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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 등장으로 이슬람주의를 오해해선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주의를 ‘수구적’ 종교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한 손에 코란을, 다른 손에 무기를 들고 시대착오적 율법을 강요하는 광신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과 다르다. 이슬람은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믿는 종교이다.(그리스도인 22억 명, 무슬림 16억 명) 반면, 이슬람주의는 이슬람에 대한 특정한 해석에 근거한 정치 운동이다.

이슬람주의는 미국의 ‘티파티’ 같은 개신교 근본주의와도 다르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예언자[무함마드]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때조차 그들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전통의 혼란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고대 전통과 현대 사회 양식의 결합이다. 그들을 지칭하는 정확한 표현은 ‘근본주의’가 아니라 ‘부흥주의’다.

이슬람주의는 자본주의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근대화 전에는 특권이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이를 잃을까 두려워한 옛 지배계급, 새로 지배계급이 됐지만 여전히 전통적 지배계급에 견줘 주변부에 있다고 느낀 자본주의적 착취자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왔지만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이슬람 사원을 마음의 안식처로 여긴 빈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이슬람주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이슬람주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계급 기반은 신(新)중간계급이다. 자본주의적 교육을 받았지만 국가가 낙후해서 미래가 없다고 느낀 지식인들,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제국주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그 전에 있던 여러 운동을 비판하며 이슬람주의를 발전시켰다. 스탈린주의나 제3세계 민족주의가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켜 그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외세와 대결하고자 했다.

신(新)중간계급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주의의 기반이 신중간계급이라는 점 때문에 이슬람주의와 파시즘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자들은 노동계급을 희생시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깡패 조직이 아니다. 흔히 이들은 제국주의의 대리인 행세를 하기는커녕 중동 전역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이익을 불안정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슬람주의가 반제국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이슬람주의의 일종인 와하브주의를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지배계급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기도 하다.

또한 이슬람주의는 제국주의에 극렬히 맞설 때조차 그 제국주의의 가장 중요한 협력자인 아랍 자본가들이 ‘이슬람’을 기치로 내걸면 이들을 용인하곤 한다.

이슬람주의 운동이 제국주의와만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다른 종교나 종파, 세속주의, 여성과 성 소수자들, 소수 인종, 좌파들과도 싸운다.

아이시스는 아사드 정부군과 맞서기도 했지만 시리아 혁명 세력들과도 맞섰다. 30여 년 전 이란 혁명 때도 이슬람주의자들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며 반제국주의 투사로 떠올랐지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좌파를 탄압하고 쇼라*를 공격했다. 그들이 건설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반노동자적인 독재 체제였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여러 계급으로 나뉘어 있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여러 나라에서 이슬람주의자는 기존 지배자들과 타협해 억압과 착취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기도 하고, 기존 지배자들을 거슬러 소수의 무장 행동을 벌이기도 하는 등 모순된 행동을 한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같은 일부 이슬람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와 비슷한 구실을 한다.

구실

아무튼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가 낳는 폐해와 제국주의 전쟁이 조장한 끔찍한 갈등의 주된 원인이 이슬람주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주의를 근절시킨다 해도 빈곤, 고통, 박해, 인권 억압을 없앨 수 없다.

물론 ‘적의 적은 친구’라는 진영 논리로 이슬람주의 운동을 ‘진보적 반제국주의’ 운동처럼 추켜세워서도 안 된다. 이런 관점으로는 그들이 제국주의와 대결할지라도 흔히 친자본주의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슬람주의 운동이 활동하는 각각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그 운동이 수행하는 기능을 분석한 뒤 적합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