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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남북대화를 정치 위기 탈출에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남북 관계가 망가져 온 것을 우려하던 사람들은 이번 남북 회담을 환영한다.

특히 오랜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는 이해할 만하다.

그동안 남북 관계의 경색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투쟁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였다. 지배자들은 ‘외부의 적에 맞선 국민적 단합’을 강요하며 투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지난 60년 동안 남한 지배자들은 남북 관계를 내부 저항자들을 억누르고 제압하는 무기로 이용했다. 북한이라는 ‘위협적인’ 존재는 독재 시절 민주주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핵심 구실이었다.

그러나 남한 지배자들은 남북 관계 대결만이 아니라 대화 상황도 노동자 운동 통제에 이용했다. 박정희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유화 분위기 속에 유신헌법을 밀어붙이며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정부는 롯데호텔·사회보험 노동자들의 파업을 잔인하게 짓밟았고, 노동자 투쟁은 남북 화해 무드를 해치는 짓으로 비난받았다.

박근혜도 이번 남북 회담을 국내에서 계속돼 온 위기와 악재를 덮는 데 이용하려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번 회담을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하기 바쁘다.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정서를 이용해 정권에 맞선 저항이나 노동자 투쟁이 무뎌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운동이 단지 개별 작업장이나 노사관계로만 시야를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남북 관계와 한반도 긴장 구조 등 더 넓은 정치적 문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 노동자 투쟁의 전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런 상황에 ‘민족 화해’를 앞세워 노동자 투쟁을 그것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압도 다수인 노동 대중을 배제하는 ‘민족’이란 공허하며, 노동자 투쟁의 발전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길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처럼 ‘남북 대화하겠다는 박근혜를 도와 주자’는 관점은 위험하다.

따라서 박근혜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민중에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서 강력한 저항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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