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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코빈이 타협하면 좌파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 대표가 된 후 노동당에 대한 애정과 혐오의 흐름 둘 모두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신입 당원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현재 당원은 38만 명에 이르는데, 이는 최근 노동당 역사에서 당원 수가 정점을 찍은 1997년의 40만 명에 비견될 만한 숫자다. 더구나, 노동당 밖의 급진 좌파들도 노동당에 대한 입장을 재고하고 있다.

레프트유니티는 몇 년 전 노동당의 왼쪽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만들어졌다. 11월 21~22일, 레프트유니티는 당대회를 열어, 독자적 조직은 유지하겠지만 코빈이 노동당 대표로 있는 동안에는 총선에서 노동당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11월 27일 금요일에는 소방관노동조합이 노동당에 다시 가맹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신노동당 이래 노동당 지도층이었던 당내 우파들의 반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업가 후원인, 만평가, 칼럼니스트들은 코빈 지지를 계속해서 조금씩 거부하고 있고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한다.

하지만 예비내각과 의원단을 장악하고 있는 노동당 우파들이 코빈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심각한 문제다.

노동당 국회의원 일부가 당 대표에 반기를 들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을 지경이다.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대표] 시절 같으면 곧바로 견책당하거나 심지어 당에서 제명됐을 텐데 말이다.

파리 참사는 코빈에 대한 공격이 한층 더 흉포해지는 전기가 됐다. 확실히 요즘 노동당 우파는 피 냄새를 맡은 상어 같다. 당내 우파들은 파리 참사가 – 보수당의 지원을 받아 – 코빈을 박살낼 수 있는 쟁점이라고 본다.

블레어 계파는 징글맞게 굴고 있다. 데이비드 블런켓, 찰스 클라크, 존 리드 같은 늙은 괴물들이 점점 소굴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파리 공격이 이라크 침공의 직접적이고 예견됐던 결과이고, 블레어 내각의 각료들로서 그들 자신이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책임져야 할 당사자기도 하다고 누가 한 마디 해 줘야 한다.

코빈 자신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11월 22일에 브리스톨에서 코빈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4년 동안 끔찍한 전쟁이 잇달아 일어나 중동 권역에 재앙을 불러온 데에 영국이 핵심적 구실을 했다.

“그 때문에 영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다.”

모호한

그러나 코빈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너무 모호했다. 테러 진압 명분으로 군경에 사살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를 코빈이 회피한 것만 봐도 확실히 그렇다 [코빈은 그런 권한 부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가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로 ‘예외적 상황에선 인정할 수 있다’고 후퇴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코빈이 파리 공격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군사적 대응”도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지지, 특히 핵심적으로는 UN의 승인 하에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1991년 걸프 전쟁 때 코빈 자신을 비롯해 토니 벤, 반핵군축운동(CND),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취했던 입장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1990년 11월에 채택된 UN 안보리 687 결의안이 군사적 행동을 승인했어도 우리 모두는 군사적 행동에 반대했다.

영국의 반전운동은 UN이 “승인”한다고 나쁜 전쟁이 좋은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우리는 군사적 침공과 테러 행위가 끊이지 않고 악순환을 거듭하며 점점 더 심각한 재앙만 낳는 것을 거부한다.

11월 20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원국들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모두 취할 것”을 호소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코빈은 아주 곤란한 처지가 됐다.

이와 같은 코빈의 혼란상은 코빈이 우파와 타협하면 좌파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우리는 노동당을 바꾸고자 하는 코빈의 투쟁을 지지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짐작건대 레프트유니티가 당대회 결정을 그렇게 내린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코빈의 우유부단함까지 옹호할 수는 없다.

여전히 코빈의 최대 강점은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이다. 영국의 정치 주간지 〈뉴 스테이츠맨〉은 다음과 같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블레어 계파의 사임 때문에) 당 대표 선거 이래로 노동당이 좌경화했다. 많은 사람들은 코빈이 도전을 이겨내고 당 대표 자리를 지키면 더 큰 승리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코빈은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우파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할 것이 아니라 우파들에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 코빈이 취하는 전략은 남아 있는 블레어 계파의 동의를 얻어 노동당을 사회주의 정당으로 바꾸려는 것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지배계급의 동의 하에 사회를 바꾼다’는 개혁주의 전략의 당내(黨內) 버전이다.

그런 전략은 전체 사회에서든 노동당 안에서든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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