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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반전평화연대 토론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모색과 토론이 펼쳐지다

반전평화연대(준)이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긴급토론회가 4월 19일 저녁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최근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에 우려하며 공동행동의 필요성에 공감한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연사로 나섰다. 또 1백50여 명이 토론회를 찾아서 장소가 비좁을 정도였다. 사회를 맡은 ‘경계를 넘어’ 최재훈 동지는 “’불타는 금요일’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

4월 19일 저녁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 ⓒ이윤선

첫 발제를 맡은 노동자연대다함께의 김어진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연설을 시작했다.

“현재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험악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주변에 핵잠수함을 배치한 상황에서, B-52 전략 폭격기가 북한을 겨냥해 세 차례 훈련을 했고, 핵폭탄 16발을 실을 수 있는 B-2 스텔스 기가 군산 앞바다에 훈련탄을 투하하기도 했습니다.”

김어진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50년치 사회보장비(3조 달러)를 쏟아 부은 미국이 북한에 ‘자기나라 국민들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무슨 핵무기냐’고 비난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라고 폭로했다.

김어진은 북한의 도발이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미국은 냉전 해체 후 세계 제패 전략으로 동아시아에서 문제를 키워왔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1만여 명, 주일미군 해병대도 수만 명 늘렸습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핵을 불가피한 결과이자 자위적 수단으로 여길 수는 없고 오히려 동아시아 불안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국간 군사적 긴장과 제국주의 질서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아래로부터 운동, 특히 노동자 운동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미국과 남한 지배자들의 ‘북한 주민들이 불만이 많은데, 정변이 일어나면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서 안정화 시킨다’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했다. 이것은 이라크 전쟁과 3년을 지속한 한국 전쟁을 발발시킨 논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재를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을 보면 제재를 했을 때 군사주의가 위축된 경우보다 강화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부시 정부가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하자 이란 내 성장하던 개혁파가 몰락했습니다.

“지금 북한이 쓰는 용어는 최근 수년간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했던 말을 고스란이 쓰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3일 내전’이라는 말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사흘이면 충분하다’고 한 것을 되받아 친 ‘패러디’입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봐야 합니다. 주요한 합의가 있어도 미국은 북한이 곧 망한다는 전제 위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은 매우 비현실적인 구상을 ‘현실적’이라 말하며 추구해왔고, 또 그런 정책이 다른 나라에 낳은 경험들이 북한에 학습효과를 제공해 더 문제를 풀 수 없게 됐습니다.

“정말로 한반도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먼저 대화를 요구하는 제스처를 취하도록 미국 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뒤이어 연설한 사회진보연대의 류주형 정책위원장은 탈냉전 시대에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됐고 경제는 사실상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 핵공격 옵션을 유지하고, 주한미군과 남한의 핵·재래식 전력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 등이 북한의 핵무장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차선책으로 2011년부터 ‘아시아 중시 전략’을 전개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북한은 계속해서 핵개발에 몰입했습니다.

“‘태평양으로의 선회’ 전략은 이번에 더 탄력을 받고 있고, 많은 전략가들이 미국을 이번 국면의 ‘최대 수혜자’로 꼽습니다. 일본도 핵무장화와 ‘보통국가화’를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류주형은 남한 사회 운동의 과제도 말했다.

“[자주파 동지들이 주축이 된] 반전평화국민행동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남한과 미국이 북한과 평화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이 자위용 또는 협상용이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사회 운동은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된 요구로 채택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 및 주둔 미군 철수, 남한의 군비 증강 반대와 같은 요구를 실천해야 합니다. 적극적 평화주의가 필요합니다.”

진보신당의 이봉화 부대표는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냉엄하게 돌아보면 [진보신당이] 북한 무력 도발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관련된 입장을 표명해오지 않았나, 또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이것은 한반도의 중요한 현안에 대해 균형감이 없는 태도였습니다.

“한편 진보진영 일부가 북한에 너무 옹호적이거나 민족 자주 입장에서 핵 자위론을 주장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핵동결이 되더라도 북핵이 존재하고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공포의 균형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중국과 외교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박근혜가 중국과 외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공감대를 중심으로 미국이 조장하고 있는 위기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 펼쳐져야 합니다.”

마지막 연사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미국이 약속을 뒤집은 것을 폭로했다.

“2012년 2·29 합의 당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중지하기로 돼 있었지만, 인공위성 발사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못 봤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12월 북한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 대해 미국이 앞장서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했습니다. 이를 보면서 북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한반도 위기의 대안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 북은 핵은 포기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드리운 핵우산을 제거해야 합니다.”

또 사회운동 진영에 ‘양 편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북을 주로 규탄하거나 양비론을 취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습니다. 둘째로는 북의 핵 포기,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함께 요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제시할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법입니다.”

끝으로 “곧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텐데 양 편향을 극복하고 낮은 단계의 실천에서부터 신뢰 수준을 높여 가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확산시켜 나가”자고 연설을 마무리 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건이어야 하는가?

이처럼 발제에서는 현재 한반도 위기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어떻게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공통점뿐 아니라 몇가지 논쟁점도 드러났다. 현재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도 나타났다.

청중토론에서는 입장 차이와 더 토론이 필요한 쟁점들이 제기됐다. 먼저, 최일붕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두 가지 잘못된 편향을 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슬로건으로 제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 핵에 대해서 당연히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을 때는 운동이 마비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 건강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놓고 운동은 분열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반전운동 동맹의] 조건으로 내걸 수는 없습니다.

평화협정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배자들 사이의 협정은 협정이 이뤄질 시점의 세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조금만 세력관계가 바뀌어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스탈린이 히틀러와 독소불가침조약을 맺었지만, 그 조약은 2년 만에 파탄났습니다.

“한반도 위기는,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제국주의 갈등을 근본으로 하고 그 전술로서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미나 남북이 대화하는 것은 일시적 국면이 될 뿐이고 전혀 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이처럼 문제가 체제의 근본 동학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를 요구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뭉치면서도,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자본주의 이윤체제를 공격하지 않으면 제국주의 적대 정책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김영익 〈레프트21〉 기자는 남한 정부에 대해 운동이 가져야 할 태도를 주장했다.

“대화에 나서는 것이 긴장을 고조하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친미우파 정부라는 것입니다. 나쁜 정부에게 착한 일을 기대하기보다 그 정부가 하는 여러 정책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위험성을 알려야 합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둘 사이에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진정한 북한 민중의 자기해방을 주장했다.

“북한 인민이 굶주리는데 정권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주체는, 아랍 혁명이 보여줬듯이 북한 노동계급 스스로의 투쟁이지 미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한 대안은 미국 제국주의가 아시아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회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특사나 협상으로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 격화하는 제국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보여준 것처럼 전세계적인 반전운동과 자국 민중의 끈질긴 저항이 결합될 때 진정으로 제국주의 위협에 맞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대북특사나 평화협정의 한계

김하영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운동 건설의 방향에 대해 주장했다.

“지난 20년 동안 북미 사이에 그나마 가장 진전된 양보가 나왔을 때는 부시 정부 2기 때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깡패 짓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전략 자체를 무력화하는 저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저항은 미국에 대한 압도적인 비판을 우위에 둘 때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제 위기는 미국의 발을 묶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 군대를 보내는 데 엄청난 돈을 쓰는 것에 미국 국민들이 저항한다면, 아시아 사람들의 반전 운동과 결합해서 미국의 전력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로 내거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10년 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는 후세인이 독재자고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며 전쟁의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반전운동은 ‘후세인이 독재를 안 한다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다면 미국의 전쟁에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후세인의 독재를 비판하지만 더 주된 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 확장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운동이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운동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반대하는 것에 단결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진우 이주노동조합 활동가의 발언은 한반도 긴장의 심상치 않음을 다시 일깨웠다. 그는 “이런 토론회를 매우 바랐다”면서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거냐. 사장들은 ‘전쟁 안 난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냐”고 자주 묻는다고 전했다.

국제적으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이슈가 된 가운데 “고국의 가족들한테 ‘곧 전쟁날 수 있으니까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아 불안해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고 그 때문에 실제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흐름과 행동이 있다는 것을, 단지 이주민뿐 아니라 모든 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다.

뒤이은 정리발언에서 각 연사들은 공통점에 기반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요구, 남한 정부에 대한 태도 문제, 현재 상황과 제1차세계대전과 유사성 여부, 반전평화운동으로 어떻게 군국주의 세력을 막을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토론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마지막으로 정리 발언한 노동자연대다함께의 김어진은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행동을 조직하면서, 반전평화운동의 단결을 모색하자고 강조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