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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악: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칼을 빼려 한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공무원들을 공격하려 한다. 한 언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비롯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공무원 외부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개인 SNS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징계 운운하며 공무원들을 협박하고 있다.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혹독한 칼바람”이란 표현이 과도한 것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칼바람은 공무원연금 개악이다. “지급액 20퍼센트 삭감”,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1세로 늦추고 유족연금도 삭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입에서 “희망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연금 주관 부서인 안전행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결정된 바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 이미 정부는 비공개 민간 자문기구를 구성했다고 한다. 여기서 여러 개악안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연금을 하향 평준화 하려는 정부의 공격에 맞선 투쟁이 건설되고 있다 5월 29일 공직연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투쟁본부 출범 기자회견. ⓒ이미진

20퍼센트 삭감

그래서 그동안 흘러나온 이런저런 개악안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지급액 20퍼센트 삭감’만 해도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2억 원이 넘는 노후 소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개악안이다. 내는 돈을 더 늘리고, 수급 연령을 한 살 늦추고, 유족연금을 낮춘다면 삭감액은 더 커질 것이다. 정부는 말 그대로 ‘가장 강력한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의도는 단지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후 소득 축소에만 있지 않다.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과도한 특혜’ 시비, 공무원들의 고액 임금 논란 제기 등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미래의 ‘재정 안정화’ 운운하는 것도 공공기관 ‘정상화’가 노리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즉, 공공부문 지출을 줄여 재정 적자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복지·노동조건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 이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지렛대 삼아 또다시 국민연금 개악을 시도할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사수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연금 지키기는 “공적연금(국민연금) 지키기”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과 조직에 있다. 최근 정부가 법을 바꿔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에서 공무원노조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 개악론자인 윤석명도 공무원연금 “개혁 주체는 제3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조차 동의하지 않는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는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법 개정 논의와 강해질 여론몰이에 맞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모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6월 28일로 예정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조합원 결의대회는 무척 중요하다. 대규모 대중집회를 통해 우리 쪽 사기를 높여야 한다.

효과적인 투쟁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단결도 필요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공적연금 개악저지 공동투쟁본부’가 구성된 것은 좋은 출발이다.

공무원연금만 내세우지 않고 ‘공적연금’을 모두 지키겠다고 나선 것도 잘한 일이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이 “공무원만의 투쟁이 아니라 … 공적연금 [개악]의 위협을 받는 국민들을 지키는 투쟁”이라는 주장한 것은 옳다.

세월호 정국은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는 우리의 투쟁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를 더 몰아붙이면 사회 전체의 세력관계도 우리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노조는 세월호 참사에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에 초점을 맞춘 시국선언 등 정치적 행동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 사회를 개혁”하겠다며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들을 공격하려는 시도에 효과적으로 맞받아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