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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선 우파 승리, 브라질 노동자당PT 정부의 정치 위기:
라틴아메리카가 우경화하고 있는가?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베네수엘라 총선: 왜 ‘볼리바르식 혁명’이 의회 다수당 자리를 잃었는가?”를 읽으시오.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우파 선거연합이 승리한 것과 페론주의의 위기에서 반사 이익을 얻은 신자유주의 우파 후보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11월 22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것 때문에 [관련 기사: 본지 161호 ‘아르헨티나 대선 ─ 페론주의의 위기와 양극화 속에서 노동운동과 혁명적 좌파가 성장하다’] 라틴아메리카에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 잇달아 등장한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의 첫 주자였던 브라질 노동자당PT 정부가 심각한 정치 위기에 처한 것도 이런 인상을 부채질한다. 2014년 힘겹게 재선한 [관련 기사: 본지 137호 ‘브라질 대선 ─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실망 때문에 힘겹게 재선한 노동자당(PT)’] 대통령 지우마 호우세피의 노동자당 정부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고,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3퍼센트를 차지하는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가 연루된 대규모 부패 추문에 시달리고 있다. 호우세피 탄핵을 요구하며 우파들이 주도한 수십만 명 규모의 반부패 시위가 올해에만 두 차례나 벌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관찰을 끝내면 전체 그림을 읽기 어렵다.

이 나라들은 모두 세계경제 불황과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각국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고강도 긴축을 시작했고, 이에 맞선 투쟁도 두 나라 모두에서 성장했다.

노동자 투쟁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임 정부의 긴축에 맞서 십수 년 만에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장했다. 여러 차례 하루 전면 파업이 벌어졌고, 노동자 투쟁뿐 아니라 다른 운동들도 같이 성장했다. 우파들뿐 아니라 트로츠키주의 급진 좌파들의 선거 연합도 선거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1백만 표를 얻어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여성에 대한 구타를 종식시키고자 수십만 명이 참가한 대중 시위 “단 한 명도 안 돼!”(스페인어 약칭으로 NUM)가 벌어져 스페인어권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됐다.

2014년 4월 10일 아르헨티나를 강타한 반긴축 1백만 총파업. ⓒ사진 출처 아르헨티나 노총(CGT)

브라질의 노동자당 정부 또한, (정당 이름과 달리) 전임 대통령 룰라 이래로 신자유주의를 주요 정책 기조로 삼고 노동자들을 공격한 것 때문에 분노를 사 왔다. 호우세피 정부 들어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복지를 삭감한 것 때문에 브라질 노동자와 청년들은 2013년 6월 긴축 반대 1백만 거리 시위를 벌였고(브라질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 월드컵이 열린 2014년 여름에도 긴축 반대 대규모 거리 항쟁을 이어갔다. 노동자당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브라질 노동조합총연맹CUT도 2013년 7월에 하루 전면 파업을 벌이며 운동에 동참했다.

브라질 노동자들의 투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올해 3월 호우세피 정부가 해고와 외주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CUT는 4월 15일 하루 전면 파업을 벌이며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8~9월에는 자동차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을, 11월에는 페트로브라스 노동자들이 총력 파업을 벌이며 격렬하게 투쟁했다.

요컨대, 두 나라 모두 우파들이 일방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가를 이용해 모든 계급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약속한 개혁주의 정치가 경제 위기로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 와중에 우파가 선거적 이득을 얻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계급투쟁 자체가 위축된 것은 아니었다.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특히 막 선거를 치른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서는 선거 결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기가 조금 꺾일 수도 있다. 타협의 압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긴축과 그에 맞선 노동자·서민의 분노라는 큰 흐름 자체는 바뀌지 않았으므로, 투쟁이 다시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계급에 뿌리내리고 있으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 전략을 제시할 급진 좌파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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