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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담 추진:
박근혜의 강경책이 대화 국면을 낳았다고?

〈레프트21〉 제작이 마무리돼 가는 6월 7일 현재, 남북 정부 간에 장관급 회담을 열자는 제안이 오가고 있다. 6월 12일을 전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의제로 장관급 회담이 열릴 듯하다.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에 많은 사람들이 놀랄 만하다. 얼마 전까지 한반도에서는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맞대응으로 긴장이 계속됐고, 5월 말에도 남북 정부 들이 “괴뢰 대통령”, “파렴치한” 등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게 된 것일까.

박근혜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으로 얻은 성과’라고 자화자찬한다. 〈한겨레〉조차 박근혜의 ‘대화문 열어 놓은 압박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부채질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를 적극 지지했고, 미국과의 전쟁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라’는 말로 긴장을 더 높인 것도 박근혜다.

평화를 가져 올 수 없는 자들 한미일 국방장관들은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대북 압박 공조에 합의했다. ⓒ국방부

개성공단이 위기에 빠진 계기도 바로 국방장관 김관진이 “[개성공단 인질 억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 조처를 할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분위기 변화는 이런 대북 강경책이 낳은 성과라고 결코 볼 수 없다.

현 국면은 미국이 지난 수개월 동안 북한을 거세게 몰아붙이다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찾아온 일시적 유화 국면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빌미로 잇단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며 이 지역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핵 선제 공격연습까지 포함한 대규모 훈련을 보면서 북한 지배자들은 큰 압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협박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오바마가 지난 4년 동안 ‘아시아로의 귀환’을 말해 왔지만, 여전히 중동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당장 시리아를 놓고 벌이는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전이 발등의 불이다. 아랍혁명의 여파로 미국의 동맹국 터키에서도 저항이 폭발하는 등,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미국이 유지해 온 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지금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억제하기는커녕 더 강화시켜 왔다.

이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위기를 ‘관리’하며 시간을 벌 필요성이 제기되는 점도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당장 또 하나의 전쟁을 벌일 여력이나 생각은 없는 상황이다.

일시적

무엇보다 미국은 지난 몇 달간의 ‘근육질 과시’를 통해 이미 몇 가지를 챙겼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에 관한 상당한 합의를 이뤘고, 예정보다 일찍 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본 점은, 오바마 정부가 잠시 숨을 고를 여지를 줬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 재개 시도가 나올 수 있었다.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는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6월 7일~8일에 열리는 중·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제기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남북 회담이 북미 대화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불안정에 빠뜨리는 근본 요인들이 여전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

한반도 긴장의 배경인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두 열강이 서로 갈등할 만한 잠재적 적대요인들은 상당히 많다.

예컨대 중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아시아 귀환)’ 정책을 위협으로 느끼며, 미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미국은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꼽은 남·동중국해의 제해권을 자신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중·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갈등 요소들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6자 회담이든 양자 회담이든, 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될지도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오바마는 북한에 비핵화 등 ‘선 양보’를 요구하는데, 북한 지배자들한테 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관련국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진척이 더딜 수 있다.

그동안의 북·미 대화는 미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오히려 새로운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따라서 남북 회담의 앞날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남한 지배자들은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중·미 갈등이 다시 불거지거나 북·미 관계가 또 나빠지면, 남북 회담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남북 회담 자체에도 쉽게 풀기 어려운 난관들이 수두룩하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다가 일시적으로 대화 국면이 찾아 오는 건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당장 부시 행정부 때도 우리는 이런 변화를 여러 차례 봤다.

지난 20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위기와 대화 국면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면서, 긴장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 계속됐다. 그리고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국가 간 갈등은 이를 더 위험스런 방향으로 몰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미국 제국주의와 동맹국들에 맞서는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 운동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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