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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낳을 공공기관 ‘정상화’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로 국가 기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증폭하자 이를 이용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려 한다. 담화문을 발표하자마자, 세월호 참사로 미뤘던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 워크숍’을 다시 열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상화’는 참사를 막을 ‘국가 개조’이기는커녕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워크숍에서는 규제 완화도 강조했다. 돈벌이에 눈이 먼 규제 완화로 2백 명 넘는 사람들이 바닷속에서 죽어 갔는데도 말이다.

‘정상화’의 핵심 내용은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주로 ‘사업 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부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예정된 공공사업을 취소·연기하거나, 사기업을 끌어들이거나, 공공기관의 재산을 사기업에 팔아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윤과 경쟁의 논리를 강화해 안전을 뒷전에 두게 만들 것이다.

최근 정부는 건설 안전 감리(공사가 설계도나 서류 내용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검사하는 것) 기구인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건설관리공사는 1990년대 초 팔당대교 붕괴 등 대형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부실공사를 막으려고 만든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감리회사가 민영화되면 이윤 추구에 매달리는 경향 때문에 안전감독이 더 부실해질 수 있다. 선박업체와 유착한 민간 기관들이 세월호 안전감독을 제대로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부채를 삭감하기 위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공격하고 있다. 감사원이 공공기관 부채 증가 중 70퍼센트가 중앙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는데도,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공공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박근혜는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했지만, ‘정상화’ 계획에는 ‘낙하산’ 인사 방지책은 전혀 없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조사를 보면, 주요 공기업의 기관장·감사의 50퍼센트가량이 정부 관료 출신의 ‘관피아’다.

‘돈보다 공공성’을 위한 투쟁

정부는 단협 개악을 타결하지 않으면 내년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악에 먼저 합의하는 기관에는 성과급을 주겠다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대오를 분열시키려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그동안 얻어낸 복리후생제도들을 일회성 성과급과 맞바꾸는 게 손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IMF 위기 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퇴직금누진제나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 지원 등을 양보하는 대신 성과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제도의 폐지가 손해라는 게 명백해졌다.

정부가 정상화 추진의 고삐를 조이자,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다시 항의를 시작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앞장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축소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공공성을 훼손할 ‘정상화’에 반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8월 말에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의 공동 파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8월 말에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공동 파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3월 2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조승진

한편,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공공기관 정상화 문제를 단일 의제로 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정상화’를 강경하게 추진하려는 것을 보면, 교섭을 우선해서는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총 본부 침탈 이후 정부는 양대노총 모두와 최악의 관계에 있다.

노정교섭은 투쟁의 결과물일 때 그 내용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6월 총궐기에 함께하고, 예고한 ‘정상화’ 반대 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조직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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