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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위기 - 일자리 보호 위해 국유화하라

10월 16일,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 17퍼센트)인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자산 처분 거부권’이 소멸되면서, 조만간 한국GM이 공장 폐쇄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2년에 산업은행은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면서, “15년간 한국GM 총자산의 20퍼센트 초과분을 팔지 않도록 약속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 효력이 16일 끝난 것이다. 즉, 법적으로 GM은 언제든지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됐다.

GM이 당장 한국 철수를 결정하지는 않더라도 단계적 공장 폐쇄를 추진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정부가 국유화해서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GM의 구조조정은 전 세계 GM 구조조정의 일부다. GM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해외 자회사 매각과 시장 철수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이후 호주·인도네시아·러시아에서 잇달아 공장 문을 닫았고, 올해 3월에는 유럽 자회사인 오펠을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에 넘기고 유럽 시장에서마저 철수했다(관련 기사 ‘더욱 불안정해지는 한국GM의 미래’). 5월에는 인도 내수 시장에서 판매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GM은 미국에서도 생산 차량 구조조정을 위해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그 속에서 한국GM도 심각한 불확실성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GM이 유럽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한국GM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한국GM의 수출은 2012년보다 약 80만 대(반조립제품 포함)나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GM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20~30퍼센트 수준으로, 부평2공장 가동률은 6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현재 군산공장의 가동일은 한 달에 주간 1교대 7~8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부평공장에서 생산했던 알페온의 후속 차종으로 임팔라를 수입해 판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캡티바의 후속 차종으로 에퀴녹스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부평공장의 생산 차종은 말리부, 트랙스, 아베오 3종으로 준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고, 한미FTA 재협상을 밀어붙이면서 자동차 부문을 개정이 필요한 분야로 지목한 점 등도 한국GM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GM이 매년 스파크·트랙스 수십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공장 철수를 막기 어렵다’고만 하고 있다. 거부권이 사라졌고 지분도 적어 철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산업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만 신경을 썼지, 한국GM을 제대로 감시·감독하며 일자리를 지키는 데는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GM 철수는 한국GM 노동자 1만 5천여 명과 협력업체 노동자 30만 명의 고용과 임금을 위협하는 문제다. 따라서 한국GM 문제를 산업은행에만 맡겨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노조 동의 없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GM에서 일자리 보호를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GM이 고용을 보장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일자리를 지키려면 국유화를 요구하며 지금부터 투쟁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GM은 GM본사의 ‘의도된 부실’이다

한국GM 철수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2016년 동안 발생한 한국GM의 순손실은 2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 역시 손실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보수 언론들은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며 한국GM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고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한국GM의 위기가 노동자 탓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다. 한국GM의 인건비는 매출액 대비 11.4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는 현대차(15퍼센트)보다 낮다.

한국GM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근본 원인은 GM본사가 2013년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고 최근 오펠마저 매각하면서, 한국GM의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GM 본사가 한국GM을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2011년 7000억 원 정도였던 차입금이 최근 3조 원 가까이로 급증했다. 차입금 전액을 GM으로부터 빌렸는데, 이자율이 4.8~5.3퍼센트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회사채 금리(2~3퍼센트)보다 높다. GM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금리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GM이 빌린 돈 중 1조 5000억 원은 GM이 대우자동차를 살 때 산업은행에게 빌린 돈을 대신 갚는 데 쓰였다. 나머지 차입금도 대부분 유럽·러시아 시장 철수에서 발생한 손실을 해결하는 데 사용됐다. GM본사가 철수를 결정했는데 그 비용은 한국GM에 떠넘긴 것이다.

게다가 한국GM은 적자를 내기 시작한 2014년부터 갑작스럽게 ‘최상위 지배자의 업무 지원’ 명목으로 GM본사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2014~2016년 동안 지급한 금액만 1297억 원에 이른다.

GM본사가 한국GM에서 의도적으로 부실을 키운다고 지적받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이전가격’ 문제이다. 이전가격이란 해외 자회사와 제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하는데, 다국적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싸게 구입하거나 자회사에게 비싸게 팔면, 본사의 이윤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전가격 문제는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이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훨씬 높은 것에서 나타난다.(매출원가율은 전체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원가율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낮아진다.)

지난해 한국GM 매출원가율은 93퍼센트다. 이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원가율(80~84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한국GM 매출원가율은 2013년 86.4퍼센트에서 2014년 90.2퍼센트로 올랐고, 2015년 96.4퍼센트까지 치솟았다. 2년 사이 매출원가율이 10퍼센트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GM은 2013년 이전가격 등이 문제되면서 국세청에 추징금 273억 원을 물기도 했다.

반면, 한국GM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계속 줄고 있다. 최근 7년간 연구·개발비로 매년 평균 6100억 원을 사용했지만, 기술지원 라이센스 수익은 2010년 2464억 원에서 지난해 361억 원으로 급감했다. 한국GM이 개발한 최신 기술에 대한 권리는 대부분 GM본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GM본사가 만들어 낸 부실과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