접 당일, 교장의 부당해고 의도는 분명히 드러났다. 갑작스럽게 면접위원 중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교장과 가까운 학부모)이 추가되었고 면접위원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전보 대상자라는 이유로 제외했다. 그뿐만 아니라 점수 집계 결과 기존의 특수교육보조원의 점수가 8점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따르지 않고 참고만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인사권만을 내세웠다.

이에 강하게 항의하는 나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소리를 지르며 교무실에서 내쫓았다. 게다가 특수학급학부모의 면접 점수 수정을 핑계로 조작, 부정을 들먹이며 옆반 기간제 교사에게 해고 위협을 가했고 사유서를 쓰게 했다. 그리고 채용공고를 다시 낼 것을 업무지시 하고 마치 선심을 쓰듯이 첫번째 면접에 참가한 사람들도 이력서를 다시 제출하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전교조 서울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에게 알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ㅇ초등학교의 특수교육보조원은 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투쟁이라는 것을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싸워서 해결하자고 손을 내밀었으나 그는 매우 부담스러워하며 나에게 이 문제에서 빠져줄 것을 요구했다. 절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사자는 싸움의 의지가 없었으나 교장의 전횡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해고 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나는 우선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특수학급학부모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확인하고 학부모가 이후 면접에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점수 수정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항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오히려 교장으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모든 상황은 기간제 교사가 잘못 한 것이며 때문에 새롭게 채용공고가 난 것이라는, 그리고 면접위원은 모두 바뀔 것이며 그에 대해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답변이었다. 얼마나 황당한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교장의 횡포는 오히려 당사자의 분노와 억울함을 극대화시켰다. 특수교육보조원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의 문을 스스로 두드렸다. 그리고 나에게 조합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해왔다. 아! 그 순간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노조 가입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과 함께 싸움을 어찌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노조에서는 교장 면담과 채용면접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매일 교무실에 상주해 있었다. 그리고 교육청과 협상에서 ㅇ초등학교 사례를 학교이름을 실제로 거론하며 해결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위축되어 있는 특수교육보조원을 지치지 않게 지도하며 전교조에 상황 보고를 계속 하여 함께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했다.

교장은 특수교육보조원에게는 노조 가입을 추동한 사람이 누구냐며, 회유하기도 했고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면 두 특수교사 모두 징계를 받고 해고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에게도 나를 만났는지 노조 개입 여부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을 캐묻고는 상황이 안 좋게 되면 자신이 살아야 하므로 기간제 교사를 문제 삼겠다며 다시 한 번 해고 위협을 했고,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로 위축시키려 했다.

2월 28일. 학교비정규직노조와 특수교육보조원은 교육청 협상 테이블에서 교장, 교감, 특수교사, 학부모대표 등 관련자 모두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을 요청하였으나 교육청 담당 부서 과장을 ㅇ초등학교에 내부문제가 있다며 거부했다.

2월 29일. 학교비정규직노조는 3월2일 ㅇ초등학교에서의 집회신고를 하였다. 그리고 학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동석한 상황에서 교장과의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교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을 전달받고 특수교육보조원에게 행정감사 청구를 비롯한 전술을 제시하였다.

그 와중에 끝까지 싸우려고 결심한 특수교육보조원에게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이 부당해고 철회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직접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특수교육보조원은 급격히 자신감을 잃었고 투쟁을 포기할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곧바로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에게 투쟁을 지도하는 노동조합 간부가 조합원을 위축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함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다행히,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자신들의 언행에 실수가 있었음을 바로 인정하고 특수교육보조원에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했다. 그리고 전교조 서울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육청에 매일 ㅇ초등학교에서 집회 강행, 학교 및 교육청 대상 행정 감사 청구, 노동위원회 제소, 인권위원회 제소를 할 것이며 절대 이 문제를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강경하게 전했다.

승리와 단결의 필요성

그날 밤 8시 30분경.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비정규직노조와 특수교육보조원에게 전화가 왔고 학교에서 계약연장을 하겠다는 답변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무기계약 전환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정규직 교사와 학교비정규직노동자가 함께 이 싸움을 진행하여 승리했다는 점, 그리고 개인으로 존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성과를 남겼다.

지금 전교조 서울지부 특수교육위원회와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협의를 통해 특수교육보조원 교육감 직고용, 6개월 이상 근무자의 무기계약 전환, 3개월, 6개월로 쪼개 계약하는 것에 대한 행정지도 등을 요청하려고 한다.

특수교육보조원의 문제는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에서 함께 결합해 부당해고 철회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고 있으나 다양한 학교비정규직 분야는 여전히 비정규직노동자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실질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교육관련 노동조합이 교육산별노조로 조직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육산별노조는 민주노총 중집의 지침에 따라 상층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산별노조 건설은 기층에서부터 논의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총체적 교육문제 해결을 실현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교장의 막강한 권한에 파열을 낼 수 있으며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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