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반대 양대노총 공공부문 파업 결의대회:
파업 노동자들이 투지와 자신감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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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 기세가 상당하다.
3일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파업에는 오늘 전국적으로 6만 1천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도 1만 명 규모의 하루 파업을 하고 양대 노총 공동 집회에 합류했다.
오늘(29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파업 집회에는 5만 명이 훌쩍 넘는 파업 노동자들이 모였다. 먼저 여의도공원 안에서 집회를 하던 공공운수노조 대열로 공원이 가득 차서 국회 앞 도로에서 자체 집회를 마치고 행진해 들어 온 한국노총 공공연맹 대열이 한동안 집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철도노조, 건강보험노조 등 1만 명 넘게 파업에 참가한 대형 노조들이 규모 있게 참가해 집회 전체의 활력을 높였다. 이 노조들은 파업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파업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한 조합원은 “이 정부가 웬만해선 양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마음 단단히 먹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난 2013년 파업 때보다 참가율이 높아 고무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주요 언론에서는 철도의 화물운송 차질 등 파업 효과가 나타난다는 우려를 보도하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에서도 성과연봉제 불법 강행의 주범인 노동부 산하로서 더한 압박을 받고 있는 근로복지공단노조가 대규모로 파업과 집회에 참가해 집회 대열을 고무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불법 이사회를 무효화하고 성과연봉제 강요를 철회해야한다’며 ‘10월 3일까지 노정간 교섭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10월 4일에 2차 전국 집중 총파업 대회를 개최하고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도 무대에서 양대노총 공공부문이 함께 싸우자며 공공연맹도 2차, 3차 파업을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여러 정치·사회 단체들이 오늘 파업 집회를 지지해 참가했고, 집회의 규모와 열기에 함께 고무됐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등 양대노총 주요 지도부도 모두 참가해 오늘 집회의 중요성을 보여 줬다. 정치권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이정미, 윤소하 의원, 민주노총의 전략후보로 당선한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의원도 파업을 지지하며 참석했다. 더민주당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왔다.
연단에서 가장 호응을 받은 발언은 “국회의원의 필수 공익업무인 국감을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직위해제 해야 된다”, “전경련이 이른바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에 8백 억을 전광석화처럼 모아다 준 것은 바로 노동법 개악을 위한 청탁성 뇌물”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을 신랄하게 폭로한 심상정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어 발언한 이정미 의원도 오늘 오전 중앙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는 공식 답변을 얻어낸 일을 보고해 환호를 받았다.
지지와 연대
오늘 파업 집회의 규모와 열기는 단지 파업 노동자들의 투지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주 언론들의 불법, 철밥통 공세에도 파업에 대한 여론은 나쁘지 않다. 철도 노동자들이 서울 주요 대학에 붙인 파업 지지 호소 대자보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한 사례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분위기가 좋다. 23일에는 한국노총의 금융노동자들도 4만여 명이 하루 파업을 벌였다. 단사 임단협 교섭 중인 현대차노조는 26일 전면 파업을 하고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투쟁이 익숙지 않은 한국노총의 노동자들부터 전통적인 선진부분인 대공장과 공공부문의 주요 노조들까지 파업의 형식으로 정권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세는 박근혜 정권이 총선 참패 후 레임덕 위기로 점차 약화돼 온 데다가, 이를 만회하려고 성과연봉제 불법적 강행 시도, 비리가 드러난 정권 실세 감싸기 등 온갖 무리수들을 둬 온 것이 오히려 국민적 반감과 분노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민심 이반에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 대한 이 정권의 무능·무책임이 드러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파업을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더 활성화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철도노조의 또 다른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져 있어서 지금이 싸울 만하다. 여론도 파업 전 우려보다 훨씬 좋다. 지금 더 단호하게 싸우면, 전면 파업을 하면 진짜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지도부는 훌륭하게 파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층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처럼 더한층의 전투성을 끌어올리는 주장과 계획을 내놓는데 더 애를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조상수 위원장이 노정간 교섭을 국회가 중재하라고 강조한 것은 아쉽다. 정권이 교섭조차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이런 요구는 자칫하면 더민주당이 중재자로서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쥐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더민주당이 일관되게 성과연봉제나 노동 개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그동안 수차례 반복됐듯이, 이들의 무원칙한 중재안에 노조의 투쟁계획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파업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의 연대 파업으로 압력이 커지자, 일부 공기업 사측이 한발 물러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력 전선에 김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오후 서울시 산하인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노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노조, 서울시시설관리공단노조, 서울주택도시공사노조 등이 ‘성과연봉제는 개별 노사합의 사안’이고, ‘성과와 고용을 연결시키는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받아 냈다.
서울시의 합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플랜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공공운수노조 파업의 효과도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그 점에서 특히 연대 파업 효과가 커지고 있는 파업 3일차에 서울지하철노조처럼 비교적 투쟁 경험이 있는 대형 노조가 먼저 합의를 해 파업을 중단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아쉬움이 있긴 하다. 성과연봉제를 완전히 철회한 내용도 아닌데 말이다. 다만,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집회 후 기자브리핑에서 임단협 교섭이 남아있기 때문에 철도와 부산지하철에 탄압이 계속된다면 2차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꼭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을 처음 폭락시킨 것은 바로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위기가 본격화하는 지금, 더 단호한 연대 파업이 박근혜 정부에 그때 미처 날리지 못한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