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한 박근혜의 대응:
강성 우파 전진 배치와 공안 발톱 드러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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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의 위기는 여전하다.
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벌써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 지지율은 계속 정체·하락하고 있다.
일곱 번째 낙마가 일어나자, 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 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 새누리당 안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비껴가고 있다. 개별적 반발이 있지만 아직은 새누리당도 ‘박근혜의 리모콘’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는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고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강성 우파가 지금보다 더 전면에 포진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한 박한철을 내정했다.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 방송 장악 음모라는 의혹에 스스로 ‘어떤 사심도 없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 줄줄이 이어진 낙마 과정에서도 공안검사와 군 장성 출신들을 곳곳에 심는 인사의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기구를 단속하고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개악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이것은 한편에선 공직 사회 기강 잡기를 하는 ‘사정 정국’을, 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이라고 좌파를 마녀사냥하는 ‘종북 몰이’ 예고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사실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뿐이다. 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김영삼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 들이 핵심 기반이다.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이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 군림하며 부패한 연결망을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원, 국세청 등을 동원한 ‘사정’ 시도는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 있다.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와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 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저성장
이런 위기 요소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위기를 봉합하더라도 위기 재발 가능성은 여전할 것이다.
결국 좌파를 속죄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박근혜의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육군 대장 출신인 새 국가정보원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위기와 분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정부조직법에 찬성하고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때문에 안철수가 이 틈을 비집고 4·24 재보선에 출마해 “새 정치”라는 모호한 구호로 반새누리·비민주당 층을 가로채려는 것이다.
우파 정부의 위기가 자동으로 진보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 때의 교훈이다. 임기 첫 해 지지율이 10퍼센트로 추락해 내내 허덕였지만, 결국 새누리당은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진보가 분열해 독자 대안을 내놓고 행동을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진보의 대응이다. 근본적 변혁을 추구하는 좌파는 진보가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며 노동운동의 자신감과 투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