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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바닷속에 묻으려는 박근혜 정부

“나는 살고 싶습니다.”

7월 17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새로운 영상들을 공개했다. 세월호에 탔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은 몇 번이나 살고 싶다고, 꿈이 있다고 절규했다. 영상 속 학생들은 점점 기울어지는 배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절실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대가 오고 있다는데 3백 명을 어떻게 구합니까”라던 그 학생의 말처럼 결국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지금도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국회의원 당신들의 자녀분들이 저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면 지금처럼 행동하실 수 있겠습니까.” 단원고 학생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친구들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안산에서 국회까지 40km. 서로를 묵묵히 응원하며 학생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저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 주세요.” ⓒ이윤선

7월 정기국회에서 끝내 세월호 특별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의사자 지정, 특례입학 등을 두고 다퉜다. 겉으로 보면 온갖 잡음과 갈등이 있는 듯 보이지만 여야 모두 유가족들을 배제하고 진상규명에 큰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핵심 요구

핵심 이슈는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제출한 ‘4·16 참사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 유가족 참여를 충분히 보장한 독립적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이곳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최대 3년까지 활동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국가 배상과 보상은 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청와대는 국정조사에 늑장 제출은 기본이고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태연하게 낮잠이나 자다가 유가족들에게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식의 국정조사로는 이 비극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국정조사에도 불성실로 일관했던 청와대와 정부 부처, 해군,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이 조사권만을 가진 민간기구 조사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대한변호사협회 박종운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여러 조사위원회에서 증거가 눈앞에 있어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가져올 수 없었다”며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구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온갖 권력을 누리고 있으므로 이들을 처벌하려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을 따로 두면 된다며 조사위원회에는 자료 요청 권한만 부여하려 한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법무부 장관 황교안도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수사권을 가진 적이 없다”며 필사적으로 수사권 부여를 막고 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는 입법 정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검토 의견을 냈다. 또한 특검에서 변호사에게 한시적으로 기소권을 주는 것에 비춰 보면 새누리당의 주장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즉, 이들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국가를 개조하겠다더니 진상 규명을 위한 조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은 보상 문제로 쟁점을 몰고 가려 한다.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진다면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 이장우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하기 위해 [수사권 부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더니 이제 와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상 문제는 개별 가정마다 따져야 하는 문제이므로 유가족들을 분열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승객들을 구하는 데는 무능하고 ‘VIP’(박근혜)를 구하는 데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여당과 청와대의 뻔뻔한 작태는 ‘국가 개조’ 운운하며 흘린 박근혜의 눈물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누가 진상규명을 막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피멍이 든 가슴을 부여 잡고 단식 농성에 나섰다. 여야는 요구 수용은커녕 경청조차 하지 않는다. ⓒ이윤선

‘VIP’ 구하기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들도 배제한 채 사실상 새누리당과의 밀실합의만을 추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수사권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소권은 끝까지 특검으로 넘기자고 주장한다. 기소권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핵심 권한인데도 말이다. 특검은 국회가 추천한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므로 기소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검찰에게 ‘권력의 시녀’라는 말이 괜히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인 자본주의 정당이라는 자신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정치연합도 자신의 사회적 기반인 자본가 계급을 일관되게 공격할 수 없는 처지다. 또한 통치체제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해관계를 새누리당과 공유하고 있다. 비록 지금 지리멸렬한 상태더라도 새정치연합도 국가 기구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러니 국가 기구까지 수사·처벌할 수 있도록 민간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든 것이다.

이번 참사는 이윤 경쟁 체제 하에서 자본가들과 정치 권력이 실타래처럼 얽혀 온갖 오물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 줬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 그 병폐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