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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
낙태죄 없애고 낙태 합법화하라

고무적이게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낙태권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폴란드에서 10만 명이 시위를 벌여 우익 정부의 낙태 전면 금지 시도를 좌절시켰고, 폴란드만큼 낙태 규제가 극심한 나라인 아일랜드에서도 낙태 처벌 헌법 조항 폐지 운동이 대중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9월 30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대규모 낙태권 옹호 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10월 14일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도 또 다른 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폴란드 낙태권 운동은 지난해 10월 3일 일어난 최대 규모의 시위를 기념해 다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폴란드 사회주의자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시위가 지난해처럼 크지는 않을 것 같다. 폴란드 정부가 운동을 촉발할까 봐 두려워서 현재 낙태법 개악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파들은, 여성이 요청하면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합법화하라는 요구를 내걸며 낙태권 운동을 벌이고 있다.

폴란드 의회는 이런 운동을 무시하려 할 테지만, 지난해 대규모 투쟁에서 자신감을 얻은 많은 사람들은 현 상태 방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부의 법 개악 추진에 반대해 낙태권을 개선하고자 한다.

국제적인 낙태권 옹호 운동은 세계의 여성들을 고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폴란드의 대규모 시위는 한국에서 낙태죄 폐지 시위가 일어나는 데 중요한 영감을 줬다. 폴란드와 아일랜드의 낙태권 운동 성장은 한국의 좌파와 여성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벌어진 낙태권 개악 시도 항의 운동 ⓒ출처 Razem(폴란드 좌파당)

여성의 몸은 국가가 통제하는 출산 기계가 아니다 2016년 10월 낙태죄 폐지 요구 기자회견 참가자가 정부의 고무줄 정책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 ⓒ이미진

지난해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며 낙태죄 폐지 시위를 벌였고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부상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낙태죄 처벌 강화 시도가 좌절됐다.

여성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중요한 일부였다. 박근혜를 몰아낸 자신감은 여성들로 하여금 성차별에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낙태죄를 즉각 폐지하라

모자보건법은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그것도 남성 배우자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낙태를 허용한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에서 한 해 수십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낙태를 하지만 그중 95퍼센트가 불법 낙태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힘입어 집권한 문재인은 “여성의 관점에서 차별은 빼고 평등은 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미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 과제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결혼·임신·출산에 친화적인” 정책을 강조한 반면, 여성의 낙태권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성평등 정부”를 자처하지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낙태죄 존속과 성평등은 양립 가능하지 않다.

현재 한국 지배자들은 ‘미래 노동력 고갈’ 문제로 저출산 대책에 고심이 많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복안은 가족의 부담을 대폭 덜어 주는 양육 사회화가 아니라 여전히 성차별적 관념을 퍼뜨리고 ‘정상 가족’ 규범에 어긋나는 성적 행위를 억압하며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우파 정부들의 낙태죄 처벌 강화 시도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보수 정부들보다는 아주 약간 나을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 역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계급 착취를 강화하고 복지를 삭감하는 등 노동력 재생산 부담을 개별 가족에 떠넘겨야 한다는 압박에 순응할 공산이 크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낙태죄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미온적 태도를 취한 것은 크게 아쉽다. 문재인의 100대 국정 과제 중 여성가족부의 사업 계획에도 낙태죄 폐지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위한 계획이 전혀 없다. 정현백 장관은 자신이 간부로 몸담고 있었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젠더 정책 핵심 과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주류 여성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와의 ‘협치’에만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낙태죄 폐지에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에 비판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며칠 전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겠다며 ‘성평등위원회 출범 준비 TF’를 구성했다. 여성 운동가 출신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단장을 맡고 한국여성단체연합 현 공동대표가 참여한다.

성평등위원회 사업 계획에 낙태죄 폐지 등 낙태권 의제가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낙태권 성취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층에서 낙태권을 위한 대중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낙태죄 폐지에서 더 나아가 낙태 합법화도 제기하자

여성의 낙태권이 온전히 보장되려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낙태 합법화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적 여성 단체들과 진보·좌파 단체들은 낙태 합법화를 차기 정부가 실현해야 할 공약 과제로 제출한 바 있다(대부분 부분적 합법화이지만).

낙태죄가 폐지되면 법률적 불이익 걱정 없이 낙태를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진보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낙태를 할 때는 도덕적 비난과 경제적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여성이 정말로 안심하면서, 안전하게, 돈 걱정 없이 낙태를 할 수 있으려면 전면 합법화가 필요하다.

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고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가 공식 정치와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폴란드와 아일랜드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규모 낙태권 투쟁이 일어난 것을 보라.

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으로 대중의 자신감이 더 높아진 지금, 낙태 합법화 요구는 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낙태 합법화는 임신 기간과 사유 제한 없이 여성의 의사만으로도 언제든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전면 합법화가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부분적 합법화라도 여성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라도 제한 규정을 두게 되면, 낙태 필요 여부 검증을 국가나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부분 합법화도 여성의 선택권을 일정 부분 제약하게 된다. 여성의 선택권이 온전하게 보장되려면 조건 없는 전면 낙태 합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권리가 실질적이려면 낙태 비용을 무상화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계급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국가가 안전하고 질 좋은 공공병원에서 여성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모든 비용을 무상 지원해야 한다. 또한 낙태한 여성에게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유급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사후 피임약과 초기 낙태에 효과적인 낙태약(‘미프진’)을 무상 보급해야 한다. 낙태약은 현재 119개국에 시판이 허용되어 있지만 한국은 낙태죄 때문에 시판이 금지되어 있다. 낙태약은 임신 9주 이전 낙태 성공률이 95퍼센트이고, 낙태 수술보다 훨씬 간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낙태는 여성이 선택할 권리다 2016년 10월 낙태죄 폐지 요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노동계급에 기반을 둔 낙태권 운동이 필요하다

낙태는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유한 여성들은 불법 낙태로 고통받지 않는다. 자신의 재력으로 언제든지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낙태 수술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반면, 노동계급 여성과 빈민 여성, 청소년들은 큰 고통을 겪는다.

어쩌면 남성들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임신·낙태 등을 경험하지 않으니 낙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낙태권 옹호 투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피임을 여성만의 책임으로 여기는 남성, 이혼 재판에서 유리한 재산 분할을 위해 여성의 낙태 전력을 공개하는 남성, 연애 결별의 앙갚음으로 낙태한 여자친구를 고소하는 남성 등 파렴치한 남성들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차별에 반대하며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하는 남성들도 많다. 또 박근혜가 낙태 처벌 강화로 여성들을 공격하려 했던 것처럼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낙태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낙태권 문제에서도 이해관계가 단지 성별에 따라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낙태권 투쟁들은 노동계급 운동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운동이었고, 그런 투쟁에서 많은 남성 노동자들도 여성들의 권리를 지지했다. 불법 낙태로 고통받거나 권리가 제약되는 여성들은 남성 노동자들의 가족이거나 직장 동료였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종종 낙태권 공격을 통해 전체 노동계급을 옥죄고 보수세력들을 결집시켜 계급 세력균형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 이용한다. 또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낙태권 공격을 지렛대 삼아 성차별을 강화하며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 한다.

따라서 남녀 노동계급이 단결해 낙태권 옹호 투쟁에 나서야 한다. 특히 낙태권 운동을 확대할 수 있는 대중적 기반이 있는 노동조합이 낙태권 옹호를 요구로 채택하고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여성의 평등과 해방을 지지하는 좌파, 여성,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함께 낙태권 운동을 건설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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