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현 상황을 돌파하려면 정공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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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승·천의봉 동지의 철탑 농성이 1백 일을 넘기고 있다. 철탑 농성은 광범한 정치적 연대의 초점을 형성하며, 그 힘을 작업장 투쟁으로 연결하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현대차 사측은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불법파견을 무마하려고 도입한 직고용 계약직 노동자들까지 해고하고 있다.
울산지법은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옥죄고 있다. 그러나 1월 8일과 18일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해고자, 지역 단체, 노조 활동가 들이 모여 울산지법이 집행하려던 강제철거를 막아냈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정몽구는 귀빈 대접을 받고, 불법파견 피해자인 최병승·천의봉 동지는 철거 대상이 되는 사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란 말인가.
온갖 부패와 부정의 잡탕밥인 이동흡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추천된 것을 보면 저들에게 정의는 안중에도 없다.
현대차 사측은 3천5백 명 신규채용이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역겨운 말을 내뱉으며, “하청지회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조차 무시하는 집단이 법을 지키겠다며, 1백 일을 농성하고 있는 두 동지를 강제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인가.
지금껏 차별과 탄압에 맞서 싸웠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2010년 CTS 점거와 이번 철탑 농성에 대한 광범한 지지와 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 투쟁이 차별받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사측은 신규채용을 강행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지회를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며 고립시키려 한다. 게다가 농성장 철거 같은 탄압도 강화하려 한다. 1월 23일 2차 신규채용도 강행했다.
박근혜 당선으로 정몽구는 자신감을 얻어 공격을 강화하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정규직지부 지도부도 비정규직지회에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함께 힘을 합쳐 맞서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지회가 독자교섭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남는 문제는 독자교섭에서 사측을 압박할 힘을 모으는 일이다.
사측을 확실하게 압박하려면 다른 도리 없이 점거파업을 해야 한다.
지금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점거파업은 분명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충분치 않은 파업 참가자 규모로 탄압의 우려도 클 것이고, 작업장 분위기 때문에 아예 성사 자체에 대한 고민도 들 것이다.
이런 어려움과 고뇌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세가 정부 교체기여서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게다가 현재 상황에서 점거 말고 달리 방도가 없는 듯하다. 생산에 타격을 가해 사측을 압박하고, 흔들리는 조합원들 끌어모으고, 연대의 초점을 형성하려면 말이다.
게다가 제대로 맞붙어 싸워 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쓰러지는 것은 이후 투쟁을 위해서도 효과적이지 않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사측의 공세와 신규채용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끄는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다.
만약 투쟁에 나선다면 박근혜 취임 전에 견제구를 날려야 한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투쟁적 수단 외에는 사측과 보수언론, 심지어 현대차지부 지도부조차 “현실적 대안”을 선택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에 맞설 무기가 없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은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정당한 요구다.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 일부를 교섭안에서 제외하기 시작하면 노동계급의 단결이 무너져 계속 밀릴 수 있다.
이 점을 잘 아는 사측은 “2·3차 업체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전원 전환해야 하냐”며 1차 하청 노동자와 2·3차 하청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한다면 그들을 이반시켜, 우리의 힘은 약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차 외의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가능성이 큰 청년들의 연대를 계속 얻기 위해서도 요구를 후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청소·식당·경비 노동자 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 핵심 내용(근무 인정, 공정 사수, 임금·단협 소급 적용)에서 후퇴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측의 압박이 강화되고, 심지어 정규직지부 지도부조차 압력을 넣고 있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지만, 후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의 후퇴를 막고, 투쟁 속에서 다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이라는 요구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투쟁의 무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회나 후퇴가 아니라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야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투쟁에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