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새 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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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경제 위기의 고통을 겪는 스페인에서 지배자들에 맞서 싸울 새로운 정당 포데모스를 건설하는 현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데이브 수엘이 전한다.
스페인에서 새 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는 지난 5월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1백만 표를 훌쩍 넘게 득표하며 4위를 차지했다. 창당한 지 넉 달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이다.
이번에 당선한 유럽의회 의원 다섯 명 가운데는 교사와 과학자도 있고, 대학 강사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도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좌파 텔레비전 프로그램 ‘라 투에르카’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포데모스를 창당했다.
포데모스는 모든 시민에게 최소한의 기본 소득을 보장해서 가난을 줄이고, 부자들이 탈세를 하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스페인 정부가 유럽연합과 합의한 내용도 거부한다. 그 합의에 따라 정부는 은행가들의 빚을 갚아 주려고 엄청난 삭감 공격을 했다.
이번에 선출된 포데모스 의원들은 세비를 최저임금의 세 배 미만으로 받겠다고도 약속했다. 이것만 봐도 포데모스가 [스페인의 양대 정당인] 국민당(PP, 보수 성향)이나 사회당(PSOE, 사민주의 성향)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권당인 국민당은 계속 긴축을 강요하고 있고, 사회당도 집권 시절에 공공지출을 제한하기 위해 개헌했다. 심지어 공산당이 주도하는 좌파연합(IU)조차 불명예스럽게도 긴축을 자행한 지방 정부들에 참여했다.
포데모스는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포데모스가 다른 정당들과 다른 새로운 특징은 ‘서클’들이다. 서클이란, 수백 명이 모여 토론하고 조직하는 대규모 회합이다. 활동가들이 당 지도부와 사전 접촉 없이 서클을 시작하는 경우도 흔하다.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서클 수백 개가 생겨났고, 선거 끝나고는 더 많이 생기고 있다.
세비야 시에서 포데모스 후보로 출마했고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인 엔루차[‘투쟁 속에서’]의 회원인 헤수스 카스티요는 서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 이제는 도시 곳곳에, 마을 곳곳에 서클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이글레시아스도 그중 하나고, 긴축에 반대하는 운동 안에서 자라난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도 그 요인입니다.
“또한 우리가 여타 정당들과는 다르다는 인식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보통은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열정과 희망을 담아 목소리를 내면 믿습니다.”
포데모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치인들은 포데모스의 잠재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는 포데모스가 겨우 1퍼센트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실제로는 8퍼센트를 얻었다.] 그러나 포데모스는 갑자기 튀어나온 정당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스페인이 겪은 위기와 그에 맞선 저항이 낳은 산물이다.
2010년 총파업도 있었지만 지금의 시위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것은 2011년 5월 15일에 시작된 ‘5월 15일 운동’ 때부터였다.
당시 수백만 명이 도시 광장을 점거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5월 15일 운동과 그 뒤를 이은 투쟁들에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었다. 특히 청년들의 분노가 컸다. 당시 청년 실업률은 50퍼센트에 육박했고 그 뒤로도 계속 높아졌다.
또한 주택을 압류 당한 사람들의 연이은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는 그런 주택 압류가 해마다 10만 건가량 된다.
주택 압류
그러나 5월 15일 운동은 기성 정당들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그 정당들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자각이기도 했다.
처음에 5월 15일 운동은 공식 정치를 모조리 거부하고 그 대안을 거리에서 만들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활동가들이 대부분 지금 포데모스 서클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저널리스트 니코스 루도스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운동이 이룬 성과와 운동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었습니다.
“5월 15일 운동 이후 마드리드에서는 투쟁으로 의료 민영화를 막기도 했고, 주택 압류에 반대하는 거대한 운동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는 교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벌여 교육 개악을 막기도 했습니다. 그런 운동들은 아래로부터 건설됐고 대중 총회를 통해 노조 관료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이처럼 운동은 크게 성장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힘이 미약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도전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은 국제적이거나 심지어 전국적인 영향력도 발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운동들 덕분에 우리가 다수이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생각이 운동을 정치화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포데모스는 이런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중요한 전진이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헤수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클에는 언제나 새로 온 사람들이 잔뜩 있습니다. 서클에서 우리는 여러 주장들을 놓고 토론합니다. 채무 변제 거부, 군주제를 폐지하기 위한 국민투표나 개헌 과정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클은 사람들을 조직하는 장소입니다.”
혁명가들은 포데모스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
포데모스에는 정치 경험이 각기 다른 사람들과 정치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중에는 엔루차 회원들처럼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글레시아스가 이끄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지도부는 시리자를 모델로 삼는다. 시리자는 그리스의 급진좌파 정당으로 다음 선거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포데모스 지도부는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정부를 본받으려 하기도 한다.
포데모스 정책은 많은 부분 모호하다. 그래서 포데모스에는 자본주의 국가를 타도하려는 사람들과 자본주의 국가를 [인수해]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카탈루냐 독립 같은 중요한 쟁점에서도 입장이 불분명하다. 또한 [스페인에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유럽연합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급보다는 시민에, 진정한 문제인 국가보다는 정치적 ‘카스트’들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험대
위기와 그에 맞선 투쟁이 계속되면 새로운 쟁점들이 불거질 것이고 포데모스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혁명가들이 서클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서클의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까닭이다.
헤수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포데모스는 이제 갓 생겨났고 아직도 건설 중인 정당입니다. 정치적 토론이 충분하지는 않아요. 조직해야 할 것이 너무 많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토론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 걸요.
“포데모스는 운동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우리 엔루차 회원들은 포데모스에서 각종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논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작업장에서 사람들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업장이야말로 사람들의 힘이 강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포데모스는 혁명 조직이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지금의 포데모스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려면 더 커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