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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이유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차에 따라 저절로 월급이 오르는” 연공서열제(호봉제)로는 공공기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왜 애당초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연공서열제를 도입했지? 다른 나라들은 어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제가 적은 비용으로 많은 노동력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제는 일본의 전후 재건 과정에서 도입되기 시작돼 1960년대에 한국에 도입됐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한참 뒤처지기는 했지만 두 나라 모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연공서열제를 도입했다. 평생고용을 전제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제도는 젊은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한편, 숙련 노동력을 붙잡아 두는 효과적인 유인책이었다. 재직 기간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체계는 취업 후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노동자들의 생활 패턴과도 부합했다.

OECD에 속한 다른 서방국들의 경우, 민간부문에서는 성과급제가 널리 퍼져 있었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크게 성장한 공공부문에서 주된 임금형태는 직무급이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직무급제를 성과주의 도입의 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과 달리, 적어도 1980년대 이전까지는 이들 나라에서 직무급은 성과급제보다는 연공서열제와 공통점이 많았다. 직무 사이에 무척 단순한 구분만 있었고, 숙련도를 평가하고 임금을 책정하는 데 경력이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민간부문의 성과급제도 호황, 즉 성과를 내기 좋은 조건에서 평가되는 것이니만큼 오늘날처럼 팍팍한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이 시기 주요 선진국들의 임금체계가 오늘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덜 통제적이었던 것도 경제 상황이 근본적인 영향을 끼쳤다. 장기 호황 속에서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한 임금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개별 자본의 이윤 경쟁 때문에 늘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민간부문에 비해 자본가들의 공동투자 성격을 띠는 공공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 압력이 덜했다. 이 때문에 자본가들은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방만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혔지만 실제로 두 부문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러스트 조승진

이처럼 호황을 배경으로 한 임금체계는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자본가들의 도전에 부딪혔다. 공공부문의 투자 비용이 대개 세금으로 조달되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일부 OECD 국가들에서 공공서비스에 성과급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벌어졌다. 공공기관들은 ‘국가 재정 위기’, 즉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경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공공기관을 [민간기업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강화했다. 노동 과정을 점검해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성과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신공공관리’ 정책의 기원이다.”(프란시스코 카도나, ‘OECD와 EU 가입국의 공공기관 성과급’)

자본가들의 초기 부담을 훗날로 미뤄 둔 연공서열제는 더한층 난관에 봉착했다. 임금부담 자체가 갈수록 커지는 데다, 연금, 퇴직금, 의료보험 등 강제 저축 방식으로 미뤄 뒀던 임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부담이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많은 개혁적 학자들이 밝혀냈듯이 한국 자본가들이 그동안 쌓아 올린 거대한 부를 동원하면(부유세 등)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자본가들의 공세를 저지하고 세력 관계를 뒤집을 만한 계급투쟁이 뒷받침되느냐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 1990년대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한국의 경우 IMF 위기가 그 촉매가 됐다.

“한국 정부가 능동적으로 추진한 IMF의 구조조정 패키지는 다섯 가지 주요 영역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두 영역이 직접적으로 정부 기구에 관한 것이었다. 첫째, 정부는 예산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통화 정책을 단단히 동여맸다. … 둘째, 정부는 국가의 기능을 재조직했는데 이른바 “작지만 더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 목표 하에 중앙정부의 업무 일부를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식으로 재조직화했다. 공공부문 개혁의 또 다른 목표는 공공부문의 고용 규모를 줄이고,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고, 공공부문에 ’성과주의’ 임금·고용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데이빗 헌트, 《한국의 개발 동맹 - 국가, 자본 그리고 고속성장의 정치학》)

두 나라가 OECD의 다른 나라들과 달랐던 점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성과주의를 도입·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일본보다 한국 노동자들의 저항이 훨씬 완강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경우 연공서열제에 점진적으로 성과주의적 요소들을 결합시킬 수 있었던 데 비해, 한국 자본가들은 IMF 이후에도 성과주의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한 오늘날 다소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조차 ‘효율성’을 높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거대한 협업을 기초로 한 생산체계에서 노동자들 사이의 성과 경쟁이 늘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상대평가 방식의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완화하기도 한다. 또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경쟁 강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 주된 목표가 서비스 질 개선보다는 비용 절감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정지출을 줄였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경제 위기 탓에 공공서비스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나라 정부들이 여전히 성과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IMF는 올해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정부의 재정 균형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IMF, ‘정부 고용과 보수 관리 – 기관, 정책, 그리고 개혁 도전’)

왜 이토록 맹목적일까? 간단히 말해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기업 이윤을 번영과 성장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여기는데, 이는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어떻게든 노동강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장기적 전망보다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하게 여겨지므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자본가들에게 공공부문 확대는 자신들의 투자를 제약하고, 세금 부담을 늘리는 이중의 부담으로 여겨진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민영화도 집요하게 추진하는 이유다.

성과연봉제 저지 금융·공공부문 노조 파업 집회 주요 일정

  • 금융노조 총파업
    일시: 9월 23일 10시 30분 / 장소: 상암월드컵경기장
  • 철도·건강보험공단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
    일시: 9월 27일 14시 / 장소: 서울역 (그 외 각 사업장에서 출정식)
  • 성과퇴출제 저지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1차 총파업 대회
    일시: 9월 28일 / 장소: 전국 13개 지역
  • 성과퇴출제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대회
    일시: 9월 29일 15시 / 장소: 여의도 광장
  • 지역 연대투쟁의 날
    일시·장소: 9월 30일 (지역별 일정 참고)
  • 성과퇴출제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범국민대회
    일시: 10월 1일 15시 / 장소: 대학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