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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기 괴로운 NLL에 대한 친미 우파의 거짓 선동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 공개되자, 우파는 ‘적 앞에서 영토와 자존심을 포기했다’며 게거품을 물고 길길이 날뛰고 있다.

특히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발언과 일부 ‘반미’ 발언을 두고, 우파는 “[노무현이] 적 앞에 꼬리 내렸다”, “반역의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도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파들의 공세에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우파들이 문제 삼는 노무현의 발언들은 지극히 타당하고 일리 있는 내용들이다. 노무현이 지적한 대로 NLL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버린 것이 분명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NLL 말만 나오면 전부 다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운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우파가 딱 그 꼴이다.

NLL은 영토선(해상경계선)이 아니다. 남북 간에는 단 한 번도 해상경계선이 합의된 적이 없다. NLL은 유엔사령부가 한국전쟁 이후 남한과 미군 함정들이 “이 선[NLL]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한 것일 뿐이었다.

1974년에 CIA조차 내부 보고서에서 NLL을 남북 간 해상경계선으로 삼을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북방한계선은 국제법상 법적인 근거를 갖지 않고 있으며, 일부분에서는 영해의 분리에 관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우파는 남한이 NLL 이남 해상을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고 북한이 묵인해 왔으므로,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우긴다.

그러나 고(故) 리영희 선생이 지적했듯이, 북한은 1956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북방한계선 침범”을 저지르며, 단 한 번도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남한이 합리적 근거 없이 영토선이라고 우기며 호전적 정책을 펼치고, 이에 북한이 맞대응하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서해는 ‘화약고’가 됐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서해를 남북 젊은이들의 깊은 한이 서리고 ‘넋이 우는’ 바다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감히 ‘피와 죽음’을 들먹이는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 중에는 본인과 그 자식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한데도, 이런 자들이 ‘영토 수호’ 운운하는 건 참으로 위선적이다.

“반미면 어때”

우파가 미국에 대한 노무현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미국이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과 남한이 “친미국가”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당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점령을 지속하며 수많은 학살과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또한 당시 미국의 부시 정부는 북한을 겨냥해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운운하며 한반도에서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었다.

부시가 추진한 ‘작전계획 5029’는 북한에서 쿠데타, 주민 폭동 등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선도적 예방”을 위해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침략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적 행태를 지적한 노무현의 발언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굴욕적인 한미동맹에 매달리며 수도 한가운데서 성조기나 흔드는 우파들이야말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가증스럽게도 우파는 자신들도 필요하면 북한 독재자들과 ‘덕담’을 주고받아 왔다는 점은 숨기고 있다. 예컨대 전두환은 김일성에게 보낸 친서에서 “주석님께서는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다” 하고 쓴 바 있다.

북한 정부도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던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002년 방북 당시 박근혜가 한 ‘종북’ 발언을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파들이 이런 무리수를 쓰는 이유는 그만큼 위기 의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 권영세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말 그대로 ‘비상계획’”이라고 했다.

우파의 행태는 점차 높아져 온 한반도 긴장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행태 자체가 북한을 엄청 자극해 긴장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올해 초 박근혜는 ‘북한이 도발하면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라’는 말을 꺼내면서 서해에서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을 높일 만한 조처들을 취해 놨다. 그리고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대북 압박이 낳은 긴장 때문에, 서해에서는 언제 끔찍한 돌발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NLL 등을 둘러싼 우파들의 거짓 선동에 단호히 맞서며, 한반도에 긴장을 높일 박근혜의 친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정책을 좌절시키려고 해야 한다.

노무현과 “친미적 자주”

노무현의 진정한 문제는 말과 행동 모두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에 “반미면 어때” 하면서 여중생 미군 탱크 압사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점차 그는 미국과 친미 우파의 압력에 굴복했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예컨대 당선 직후 노무현은 “나는 좌파가 아니다. … 한국민은 미국에 감사하며 주한미군 주둔을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노무현은 미국의 “현실적인 힘”에 금세 타협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은 지지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노무현은 미국과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해 줘, 주한미군이 작전 범위를 동북아와 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용산 미군 기지를 떠나는 미군이 평택으로 옮길 수 있게 해 줬다. 노무현은 기지 확장을 반대하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을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탄압하기도 했다.

부시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도 협조했다. 노무현은 ‘작전계획 5029’를 없애지 못했다. 실제로는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개념계획 5029’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미국과 한반도에서 수시로 전쟁 연습을 진행했고, BDA 문제가 난항을 겪을 때 대북 식량 지원을 유보하며 부시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노무현은 갈수록 ‘친미’로 기우는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친미적 자주”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는 자신도 인정했듯이 “헷갈리는” 소리였다.

그가 이렇게 ‘친미’로 기운 것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뻗어나가서 경쟁하는 남한 자본과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해 성장해 온 남한 국가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NLL 문제에서도 노무현은 많은 한계를 보여 줬다. 우파의 왜곡과 달리,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주장의 핵심은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NLL을 인정하는 선에서 차차 문제를 해결해 가자는 것이었다. 그가 제안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도 NLL을 전제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그는 2002년 2차 서해교전 이후 채택된 ‘선제공격’ 교전수칙을 재개정하는 데 반대했고, 선제공격 방침을 유지했다. 그리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린 남북국방장관회담 때 ‘NLL 사수’를 주장하던 당시 국방장관 김장수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줬다.

이처럼 노무현은 집권 기간 내내 한반도 문제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관계는 안정적이지도 못했다. 결국 김정일이 우려한 대로 노무현 정부하에서의 남북 합의는 “빈 종이짝”이 돼 버렸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노무현보다 더 못났다. 민주당은 대선 때부터 ‘NLL을 확고히 지키며 필요한 국방력을 갖추겠다’는 보수적 입장을 내놓았다. 지금도 NLL이 영토선이라는 주장에 대해 비판은커녕, 장외투쟁을 하더라도 ‘안보 불안 정당’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나가겠다고 한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도 민주당 같은 세력이 기여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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