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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열기를 한껏 보여 준 철도 파업 집회:
“철도 파업 다섯 번 중 이토록 큰 지지를 받은 파업은 처음이다”

철도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12월 14일 서울역 광장의 열기는 최고로 뜨거웠다.

6일째 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철도노동자 1만 2천여 명이 한자리에 집결했다. 전국에서 온 철도노동자들이 서울역 광장과 계단, 광장 옆 차도에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대열은 굳건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칠 때마다 강한 의지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철도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응원이 파업 대열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광범한 지지를 받는 파업임을 과시하는 듯이, 연대 대열도 많았다. 전교조, 공무원노조, 건설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의 노동자들이 참가했고, 사회운동 단체들과 쏘울드레서와 같은 인터넷카페 회원들도 참가했다. 철도 파업 집회가 열리는 시간에 고려대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2백여 명의 학생과 청년들이 모였다. 2만여 명의 파업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노동자들, 연대 단체들의 회원들이 서울역을 가득 메웠다.

12월 14일 2만여 명이 결집한 철도노조 결의대회. ⓒ이윤선

코레일 사장 최연혜는 “찢어지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특단의 조처”를 취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노동자들은 ‘나는 너 같은 애미 둔 적 없다’ 하고 받아쳤다.

서울역에 집결한 파업 노동자들은 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모인 것에 무척이나 고무됐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한 파업 노동자는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예전 파업은 기관사들만 주도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전동차 차장, 역무원 등이 다 하는 걸 보니까 이번 파업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든든하고 이길 것 같다.”

철도노조 운수국장이 전해 준 파업 중인 지부들의 분위기를 들어봐도 지금 파업 노동자들의 투지를 알 수 있다.

“공사가 파업 대열을 흔들려고 하는 거짓말들이 잘 먹히지 않는다. 공사는 제천역지부가 복귀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제천역지부는 필공 노동자들도 나서 1천6백 만 원의 파업 기금을 모아 주었고 파업 대열도 단단하다.”

“한 지부는 지부장이 일부 조합원들을 데리고 복귀를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다시 파업 대열로 돌아왔다. 새로운 지부장을 뽑고 계속 파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한다.”

12월 14일 2만여 명이 결집한 철도노조 결의대회. ⓒ이윤선
12월 14일 2만여 명이 결집한 철도노조 결의대회. ⓒ이윤선

조합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파업 대오가 단단하고 이렇게 된 데는 대중적 지지 여론이 큰 구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조합원들이 직접 만나고 확인하면서 조합원들이 더 단단해지고 파업 대오가 더 늘어나고 있다. 2009년에는 3일 지나 흔들렸던 조합원들이 올해는 흔들리는 모습이 안 보인다.”(목포지부 조합원)

“지금까지 다섯 번 파업에 참가해 봤는데, 이렇게 지지받는 파업은 처음이다. 이런 지지여론이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광주지역 전기지부 조합원)

“예전에는 파업 불참자들의 핑계거리가 여론이었는데, 이번엔 핑계 대는 조합원들이 없다.”

이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진행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 노동자의 투쟁은 중단없이 계속된다! 파업 대오를 더욱 굳건히 사수하라!”

그리고 김 위원장은 “17일까지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속할 태세를 보였다.

“파업 6일차인데 흔들리지 않고 모인 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고 조금만 버티면 뭔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19일까지도 답이 안 나오면 더 가야 한다. 끝까지 가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워야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았다.

하현아 서울차량지부장은 연단에서 “지금 분수령을 넘고 있다. 더 확대·강화된 투쟁으로 나아가 승리하자. 이 자리에 필수, 비필수 조합원 모두 모였다. 정부가 지도부를 구속하고 조합원들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전면 파업으로 우리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큰 호응을 받았다.

분수령

집회장 곳곳에서 전면 파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국민적 지지가 있을 때, 전면 파업으로 맞서서라도 국민 철도 지켜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영등포 전기지부 조합원)

영주의 한 노조 간부는 "필공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채팅방을 만들어 상황을 공유하고 지지금도 모으고 있다"며 "이들을 조직하면 정말 전면 파업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시흥 차량지부 한 조합원은 지도부가 전면 파업을 결정하면 따르겠다며, 자신은 ‘필공’이어서 탄압을 받겠지만 “각오를 해야 한다”며 결의를 밝혔다.

노동자들은 파업 후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자 서로의 힘과 열기를 확인하며 크게 고무된 분위기였다. 동시에 산개 전술에 대한 아쉬움도 있는 듯했다.

한 조합원은 “말만 들었지 지역별로 찢어져 움직이다 보니 [분위기를] 실감할 수 없었는데, 오늘 조직이 건재하다는 걸 확인해서 정말 좋다. 찢어지지 말고 모여서 투쟁하면 좋겠다” 하고 말했다.

철도 파업은 박근혜에 맞서 노동자들이 강력한 저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파업 일주일을 맞아 열린 이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자신들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지를 확실히 보여 줬다.

이제 투쟁 수위를 높여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때다. 전면 파업으로 확대해, 지지받는 파업을 승리하는 파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날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민영화 추진을 멈추지 않을 경우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많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지지와 호응을 실질적인 연대 파업으로 조직해야 한다.

관권 부정선거 규탄 철도 민영화 저지 촛불대회

“박근혜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

이현주

뒤이어 같은 자리에서 시국회의가 주최한 ‘관권 부정선거 규탄 철도 민영화 저지 촛불대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고자 나선 학생·청년들이 많이 참가했다. 많은 철도 노동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함께 촛불대회에 참가했다. 노동자들과 학생·청년들이 어울어진 진풍경이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다소간 움추려 있던 젊은이들에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 넣은 듯했다.

관권 부정선거 규탄 철도 민영화 저지 촛불대회 ⓒ이윤선

특히, ‘안녕들하십니까’ 대열로 온 2백 명가량의 학생·청년들은 큰 환호를 받았다. 이날 오후에 ‘안녕들하십니까’ 학생들은 고려대 정대 후문에서 자신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말하는 성토대회를 열고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촛불대회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장이었다. 철도 민영화뿐 아니라 가스·의료 민영화 추진, 국정원 대선 개입, 밀양 송전탑 강행, ‘종북’ 낙인으로 반대 목소리 틀어 막기 등을 자행한 정부에 대해 쌓여온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에 한 목소리로 “안녕하지 못하다” 하고 외쳤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 박근혜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써 붙인 고려대 학생 주현우 씨는 “우리는 여기 있는 사람 수만큼이나 안녕하지 못한 이유들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의 얘기를 하는 것을 금기시 당했다. 무슨 이야기만 하면 종북이니 불법이니 한다”며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는 요구를 왜 종북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7천6백 개 일자리를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7천6백명의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이런 몰상식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코레일과 정부를 비판해 큰 환호를 받았다.

집회에 참가한 고려대 사회학과 3학년 한 학생은 “지금껏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하지 않았었는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어떠한 타협도 하려 하지 않고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정권의 불통스러움이 가장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을 구속하고 박근혜는 사퇴하라”고 외친 개신교 평신도 대책위원회 안선용 씨의 발언도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당선 1주년인 12월 19일에 다시 모이기로 약속하며 해산했다.

박근혜 정부에 맞선 철도노동자들의 굳건한 파업 투쟁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관권 부정선거 규탄 철도 민영화 저지 촛불대회 ⓒ이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