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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의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자원 정황:
박근혜는 미국의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

십대 한국인 청소년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인 2명이 아이시스에 납치돼 살해될지 모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부 보수 언론은 아이시스의 잔혹 행위를 두고 이슬람이 원래 폭력적이고 극단적이라고 암시한다. 그리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동에 이식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인 이슬람 교리는 물론, 이슬람과 중동의 실제 역사와도 부합하지 않는 엉터리 주장이다. 무엇보다 이런 분석은 종교가 사람을 사실상 세뇌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순전한 관념론이고, 아이시스가 등장한 중동의 사회적 조건을 은폐한다.

아이시스의 등장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이 이라크 사회를 황폐화시킨 것과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아이시스의 핵심 지도부가 이라크 출신이라는 점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 이라크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2003년 침공으로 사회기반 시설을 파괴했다. 그 이후에는 종파 간 갈등을 부추겼다. 생필품마저 부족하고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많은 이라크인들은 생존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제공하는 복지와 보호막에 의존했다.

미국 주도 공습으로 넉 달 동안 시리아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1천4백 명이 넘는다.(시리아인권관측소) ⓒ사진 MC3 Brian Stephens

그 결과, 1980년대까지 아랍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로 일컬어지던 이라크에서 이슬람주의의 영향이 빠르게 커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시스의 모태인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2004년 생겨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라크 대중은 알카에다의 극단적 종파주의와 거리를 두며 종파 구분을 뛰어넘어 거듭거듭 대중적 항의 운동을 일으켰다. 아랍 혁명에 고무받아 2012년 말부터 2013년 말까지 벌어진 ‘이라크의 봄’ 시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의 종파주의적 시아파 정부는 이 운동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쓰라린 패배감 속에서 점차 아이시스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2004년 미군에게 수천 명이 학살됐고 미군이 물러난 뒤에는 이라크 정부의 잔인한 시위 진압을 겪은 도시 팔루자가 이라크에서 가장 먼저 아이시스의 영향력 하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이웃나라 시리아에서 또 다른 독재자 아사드가 혁명을 잔인한 종파주의 전쟁으로 비튼 것도 아이시스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이처럼 아이시스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자행한 패악과 시리아의 반혁명이 낳은 흉측한 산물이다.

아이시스 성장의 동역학

많은 외국인들이 아이시스에 자원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중동에서 주류를 이루던 개혁주의 세력이 몰락한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오랫동안 중동의 주류 이슬람주의 정치 경향은 무슬림형제단이었다. 이들은 알카에다 등과 거리를 두며 선거를 통한 변화를 약속했다. 2011년 아랍 혁명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튀니지 등지에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 정권들은 아래로부터 민중이 가하는 압력과 위로부터 지배계급이 가하는 압력 사이에서 동요하다 결국 다시 옛 지배계급에게 권력을 내준다. 집권 1년 만에 쿠데타로 쫓겨난 이집트의 무르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아이시스가 성장한 것은 주류 개혁주의 세력의 몰락과 대조를 이룬다. 아랍 혁명이 후퇴하는 현실을 보며 사기저하된 일부 사람들은 ‘민주주의는 서구의 악폐일 뿐이고 이슬람 율법에 따르는 것이 정답’이라는 아이시스의 설명에 솔깃해 한다. 게다가 아이시스의 이데올로기는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시아파, 그리스도교, ‘불경한 여성’ 등)을 제시하며 패배감에 젖은 이들에게 값싼 위로도 제공한다.

한편, 유럽의 무슬림들은 일상적으로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에 시달리고 서방 국가들의 중동 개입을 보며 오랫동안 불만을 쌓아 왔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동등하게 대접받는 이슬람 국가를 만들자’는 아이시스의 주장에 유럽의 일부 무슬림들이 환상을 품는 배경이다.

그래서 제국주의와 독재에 맞서 강력하면서도 실력 있는 조직을 찾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이시스를 대안으로 잘못 택한다. 아이시스가 이라크·시리아를 넘어 더 광범한 청중을 얻게 된 맥락이다.

따라서 아이시스를 약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랍 민중의 대중 행동으로 아랍 혁명을 다시금 전진시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해부터 미국이 아이시스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해악적이다.

미국의 전쟁은 아이시스의 명분(“미국과 이라크·시리아 정부로부터 수니파를 보호한다”)을 강화하고, 종파 간 갈등을 키움으로써 오히려 보통 사람들을 아이시스로 떠미는 구실을 한다. 최근 아이시스 점령 지역을 취재한 〈인디펜던트〉 지의 기자는 "공습으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될 때마다 (미국에 대한 분노로) 오히려 IS[아이시스의 다른 이름]에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미국의 전쟁은 또한 기층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아이시스에 반대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아이시스는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모두 “제국주의의 첩자”라고 뒤집어씌운다. 그래서 아이시스를 대신할 진정한 대안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박근혜 정부는 진작부터 미국의 중동 개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그 돈은 현지의 친제국주의 세력을 강화하는 데 쓰일 것이다. 군사적 지원도 사실상 열어 놓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해외파병 요건을 대폭 완화한 ‘국군 해외파견법’도 밀어붙이려 한다.

박근혜 정부는 잠재적으로 한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중동에서 아이시스를 대신할 저항 세력의 등장을 가로막는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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