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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국일꾼연수: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일꾼들이 많음을 보여 주다

8월 11~12일에 열린 전교조 전국일꾼연수(일꾼연수)에서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진지하게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서 배제된 비정규직 강사들과 기간제 교사들이 항의 행동에 나서고, 교육부가 전교조에게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 상황과 맞물려 전교조 안에서도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점이 급부상한 때에 일꾼연수가 개최됐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전기련) 소속 기간제 교사들이 일꾼연수 장소에 찾아와 리플릿을 나눠 주고 정규직화 지지 서명을 받았다. 전기련 대표인 박혜성 교사는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에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의 주장은 참가자들한테 큰 감동을 줬다.

“전교조 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투쟁할 때, 기간제 교사들은 신분의 불안함 때문에 마음이 있어도 그러지 못한다. 기간제 교사 집회를 할 때도 계약이 안 될까 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이제 막 기간제 교사들이 용기 내서 투쟁을 시작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지해 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변화는 투쟁으로 만들어진다. 촛불로 박근혜를 몰아낼 때 처음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득

전교조 집행부가 비정규직 강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도 부정적인 입장임이 전교조 안팎에서 확인되던 상황에서, 전기련 교사들의 활동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비정규직 운동 안에서는 정규직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고 예단해 정규직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 자체를 회피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반면, 기간제 교사들은 정반대로 전교조 일꾼연수에 찾아와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정규 교사들과 토론했다. 이런 활동이 일꾼연수 참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던 정규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은 뒤 마음을 바꿔 서명했다. 전체 참가자 2백여 명 중에 67명이 서명했다.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지부장들도 서명했다.

전기련 서명 부스에 찾아와 질문하고 토론하는 정규 교사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기 동료들에게 서명을 받겠다며 리플릿을 받아가기도 했다.

노동자연대 교사모임도 전기련의 요구와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기간제 교사들과 함께 서명을 받았다. 또, 《학교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 쟁점과 대안》이라는 소책자를 발행해 동료 교사들과 토론하는 데 활용했다.(70권 정도가 판매됐다.)

일꾼연수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애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온라인과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들과 현장에서 만난 전교조 일꾼들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전자가 현실의 정서를 (대체적으로라도) 대변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절감했다.

한 참가자는 “토론을 할수록 조합원들이 조금씩 왼쪽으로, 원칙적 지지 입장으로 당겨 오는 분위기”라고 현장 상황을 요약했다.

둘째 날 있었던 전체 토론은 일꾼들의 분위기를 요약적으로 보여 줬다. 일부 발언자는 정규직화를 반대하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다수는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를 지지했다.(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성급하게 입장을 결정하기보다는 조합원들과 더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서울의 한 조합원은 기간제 교사와 임용 준비생을 대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 교사와 예비교사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다.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다가 생활문제 때문에 기간제 교사가 되기도 하고,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다가 다시 임용고시를 보기도 한다. 그들 모두 청년의 일부다.”

전북의 한 조합원은 사립 기간제 교사만을 정규직화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간제 교사의 문제는 사립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립에서 휴직대체뿐 아니라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많이 늘렸는데, 이는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정교사를 줄이고 기간제 교사를 늘려 온 정부의 잘못된 교원정책의 결과다.”

경기의 한 조합원은 참교육 투쟁을 위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만일 전교조가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면 우선 학비 노동자들의 투쟁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고, 학교 노동자들의 단결이 어려워 전교조의 투쟁 동력도 떨어질 것이다.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는 신자유주의 교원정책에 맞서는 투쟁, 참교육을 위한 투쟁이다. 정부는 우리 안의 차별을 이용해 직무급제 도입 등 정교사의 조건도 공격하려 할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의 보수적 반발이 있는데, 이는 정교사들의 조건이 계속 공격받아 온 탓에 불만이 쌓이고 불안감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진정한 대안이 무엇인지 토론하면서 지도부는 원칙과 투쟁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인천의 한 조합원은 교사 정원 확대 투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박근혜가 교원 법정 정원 기준을 폐기하고, 교사 배치 기준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변경한 것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 공무원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 등의 문제도 제기해 근본적으로 교사 정원을 늘리는 투쟁이 필요하다.”

경남의 한 조합원은 “전교조가 투쟁을 통해 유치원 전임강사를 정규 교사로 전환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고, 경기의 한 조합원은 “과거 전교조의 합법화를 파견법, 정리해고법과 맞바꾼 역사가 있는데, 전교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운명이다”라고 발언했다.

박옥주 수석부위원장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전교조가 원칙적 입장을 견지할 것을 당부했다.

“전교조 결성, 교원평가 폐지 연가 투쟁, 규약시정명령 거부 때마다 다들 안 된다고 했다. 전교조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원칙 있게 결정하고 단호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전교조가 있는 것이다.”

이번 일꾼연수는, 언론들이 피상적으로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전교조 내에서 비정규직 교사·강사, 특히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지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뜻 깊은 자리였다.

얼마 후에 열릴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런 분위기를 받아 안아 전교조가 계급적 단결 원칙을 견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 “기간제교사도 교사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온라인 서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