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2014 개막식:
"노동자 투쟁을 전진시킬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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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하는 맑시즘2014 개막식이 고려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14년 째를 맞이하는 맑시즘2014의 개막식에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노동자, 학생, 청년 등 3백여 명이 참가했다.
'맑시즘2014 - 곳곳의 세월호, 노동자 저항'의 개회를 선언 하는 사회자의 말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하며 맑시즘2014의 시작을 축하했다.
개막식은 세월호 참사와 계속되고 있는 항의 시위, 무능한 박근혜 정부와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영상을 보며 시작했다. 철도 파업, 삼성전자서비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항의 투쟁 등 최근 뜨겁게 벌어졌던 노동자들의 투쟁을 생생한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먼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연대를 표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1989년 영국 축구장에서 수십 명이 죽은 힐스보로 사건의 유가족들이 끈질기게 싸운 결과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또한 그는 전 세계가 같은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통점을 갖는 이유는 우리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제입니다.”
그는 한국과 영국 모두에서 조직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하며 조직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지 지배자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를 바꿀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본주의를 깨고 연대에 기반한 사회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디에 있든, 자본주의를 없애고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단결하고 투쟁합시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연설했다. 참가자들은 탄압에도 원칙을 지키며 싸우는 동지에게 매우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은 “요즘 어디를 가나 전교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사랑을 키워준 것이 박근혜다” 하며 위트 있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전교조는 나서지 말라, 입을 다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 다음으로 우리가 상주인데 왜 우리가 나서서는 안 됩니까. 우리 학생들이 죽었는데, 우리 동료들이 죽었는데, 왜 우리가 나설 수 없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상주로 나섰습니다. 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 교사 선언이 자발적으로 나왔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 이름을 올리면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교사 1만 6천 명의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단 3일 만에 그렇게 모였습니다. 그런 이후에 법외노조 처분을 받았습니다.
“역사의 발전은 결코 재판정에서 판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는 투쟁을 통해 발전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의 규약을 단 한 줄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단 한 명도 해고자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박근혜는 한 명도 구하지 못했지만, 전교조는 단 한 명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많은 투쟁 때문에 탄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악법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민주 노조입니다. 동지들이 꿈꾸는 그 이상의 모습으로 다가가겠습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부위원장은 “여기 오신 분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하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에 맞서 벌인 투쟁을 놓고 “20년 동안 이렇게 보건의료노조가 자랑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노조 내 분위기를 전했다.
비록 박근혜가 4차 투자활성화 대책,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일 때는 힘들었고, 7.30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는 낙담도 했지만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다운 시킬 정도로 의료법 시행규칙 반대 의견이 쇄도했고, 오늘까지 1백90만 명이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이런 여론은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의 든든한 발판”이라며 8월 말에 의료민영화 저지 3차 총파업 총력투쟁을 진행할 예정이고,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무너뜨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곽형수 지회장 직무대행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곽형수 직무대행은 “겨울이면 보릿고개를 넘듯이 1백 만 원 남짓한 돈으로 살아야” 했던 현실, 성수기에는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해서 “과로사 한 동지”의 이야기, 고(故) 최종범 열사가 당했던 인간적 모멸감 등을 말하며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생생하게 말했다.
또 첫 파업의 경험, 염호석 동지의 안타까운 죽음과 시신탈취를 겪은 이후에 시작한 삼성전자 본관 앞 농성 등을 통해 결국 승리한 경험을 소개했다.
“작은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삼성 내에는 물론, 여러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삼성에서도 이렇게 승리했는데 우리 다 같이 싸워나가고 승리하자’고 외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힘겹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이고 목숨과도 같은 노동조합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나갈 겁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이 투쟁들에 연대해 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막식장 안은 뜨거운 연대의 분위기가 넘쳐 흘렀다.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며 방향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7.30 재보선 이후에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7.30 재보선은 결코 새누리당이 잘 해서 얻은 결과가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꾀죄죄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박근혜가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며 추진하는 것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규제완화입니다. 우리는 노동자 투쟁이 더 크고 강력하게 벌여져서 박근혜 정부에 제동을 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는 수 배에 달하는 세월호를 겪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자본주의에 맞서는 저항을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촛불, 지난해 23일 간의 철도 파업,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전교조 투쟁에 이어 올해 의료민영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 의료민영화에 맞선 투쟁과 공공부문 투쟁이 벌어질 계획입니다.
“이런 투쟁이 전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개막식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월호 참사 책임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몸자보를 하고 진도 "시골 학교"에서 올라 왔다는 한 국어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 오신 동지가 영국 정부도 세월호와 비슷한 학살의 진상을 감추려 했고 거기서도 유가족들이 오랫동안 싸웠다는 것이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또한 내가 전교조 조합원이라서 그런지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이 말할 때는 울고 웃고 그랬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노조를 만든 과정부터 최종범, 염호석 열사의 뜻을 지켜 투쟁해서 승리한 것을 생생히 전달해 준 것은 오늘의 백미였다."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노조 처음 만들려고 할 때 다른 활동가들이 '안 될 거다', '어려울 거다' 하고 말했지만 결국 해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자기 부문만으로 시야가 좁아지기 쉬운데 이런데 와서 더 많이 듣고 알면 좋을 것 같다."
혼자 왔다는 한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올해 혼자 왔기 때문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참가해 보니 처음의 두근거림은 단결과 연대의 힘을 느끼는 것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맑시즘에 참가하면서 단결에 대한 확신을 확고히 하고 싶다.”
맑시즘에는 대학생들도 많이 왔는데 이들은 대학에서 배우지 못한 내용과 플로어 토론이라는 형식에 신선함을 느꼈다.
연세대에서 왔다는 학생은 “처음 참가했는데 기존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듣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한 새내기는 “플로어 토론에서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인천의 다른 대학생도 “진행 시간을 잘 지키고, 청중 토론 시간을 잘 보장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고 말했다.
인하대에서 구조조정 문제로 싸우고 있다는 한 학생은 첫날 열린 대학교육에 대한 워크샵을 들으며 자신이 대학에서 부대끼는 현실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대학의 실태를 들으며 충격적이었다. 나는 대학에 배우러 왔는데 대학이 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니 정말 실망스러웠다.
“학교에서는 다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는 생각을 나눌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힘을 많이 얻었다.”
'맑시즘 2014, 위기의 시대 대안을 찾아서'는 8월 10일까지 고려대학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