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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험·노동조건 악화·비효율 낳는 수서KTX 재통합하라

올해 하반기 수서발 KTX의 개통을 앞두고, 철도 노동자들이 수서KTX를 철도공사로 재통합하라고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2013년 12월 정부는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수서KTX 운영을 민영화하려는 계획 속에서 철도공사 자회사인 주식회사SR을 설립했다.

수서KTX 분할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은 2013년 겨울 23일간 최장기 파업을 벌였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바 있다.

수서KTX의 문제들을 보면 그간 민영화 반대 운동의 경고가 옳았음이 드러난다 2013년 당시 철도 파업 집회 ⓒ이미진

당시 정부는 수서KTX 운영을 민간 기업에 맡기는 것이 아니므로 민영화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철도에 ‘경쟁’을 도입해 철도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서KTX 개통을 불과 몇 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정부의 그런 주장이 순전히 거짓말이고 철도노조와 민영화 반대 운동의 경고가 옳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째, 수서KTX 분할은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엄청난 비효율을 보여 주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SR은 기관사 업무를 제외하고, 역 업무 대부분, 차량 정비 업무 전체, 선로와 전기·신호 등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핵심 업무를 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도대체 수서KTX 운영 회사가 왜 따로 있어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R이라는 별도 회사에 철도공사와 거의 흡사한 관리 조직을 두고 철도공사와 경쟁하기 위해 홍보·광고비를 낭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철도 민영화 반대 운동이 주장한 것처럼 ㈜SR은 안전 문제에서 매우 취약하다.

국토부는 철도 건설 부채를 빠르게 갚기 위해 ㈜SR의 선로사용료를 현 철도공사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로사용로는 철도 운영자가 철도시설공단에 납부하는 비용이다.

그러자 ㈜SR은 수익성 압박을 줄이려고 철도공사 위탁 업무의 비용을 대폭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철도공사는 늘어날 차량 정비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외주 위탁하려 한다.(현재 차량정비의 외주화는 30퍼센트 수준)

이는 ㈜SR을 통해 철도공사에 비용 절감 압박을 넣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SR은 심지어 비상 대기와 사고 복구 업무 같은 안전 업무도 위탁할 예정이다. 철도 운영사가 기본적인 안전 조처도 내팽개치는 무책임의 극치다.

셋째, 철도 노동자들이 우려했듯이 ㈜SR과 철도공사 노동자 모두의 노동조건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미 ㈜SR은 기관사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SR은 기관사들의 근무시간을 월 1백74시간으로 늘리고(철도공사 기관사는 월 1백65시간),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취업규칙과 단협에서 노동강도 강화(철도공사보다 승무율 10퍼센트 이상 높이기) 등을 강요했다고 한다.

㈜SR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철도공사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철도공사는 화물 열차와 지방선 운행 등으로 ㈜SR보다 적자가 큰 데다, 수서KTX가 개통되면 철도공사의 기존 고속열차 수익이 감소할 것이 예상돼 ‘인력 효율화’와 비용 절감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철도공사가 ㈜SR의 위탁 업무를 낮은 비용으로 맡으면서 정규직 충원 대신 대규모 외주화를 추진하는 것도 머지 않아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공공서비스 질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효율성, 안전, 공공서비스 질·유지 향상에 필수적인 노동조건 등 모든 측면에서 수서KTX 분할은 실패작이 될 공산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철도노조가 수서KTX 재통합을 요구하며 나서는 것은 매우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다. 철도노조는 1월부터 광주에서 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5백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또, 총선에서 수서KTX 재통합 요구를 적극 알려 나가려는 계획이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KTX범대위 재가동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수서KTX 개통뿐 아니라 철도공사의 단계적 분할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부는 수서KTX 분할 이후에도 철도공사 분할 민영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복수의 철도 운영자’들을 도입해 ‘경쟁’시키기 위해 철도공사에게 관제권을 회수하려고 한다.(〈노동자 연대〉 162호에 실린 ‘철도 관제권·열차 유지보수·차량 정비 업무 분리 추진 ― 계속되는 철도 민영화 추진 중단하라’ 기사를 참고하시오.)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 사측은 지난해 화물사업부제에 이어 올해 차량과 시설유지 부문에 각각 사업부제를 도입한다. 그러면 각 사업부마다 수입과 지출, 적자를 따로 계산하는 구분회계가 도입돼 적자 요소가 더 부각될 것인데, 이는 외주화를 비롯한 인력·사업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수서KTX 재통합 요구와 함께 철도 분할 민영화(사업부제 시행 등),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인 외주화에 반대하는 요구와 투쟁도 함께 결합해 나가야 한다.

올해 정부는 공공부문 민자 투자 활성화, 공공기관 ‘기능조정’ 등을 통해 우회적 민영화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비스기본발전법 제정을 통해 의료, 교육 등의 민영화도 가속화하려 한다. 지배자들의 이런 계획 속에서 철도 민영화 역시 계속 추진될 것이고 가장 선도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도 민영화 반대 요구는 중요한 쟁점으로 삼고 대응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