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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규제 강화와 “인간 사냥” 합법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주민에 대한 폭력과 감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개악안이 올해 1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 개정안에는 출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조항도 강화해 강제 추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자행한 불법적인 단속을 합법화하려는 것은 심각한문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출입국 위반 사범’이 있다는 사실 등 자의적 판단만으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작업장 등에 영장도 없이 들이닥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그야말로 무법자처럼 공장과 농장, 건설 현장 등에 침입해 “인간 사냥”을 해 왔다. 출입국관리소는 매년 미등록 이주민 2만 명가량을 검거해 감옥보다도 못한 외국인 수용소에 수용하고 추방했다.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도 지키지 않고 폭력적으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사회적 지탄 목소리가 컸다. 법원에서도 출입국관리소의 행태에 대해 몇 차례 불법 판정이 난 바 있다. 그러자 법무부는 이번에 무단 침입을 합법화하는 조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흉악 범죄자인 것처럼 취급하며 인권 유린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살인이나 절도 등을 한 것과 같은 범죄자가 아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한 것이라고는 힘들고 위험해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저임금을 받으며 한 것 밖에 없다.

게다가 고용허가제와 출입국관리법 상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하루아침에 체류 자격을 상실해 미등록 이주민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 허가 없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직장을 잃거나 체류 기간을 초과하면 ‘불법’이 된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상황과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정도에 달린 것이지 이주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일자리에 저임금이라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구실을 한다.

한국 정부 스스로도 이주민들이 국내 생산과 소비에 기여해 “일자리 창출 등 국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을 모두 단속해 추방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이 정책은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법무부도 단속 강화를 통해 미등록 이주민을 “적정 규모”로 관리하는 것을 실제 목표로 한다.

또,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을 강화해 전체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으라는 압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나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배경이 된다. 연쇄적 결과인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범죄를 양산한 것처럼 정부가 이야기 하는 것도 터무니없는 편견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내국인 범죄율이 외국인보다 4.1배나 높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속 추방의 위험에 시달리며 위축된 상태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범죄의 가해자이기보다는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다.

먼 타향에서 젊은 날을 바쳐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신세로 전락하는 이유는 정부의 위선적인 정책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이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이면서도, 필요할 땐 쓰고 필요없을 때 내다 버리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잠식한다거나 범죄자라고 운운하는 것은 이런 정책을 합리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부는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2017년부터 생산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런데 이민자를 선별해 차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부 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업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 일부 고용허가제 노동자 중에도 장기 체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노동자들의 정주(定住: 한 곳에 자리 잡음) 기회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고용허가제 비자로는 아예 영주권을 획득할 수 없게 하는 법률을 만들 계획도 있다. 출입국관리법 개악도 이런 서열과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돈이 많은 투자자는 아주 쉽게 영주권을 살 수 있다. 또, 대학교수, 연구원 등 전문인력에게는 영주 허용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전문인력”으로 분류되는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사실상 둔갑한 형태의 인종차별인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위선적이고 차별적인 정부의 이민규제와 출입국관리법 개악에 반대해야 한다. 개악은 대다수의 이주민들에게 커다란 고통만 안겨 줄 것이다.

한편, 개악에 반대하는 일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와 진보적 변호사들은 대안으로 영장주의 등을 도입해 ‘부당한’ 단속을 규제하자고 한다. 물론 단속 과정의 폭력을 줄이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부의 위선적 정책과 단속 등 규제 자체에 반대해 싸우지 않는 접근법은 “합법적” 단속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와 정주할 권리 보장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부당한 대우에 맞서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권리들은 핵심적이다.

지배자들은 출입국관리법 개악과 같은 이주 규제 강화와 이를 정당화하는 주장으로 전체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 한다. 일자리 부족, 복지 부족 등 경제 위기의 책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려 노동계급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인권뿐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권리를 위해서도 정부의 악랄한 이주노동자 탄압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